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과학이 발전하면서 ‘자유주의적 해석’을 적용해 성경을 단지 하나의 ‘신앙적 메시지’로만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성경을 ‘역사적 사실’이면서 ‘신앙적 메시지’로 다가오게 하는 학문이 바로 ‘성서고고학’이다.

날로 반기독교적 목소리가 높아가는 이때, 지난 1955년 처음 출간된 성서고고학 분야의 고전 <역사로 읽는 성서(The Bible as History)>가 번역 출간됐다. 독일인 베르너 켈러 박사가 쓴 이 책은 전세계 24개국어로 번역됐고, 각급 학교의 종교 교재와 대학 성경세미나, 기독교 및 유대교의 성경연구 교재로 활용되며 2200만부 넘게 보급돼 왔다.

총 7백쪽에 달하는 이 책은 거의 매장마다 관련 사진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성경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충실히 담아냈다. 노아의 홍수의 증거를 찾아나서는가 하면, 아브라함이 살았던 갈대아 우르와 그의 기나긴 가나안으로의 여정을 좇아갔고, 애굽에서의 요셉과 출애굽 이후 광야생활 40년, 사사기와 열왕기, 남유다 멸망 이후 신구약 중간기까지를 꼼꼼히 탐험했다. 예수의 발자취와 바울을 비롯한 사도들의 전도여행 등 신약의 여러 모습들도 다뤘다.

저자는 신학자가 아닌 고고학과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언론인이지만,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중동지역을 광범위하게 여행하면서 자료를 모아 책을 썼다.

저자는 지난 1950년 페니키아의 항구도시 우가리트와 이스라엘 열조들의 고향인 유프라테스 강변 고대 마리 왕국에 대한 프랑스 고고학계의 획기적인 발굴보고서를 접하면서 이 ‘무모한’ 일에 뛰어들었다. 마리에서 발견된 쐐기문자 점토판에는 실제 성경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후 세계 각국의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기존 연구결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성서고고학자들이 연구한 학술적인 결과들 중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들을 수집했다.

저자는 대작업을 마무리한 후 “기꺼이 성경을 통째로 파괴하고도 남을 18세기 이후 회의적 비판주의자들을 생각하면서, 확실한 근거를 가진 사실로 충분히 입증된 자료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며 “이 상황에서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한 마디는 ‘역시 성서가 옳았다’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목회자들이나 기독교 변증학 또는 성서고고학, 역사에 관심있는 평신도들이 두고 두고 읽을만한 책이다. 성경 용어들은 가톨릭식으로 기록돼 있다. 장영일 장신대 총장은 이 책에 대해 “성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도구라 할 수 있는 성서고고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전문적 지식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유익한 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