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아 전 세계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쁨으로 반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핍박 가운데 놓여 있는 교회들은 성탄절이 가져다 주는 평화를 채 누리기도 전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박해의 위협에 처해 있다.

성탄절은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반기독교 극단주의자들이 종종 성탄절을 교회를 공격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인도와 이라크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이러한 극단주의의 움직임이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2007년 12월 24일, 기쁨으로 가득 찰 성탄절에 대한 인도 오릿사 주 교인들의 꿈은 그 밤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동으로 인해 인도 교회 역사상 최악의 기독교 박해라는 악몽으로 변했다. 이후 10여 일간 지속된 습격과 방화로, 교인 4명이 숨지고 95개의 교회와 730여 채의 집이 불타 없어졌다.

이어 2008년에는 힌두교 지도자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자,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이를 기독교인의 소행으로 몰고 가면서 대규모의 반기독교 연쇄 폭동이 인도 각지에서 일어, 아직까지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교인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집을 잃었다. 폭동의 불길이 거셌던 오릿사 주의 칸다말 지구에서만도 2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끔찍한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올해 성탄절을 앞두고 인도 전역에서는 또다시 힌두교 극단주의 조직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최근 마하라슈트라 주와 마드햐 프라데시 주에서 힌두교 폭도들에 의해 각각 예배 중인 교회를 공격 당하고, 성탄절 전시회가 파괴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구자라트 주에서는 기독교로 개종했던 1천7백 명 가량의 주민들이 강제로 힌두교로 재개종하는 일도 벌어져 교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 중앙 정부에서는 특별히 성탄절을 맞아 치안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공격의 위험은 함께 모여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이라크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비무슬림에게 위험한 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성탄절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몇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의한 교회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두 건의 교회 폭탄 테러가 발생했던 이라크에서는 성탄 전야 하루 전인 23일, 또다시 수도인 모술에 있는 한 교회에서 폭탄이 터져 두 명이 목숨을 잃고 다섯 명이 중상을 입는 참극이 빚어졌다.

때문에 이라크의 교회들은 성탄 예배조차 취소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현지 교계 지도자는 밝혔다. 모술의 에드워드 폴즈 신부는 “올해 성탄절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어 너무나 유감이지만 누구도 다치길 원치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이라크에서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테러 다발 지역의 교회와 인근 마을의 치안을 강화하고 테러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국제 기독교 인권 단체인 릴리즈 인터내셔널의 앤디 디퍼 대표는 “세계의 교회들이 성탄을 기념할 때 박해 당하고 있는 많은 교인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공격과 테러의 위협에 처해 있는 이들이 올해 성탄절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