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금융위기의 진앙지 미국. 쓰나미와도 같았던 고통 속에서 미국의 교회들은 과연 무엇을 했고 어떤 희망을 품었을까. 윌로크릭교회를 담임하는 빌 하이벨스 목사는 그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많은 수의 성도들이 실직을 했고 실업 후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교회로 빗발쳤습니다. 직장으로부터 해고된 이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제게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죠. 아, 무언가 해야 할 때가 왔다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윌로크릭교회연합(Willow Creek Association)이 지난 8월 주최한 글로벌 리더십 서밋(Global Leadership Summit, 이하 GLS)에서 하이벨스 목사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자신이 목회하는 윌로크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를 통해 교회와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전했다. 하이벨스 목사의 이 강연 내용은 16일 한국 사랑의교회에서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 GLS를 통해 DVD로 공개됐다.

“진실하다면 하나님의 기적은 항상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교회의 성도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하이벨스 목사는 지금이야 말로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고 했다.

“많은 징조들이 변화의 시기임을 말해주고 있었어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임을 직감했습니다. 우선 다른 형식의 예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시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들을 과감히 모두 중단했어요. 어려운 결정이었죠.”

하이벨스 목사는 교회 동역자들과의 오랜 대화끝에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고안해냈다. 바로 예배의 시작과 끝을 불분명하게 하자는 것. 미리 공지된 예배 시간이 아닌 그 보다 몇 분 앞서 예배를 드리고, 예배가 끝나는 시간은 아예 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이벨스 목사는 “미리 예배를 시작함으로 이 예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 되묻게 하고, 예배의 끝을 정하지 않아 성도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예배 속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충분히 하나님을 만나고 그 교제를 통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하자는 것이 이 예배의 목적이었다.

“예배 중 수천 명의 성도들에게 말했습니다. ‘혹 지금 어려움에 처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교회의 도움을 받으세요.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교회는 여러분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여전히 풍족함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던진 메시지였죠. ‘초대교회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은 서로의 것들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것을 실천할 때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고통받는 이들의 교회가 되어줍시다.’ 그 어떤 예배보다 성령님의 임재가 강하게 느껴진 예배였어요.”

사실 하이벨스 목사가 이 메시지를 전했을 때 윌로크릭교회 역시 금융위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즉,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은 점점 많아지고 교회 재정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했던 셈이다. 그러나 하이벨스 목사는 이 때야말로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는 때이며, 자신을 포함한 성도들 모두가 믿음을 보여야 할 때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글로벌 리더십 서밋에서 전 세계 리더들을 향해 “위기 때일수록 리더들은 스스로 충만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나고 한 사업가 부부가 제게 찾아왔어요. 남편이 제게 ‘목사님께서 교회의 도움을 받으라고 했을 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교회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느냐는 지극히 당연한 걱정이었죠. 그런데 초대교회의 삶을 떠올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교회가 되어주라는 말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봉투를 하나 놓고갔죠. 그가 헌금한 것이었는데,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 한번에 얼마인지 모르겠더군요.(웃음) 아무리 어려워도 진심을 담아 말하고 하나님의 역사를 믿으면 기적은 항상 일어납니다.”

재정이 줄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사역은 무엇인가
‘양동이 대처법’, 위기 상황서 교회가 할 일 알려줘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전한 하이벨스 목사는, 이어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윌로크릭교회의 재정을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갔는지도 설명했다.

하이벨스 목사는 교회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명 ‘양동이 대처법’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A, B, C라는 세 개의 양동이를 준비하고 교역자들로 하여금 각 양동이에, 만약 지금 교회 재정이 줄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사역이 무엇인지 종이에 적어 넣으라는 방법이다. 재정이 절반으로 줄었을 경우 없앨 사역을 C 양동이에 넣었다면 B 양동이에는 재정의 75%가 줄었을 경우, A 양동이에는 재정이 없어도 반드시 해야만 할 사역을 넣는 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위기의 상황에서 교회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또한 교역자들이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니 결정한 사항을 실행에 옮기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죠. 만약 교역자 수를 줄여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것을 솔직히 말하고 미리 공지해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때 교회가 너그러움을 잃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죠.”

"리더 스스로가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해져야”

마지막으로 하이벨스 목사는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신이 깨달은 한 가지를 간증했다.

“위기의 상황을 이겨나감에 있어 리더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느 때보다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하죠. 그런데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리더 자신이 스스로 충만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혜에 젖어 그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죠.”

매일 아침 6시 가장 먼저 교회로 출근을 했다는 하이벨스 목사. 그렇게 이른 아침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책상 위 수북히 쌓인 서류들이 가장 먼저 자신을 반긴다고. 그러면 성경을 묵상할 여유도 없이 그는 서류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이젠 9시에 교회로 가요. 왜냐구요? 나무와 꽃들이 보이는 집 창가에 앉아 조용히 성경을 묵상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때문이죠. 더 이상 서류 뭉치가 절 유혹하지 못해요. 하하!”

하이벨스 목사는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교회의 사역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세계 45개 나라, 90개 교파의 1만 2천여 교회들로 구성된 윌로크릭교회연합은 매년 전 세계 크리스천리더들을 위해 GLS를 개최하고 있다. 빌 하이벨스 목사를 비롯한 많은 크리스천 리더들이 강사로 나서며 지역교회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교회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GLS는 현재 50개국, 114개 도시에서 4만 6천여 명의 목회자 및 리더들을 DVD를 기초한 비디오 강의를 통해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