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성공회가 두번째 동성애자 주교 선출을 앞두고, 세계 성공회와의 마찰을 빚고 있다. 미 성공회 LA 교구는 주말인 지난 5일 실시된 투표를 통해 여성 성직자이자 레즈비언인 캐논 메리 글래스풀을 속교구 주교로 선출했다.

글래스풀은 성직자 투표와 평신도 투표에서 각각 153표와, 203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 선출을 위해서는 각 투표에서 최소 123표와 193표의 찬성표가 요구됐다. 미 성공회 주교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이뤄질시, 전 세계 성공회를 통틀어 두번째 동성애자 주교가 나오게 된다.

미 성공회는 2003년 게이인 진 로빈슨을 주교로 선출한 이래로, 보수 성향의 세계 성공회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세계 성공회는 동성애자 성직자 임명과 동성결합 축복 문제로 이를 강력히 반대하는 보수 진영과 이를 허용하는 입장인 진보 진영으로 갈려 끝날 줄 모르는 문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동성애 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된 2007년 탄자니아 지도자 회의에서도 양 세력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세계 성공회는, 이듬해 열린 램버스 회의(세계 성공회 지도자 회의로 10년마다 개최)에서도 동성애에 반대하는 극보수 교구들의 잇딴 불참과, 이에 대한 미 성공회의 “동성애자 권익 위해 교단 분열도 불사” 발언으로 심화되어 가는 갈등만을 표출했다.

동성애 문제는 이에 반대하는 교구들로 하여금 미 성공회 내에서는 물론이고, 전체 세계 성공회에서도 탈퇴해 독자 세력을 형성하게 하는 등 말 그대로 ‘분열의 씨앗’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A 교구의 두번째 동성애자 주교 선출이 불러 올 결과는 어둡게 전망되고 있다. 세계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암스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LA의 교구의 일은 미국 성공회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성공회 내에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투표는 어디까지나 선출을 위한 과정일 뿐, 미 성공회 주교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들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교위원회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