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인 교회에서 그 교회 담임 목사님 대신 주일 예배 인도와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따라 날씨는 매우 습하고 더운데 교회에 들어서니 그 큰 건물 안에는 에어컨디셔너는 물론이고 그 흔한 선풍기도 없었습니다. 다만 예배실 천정은 높아서 그런대로 바깥보다는 나은 편이었습니다. 예배 전부터 숨쉬는 것도 힘들었고, 예배가 시작되면 입고 있을 양복 윗도리 속으로 예배 시간 내내 땀이 죽죽 흘려 내릴 일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그리나 한편으로는 이 보다 도 더 더운 곳으로 선교도 갔다 왔었는데 이 한 시간 못 참겠나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날 예배 순서를 맡은 한 분이 제게 다가와서 묻더군요. “목사님, 이런 더운 날씨에 양복을 입고 계시면 안 더우세요?” 저는 당연히 “물론 매우 덥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더군요. “그럼, 양복 윗도리를 벗으면 되지 않습니까? 목사님은 이런 더운 날에도 저희 교회같이 에어컨디셔너도 없는 곳에서 까지 양복을 다 입고 설교합니까? 보기에도 더우니 윗도리는 벗으시고 예배와 설교를 인도하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몇 분도 그 분의 말을 거들더군요.

이 순간 바로 전 주에 있었던 다른 미국 교회에서의 비슷한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는 예배인도와 설교뿐만 아니라 성찬식까지 부탁을 받은 차라서 목회자 가운까지 준비해서 갔었습니다. 그 날도 더운 날이었고 그 교회도 에어컨디셔너는 없이 천정에서 팬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예배 전 성찬식 진행에 대하여 장로님들과 의논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희 목사님은 다른 계절에는 목회자 가운을 입고 성찬식을 인도하시지만 더운 여름에는 목화자 가운데신 가벼운 로만 칼러가 있는 셔츠차림으로 대신하십니다. 날씨가 더우니 의복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예배와 성찬식을 인도하세요.” 이 날 저는 그 분들과의 상의 끝에 양복 윗도리는 벗고 예배와 성찬식을 인도하고 말씀을 전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 날도 이 분과 함께 여러 분들의 권유에 적극 순종해서 양복 윗도리는 벗고 예배를 인도했고 말씀을 전했었습니다. 덕분에 양복 속으로 땀 싸우나를 할 기회(?)는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양복 드라이클리닝 할 돈은 세이브했지요. 어쨌든 미국인들의 실용적 사고와 생활을 또 한번 경험했던 하루였습니다.

미국 개혁 교단 뉴욕 대회 송흥용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