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가 이슬람의 미나렛(모스크의 첨탑) 건립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 교계도 찬반으로 견해가 나뉘고 있다.

지난 달 말인 29일 스위스는 미나렛 건립 금지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시켰다. 투표 결과는 찬성 57.5% 대 반대 42.5%로, 금지안을 지지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았다. 스위스 우파 정당인 국민당은 “미나렛은 스위스를 이슬람화하고자 하는 무슬림 정치 권력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금지안을 발의했다. 종교 자유 침해라는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서도, 11만5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쳐진 이번 법안은 결국 국민 대다수의 찬성표로 통과됐다. 이슬람의 영향이 종교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는 데 대한 불안과 반감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컸던 만큼, 이번 금지안 통과로 인한 파급도 적지 않다. 스위스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계기로 무슬림 이민이 급증해, 현재 전체 750만 명 중 6%에 달하는 40만여 명이 무슬림 인구다. 이들은 금지안은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권은 이를 두고 최근 유럽 국가들에서 일고 있는 반이슬람 정책의 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시하고 있다.

정치 중립국으로 개인의 자유의 상징적 존재이던 스위스가 유럽 최초로 미나렛 건립을 금지한 것을 두고 서방 세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독일의 한 일간지는 이는 스위스 헌법과 유럽 인권협약에 위배되는 것임을 지적했다. 유엔 종교 자유에 관한 특별 보고관인 아스마 자한지르는 “금지안은 스위스 무슬림들의 권리 침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제적인 논란이 확산되어 가는 가운데, 이 문제를 이슬람 만큼이나 주목하고 있는 세계 기독교계에서도 신중한 태도로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교계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나뉘어 형성되고 있어, 이슬람과 종교 자유 문제를 대하는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먼저 스위스종교연맹을 비롯해 세계루터교연맹 등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스위스 사회의 이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스위스의 종교 간 평화와 조화를 위한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며, 스위스의 관용의 전통을 해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남침례교협의회와 각종 국제 기독교 인권 단체 등에서는 “이 법안으로 무슬림들의 이민이 금지되는 것도, 예배나 선교활동 또는 이슬람 신앙을 가지는 것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며, 이같은 논란은 과장됐다는 견해다.

국제 기독교 탄압 감시단체인 종교와공공정책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교회를 부수고 태우는 것을 비롯해 기독교를 비롯한 타 종교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종교 자유 침해라면 침해일 것”이라며 “왜 서방 국가에서 이슬람에 반대하는 정책이 수립된 것만 비판받아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스위스에는 전 지역을 통틀어 총 2백여 개의 모스크가 있지만, 미나렛은 총 네 곳에만 건립되어 있다. 미나렛은 이슬람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사람들이 올라가 기도문을 외우는 곳으로, 현재는 녹음기로 대체하는 모스크가 많다. 그러나 이슬람을 상징하는 주요 구조물 중 하나이기에 종교 자유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