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브룩교회가 올해 성탄 이브에도 교회 밖으로 오신 예수를 찾아 나섰다. 1년 중 가장 따뜻한 날인 성탄 이브가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가장 추울 수 밖에 없는 날일 수 있다. 훔볼트팍UMC가 운영하는 소셜서비스 역시 1년 내내 노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지만 성탄 이브만큼은 자원봉사자들이 끊기므로 가정도 교회도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은 그야말로 추운 성탄 이브를 보내야 한다.

▲자원봉사자 48명이 68명의 노숙자를 섬기며, 이곳에 오신 예수를 기뻐하는 성탄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글렌브룩교회가 섬긴 노숙자는 68명이다. 원래는 1백명 이상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음식과 선물을 준비했지만 폭설이 내리면서 이곳을 찾는 노숙자의 수도 줄어 들었다. 그러나 뜻있는 사람들의 사랑은 더욱 뜨거웠다. 글렌브룩교회에서 38명이 햄 스테이크와 폭찹 등 성탄 식사를 준비했고 성탄 카드, 자켓, 장갑, 목도리, 모자, 속옷, 로션, 양말 등이 담긴 선물 1백개를 나누어 주었다. 지난해부터 성탄 이브에 노숙자 봉사를 해 온 글렌브룩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외부에서 10명이 자원봉사했다. 이번 행사를 위한 모금액 3천불 가운데 7백불 가량도 글렌브룩교회 밖에서 들어온 헌금이었다.

▲올해 역시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공연을 선보여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오후 5시로 예정된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훔볼트팍소셜서비스는 노숙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행사의 시작은 식사로 시작돼 백영민 담임목사도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날랐다. 식사 후에는 글렌브룩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성탄 공연을 했다. 예수님을 향한 Happy Birthday 노래로 공연이 시작돼 찬송가, CCM 등이 울려 퍼졌다. 곳곳에서 노숙자들의 아멘 소리와 박수가 쏟아졌다. 사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어떤 의미에서 이 어린이들이었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 오셨던 예수님을 만나는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사랑과 섬김의 의미를 몸으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민족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될 그들이 무섭게 생긴 거구의 흑인 노숙자들 안에도 하나님의 형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친 후 한 어린이는 “이젠 무섭지 않아요. 내년에도 또 올 거에요”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공연 후에는 글렌브룩교회 홍경인 교우가 장구를 치며 한국전통 무용을 선보여 또 한차례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글렌브룩교회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들. 그러나 이날 참석한 한 어린이는 “받는 것보다 나눠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간증했다.
백영민 목사는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작은 자들에게 찾아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성탄 예배를 드렸다”면서 “지난 해에 비해 예산 준비, 진행 과정, 음식 등 모든 면에서 한단계 성숙됐다. 특히 지난 행사 이후 교우들이 노숙자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고 외부에서도 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이 이어진 것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글렌브룩교회의 성탄 이브 행사 “Christmas within the Least(작은 자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