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뿌리깊은 유교적 문화와 사회 장벽을 넘어 목사가 된 한국 최초 여성 목회자의 후손이 유교 속에서 여성신학을 재발견하며 유교와 신학의 대화를 시도한다. 한국기독교연구소(CSKC)가 2009년 개최하는 마지막 월례포럼에서다.

강사 정화영 목사는 이화여대에서 기독교학을 전공한 후, 한국외대에서 통번역을 공부하며 M.A. 학위를 마쳤다. 게렛신학교로 유학해 M.Div.를 마치고 1993년 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로 안수받았으며 1996년부터 현재까지 엘크그로브의 미국인 연합감리교회 Prince of Peace Church를 섬기고 있다. 이후 게렛신학교에서 역사신학으로 Ph.D. 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부터 게렛신학교의 외래교수로 교직에 선다.

정 목사는 한국 감리교 최초의 여성 목회자인 전밀라, 명화용 목사 가운데 명 목사의 종조카다. 전, 명 목사는 한국 최초의 여성 목회자이기도 하며 현재까지도 한국의 많은 여목회자, 여신학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그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기금이 운영되고 있다.

당시 이 두 여성 목사의 출현은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개신교 전래 이후 70년이 넘으며 개신교는 사회적 인습 타파와 남녀 평등에 크게 기여했지만 여성을 목회직에까지 세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금기와 같았다. 이들이 속한 감리교단 역시 1930년 여성 목회자 제도를 만들었지만 25년간 누구도 이 벽을 깨지 못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한국 사회 속의 유교는 기독교가 타파해야 할 인습적인 남녀 불평등 사상이었을까? 전, 명 목사는 사회적 금기를 깬 혁명적 여성으로 주목받곤 있지만 사실 그들의 활동은 철저히 낮은 곳에서 민족을 섬기고 사랑하는 여성적 사역이었다. 그들은 여성 해방이라는 사회 혁명보다는 여성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복음을 전하는 종을 자처한 그 시대의 목회자요 여성이길 원했다.

정화영 목사의 이번 강의 제목은 “유교와 한국 여성신학”이다. 정 목사는 “한국의 성차별은 유교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진 조선 시대에 심화됐으며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하나님 앞의 동등한 인격체임을 강조하는 여성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유교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일방적으로 유교를 비판하기보다 유교를 재해석해 남녀평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 여성신학의 과제다”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정 목사의 이번 강의는 그의 신앙의 선배이자 여성 목회의 선배인 두 여성 목회자의 사역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CSKC 측은 “미국 땅에서 유학생으로, 목회자로, 학자로 많은 고비를 넘어 온 여성이 바라보는 유교와 한국 여성, 그 애증의 관계와 신학적 해석이 이번 포럼의 주제다”라며 많은 관심자의 참여를 독려했다. 포럼은 12월 3일 목요일 저녁 5시 시카고신학교 1층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