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동교회를 개척해 40년간 목회한 이영훈 목사는 목회자 영성에 관해 “나 역시 40년간 실패의 연속을 경험한 어려운 주제”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만큼 영성 관리는 매일매일의 영적 도전 가운데 쉽지 않은 일이란 말이다. 지난 10월 29일 시카고한인교역자회 주최로 글렌브룩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자 영성 세미나에 강사로 나온 이 목사는 “영성으로 다시 서기”라는 주제로 오전 오후 강의를 전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중산층 이상의 ‘가진 자의 종교’가 되면서 복음 전도는 광신자들의 전유물이 됐고 교회 외적으로는 종교 다원주의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민교회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런 교회 내외의 도전으로 인해 목회자의 자부심이 약화되고 의기소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의 위기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잃어버린 정체성, 잃어버린 주소, 잃어버린 시대감각, 잃어버린 주인”을 꼽았다. 그는 “목회자들이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명을 갖고 있는 존재인지 정체성이 확고히 세워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목회지의 주소가 어딘지, 어느 목회지에서 사명을 받아 목회하는지 모른다. 그러니 소명감을 갖고 목회하기보다 소위 좀더 조건이 좋다는 교회로 자꾸 이동해 간다”고 지적했다. 또 “목회자는 세상을 향해 모든 문을 열어 놓아야 하지만 동시에 어떤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히 차단되어야 한다”면서 “시대 감각을 잃은 목회는 결코 성공할 수 없지만 이것이 세상의 문제에 관해 잡다하게 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회의 본연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성도들은 목회자로부터 거룩과 경건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목회의 주인인지 주님이 목회의 주인인지에 관한 인식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가 생각하는 참 목회자상은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사람이면서 스스로 질그릇처럼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 하나님의 대언자이며 부모의 마음으로 목회하는 사람, 수고와 땀으로 기다리는 농부요 건축자이자 하나님의 청지기, 하나님의 대사이며 전도자다. 이 시대 목회자들이 이런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묵상, 기도, 금식, 학습”과 같은 내적 훈련, “단순화된 삶, 고독, 섬김, 순종”과 같은 외적 훈련, “고백, 예배 인도”와 같은 공동체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의 영성 관리를 위해 가장 좋은 대안으로 영적 독서 훈련을 제안했다. 중학생 때부터 새벽기도를 해 왔으며 목회자가 되어서는 매일같이 큐티를 하고 있다는 이 목사는 “영적 독서가 주는 유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며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목회자의 영성도 유지, 회복되어 갈 수 있다”고 강의를 마쳤다.

이영훈 목사는 한국 평신도성경읽기회를 창립했으며 현재 대표로 있다. 도서출판 <생명의 샘가>의 창립자이며 성결대 재단이사, 예성유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편, 이날 학술세미나 후에는 세미나 장소와 점심식사를 제공한 글렌브룩교회의 백영민 목사가 나와 “사랑의 골수 기증 운동”에 관해 목회자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사랑의 골수 운동은 12월까지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의 주일예배 후 성도들을 대상으로 골수 등록을 요청하고 있으며 현재 20여개 교회가 골수 등록 행사를 열기로 약속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