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갈등의 성경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원장 김상원 변호사)이 최근 두번째 중재 판정에 성공했다. 각종 고소고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지난 해 4월 창립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룬 성과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이에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주요 교단들은 계속되는 사회법 소송으로 몸살을 앓았다. 왜 교회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것인가.

화해중재원 주최로 19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에서 열린 제3차 기독교화해 사역세미나에서 운영위원장 양인평 장로(법무법인 로고스 공동대표)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기도를 많이 하시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이기는 게 정의이고, 하나님이 내 편이라는 착각 때문이죠.”

“나와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정죄해선 안돼”
1세대 목회자 리더십에 의존, 2세대에서 균열


이날 세미나에서는 ‘갈등해결의 성경적 원리’를 주제로 이철 목사(한국피스메이커 대표)가, ‘교회분쟁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김유환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운영 실태와 과제’를 주제로 장우건 변호사(운영위원회 부위원장)가 강의를 전했다.

특히 김유환 교수는 이날, 당사자들에게 요구되는 신앙적 자세뿐 아니라 ‘사회과학자’로서 교회분쟁의 원인을 10가지로 분류해 관심을 모았다. 교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김 교수는 ‘1인 리더십에 의존한 교회 행정의 비체계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그간 목회 1세대(교회개척자)가 교회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제도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행정을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본인이 피땀 흘려 세운 교회이기에 원칙보다는 ‘오직 은혜’로, 목회자의 리더십에 의존해 왔던 경향도 여기에 일조했다.

결국 2세대(후임자)로 넘어오며 리더십은 줄어든 반면 행정체계는 여전히 미흡해 교회와 교단에 크고 작은 분쟁의 불씨가 됐다. 김 교수는 감독회장 선거에서 후보자 자격에 대한 미흡한 규정으로 1년 넘게 홍역을 앓고 있는 감리교도 이 같은 경우로 볼 수 있다고 했으며, 또한 향후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대형교회를 시작으로 중소교회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회자 역할의 모호성’을 꼽은 김 교수는 1세대가 인격적 리더십에 의존해 목회자의 역할에 규정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관리해 왔다고 했다. 반면 2세대에게는 일정한 역할의 한계를 지어줘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오랫동안 교회를 위해 봉사한 직분자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리더십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의 인식차이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를 따르라’라는 리더십이 아니라 교인들이 먼저 문제를 제시해 방향성을 이끌어 나감으로 평신도의 참여 의지를 활용하는 리더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에 대한 불신임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방식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1세대에 이어 취임한 목회자에게 불만의 마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하지만 ‘감히 누가 나를 불신임 하는가’라는 분위기에서는 입에 거론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불신임 방법은 교회분쟁밖에 없다”며 “진지하게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관행과 교회법의 불일치, 시대에 맞지 않는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 집단이기주의와 맹목적 충성, 세습과 사유화에 대한 저항 등을 교회 분쟁의 원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