꼭 10년 전 납북돼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구체적 납북 경위와 북한 당국의 개입 정황을 알려줄 북한 공작원 출신 인사가 최근 한국에 입국,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국 중앙일보 등이 14일 보도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김동식 목사 납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북한 공작원 출신 김모 씨(45)가 한국에 입국해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를 돕고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벌이던 김동식 목사는 2000년 1월 16일 中 옌볜조선족자치주 한 식당에서 납치돼 다음해 2월 자진 입북으로 위장하려는 북한 공안기관의 회유를 거부하다 평양의 한 초대소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에 따르면 공작원 출신 김 모 씨는 지난해 말 미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전 모 씨의 증언에 의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전 씨는 “태국 이민국수용소에서 함께 미국 망명을 신청했던 공작원 출신의 김 씨가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다’고 털어놓았다”고 제보했으며, 관계 당국도 이를 포착했다.

김 씨는 김 목사 납치와 탈북자 색출 등의 중국 내 공작활동이 문제가 돼 중국 동북지역 교도소에서 4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출소했으나, 북한 당국이 신병 인수를 거부하자 배신감을 느끼고 태국으로 탈출한 뒤 미국 망명을 신청한 후 전 씨를 만나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도 공작활동 개입과 복역 문제로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씨는 일반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도희윤 대표는 “김 씨가 김동식 목사 납치 당시 팔을 잡아 택시에 강제로 태웠으며, 북한에 넘기기 전 휴대전화와 돈 1천 달러를 빼앗아 나눠가졌다고 말하는 등 전 씨에게 매우 구체적인 정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국자는 “북한 인권단체들이 김 씨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현재는 김 씨가 부인하고 있어 주범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에 거주하던 한인 영주권자이면서 북한에 대한 소명감으로 순교까지 불사한 김동식 목사는 중고교 시절부터 교회학교 연합 활동에 앞장섰던 ‘예비 목회자’였다. 이후 부산 고려신학교를 다니며 SFC 경남지역 위원장을 지냈고, 졸업 후에는 목회활동을 펼치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장애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장애인 선교에 여생을 헌신하기로 작정한다. 이후 작은자교회를 개척하고, 장애인 자활터 ‘물댄동산’과 장애인선교예술단을 조직, 운영하는 등 장애인 선교를 활발히 펼쳐 나갔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때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 장애인들을 돕는 데 헌신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빈곤에 허덕이는 북한으로도 이어지고, 탈북자 문제에도 힘을 쏟게 됐다. 탈북 고아들을 위한 ‘사랑의 집’을 운영하고, 나진·선봉지역 의류보내기와 함흥·신의주 일대 고아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납치 전해인 1999년에는 탈북자 13명의 한국 입국을 지원했다.

김 목사는 납북당한 뒤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전향하고 탈북자를 도운 과거를 회개하도록 북한 당국으로부터 온갖 위협과 회유, 고문을 당했으나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80kg이던 몸무게가 35kg으로 줄었고, 고문 후유증에 영양실조와 직장암 등으로 이듬해인 2001년 2월 중순경 평양 초대소에서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북한 평양 근교 상원리 소재 조선인민군 91훈련소 위수구역 내에 안장돼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