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란 이름이 뜻은 좋은데, 어감이 좀 강하네요. 사람들이 부담을 갖지 않을까요?”
“신약의 가장 대표적 사건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라면 구약에서는 출애굽 사건입니다. 하나님도 구약 전체에서 이스라엘에게 출애굽을 기억하라고 강조하시지 않습니까? 이 이름이 좋겠습니다.”
“한국어로 출애굽교회요?”
“우리가 한인교회지만 영어하는 2세들과 아시안들을 전도하려면 교회 이름도 “엑소더스(Exodus)”라고 합시다.”

“하나님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해 보겠다”는 결연한 각오도 좋지만 때로는 하나님의 계획에 떠밀리며 그 떠밀림 속에서 방향을 읽고 비전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구약의 최대 사건인 출애굽은 “애굽이 좋다”며 종살이 하려던 이스라엘을 하나님이 기적과 능력으로 구원하신 사건이었고 신약의 최대 사건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죄의 사슬 아래서 신음하던 인류에게 일방적으로 당신의 아들을 보내서 은혜와 사랑으로 구원하신 사건이었다. 둘 다 인간의 계획에서 나온 것과는 거리가 먼, 하나님이 계획하고 행하신 사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엑소더스교회의 비전은 “언제까지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이렇게 사역하겠다”는 방향성에 있다. 하나님이 떠미시는 강한 손길에 의지해 지난 9년동안 자신도 날마다 출애굽하며, 또 많은 불신자를 출애굽 시켜온 엑소더스교회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먼저 이철원 담임목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민 와 한인교회에서 평신도로서 유스 사역을 하던 이철원 목사는 당시 가르치던 한 여학생에게서 하나님이 이민교회에 주신 비전을 보았다. 중국 선교는 커녕, 외국인의 중국 여행조차 자유롭지 않던 80년대의 일이다. 그 여학생은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친구를 교회로 전도했다. 그 친구를 통해 그의 동생이 전도되고 온 가족이 세례를 받게 됐다. 전세계를 복음화 하는 과업에 관해 하나님은 미국 이민교회들을 사용하고자 하고 계셨다. 그리고 미국의 아시안 이민자들의 복음화율이 5% 정도라는 통계는 미국 한인교회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 목사는 이 ‘소명’을 놓고 1년간 기다린 끝에 확신을 얻고 맥코믹신학교로 진학해 목회자가 됐다.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이끌림에 붙잡혀 이민목회라는 척박한 현장으로 던져진 순간이었다.

▲엑소더스교회 이철원 담임목사
그는 시카고 지역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미국장로교(PCUSA) 소속 교회들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그는 평생 부목사만 하고 싶었다고 한다. 비전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목사로서도 얼마든지 그 비전을 펼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했을 때는 자신은 괜찮았지만 그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자신을 부담스러워 하는 걸 느끼게 됐다. 이때 타주의 교회들에 담임목회직을 지원하여 청빙을 받았다.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안정된 교회였다. 그러나 이 목사가 담임으로 비전을 펼치기에는 여러 제약이 많았다. 이것을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받아들인 이 목사는 부목사를 사임하고 시카고에서 그 척박하다는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 가운데 또 한차례 광야에 던져진 것 같은 그 순간 이철원 목사는 교회 이름을 ‘엑소더스’라고 지었다.

개척 멤버 3명과 함께 미국교회를 빌려 개척을 시작했다. 생명이 태어나는 교회, 생명이 자라는 교회, 생명을 전하는 교회라는 슬로건을 걸고 불신자, 교회 다니다 상처받아 이젠 나가지 않는 사람을 전도 타겟으로 잡았다. 1세와 1.5세를 하나님의 품으로 옮기는 영적 출애굽과 2세를 통해 아시안 이민자를 복음화하는 영적 출애굽을 교회의 비전으로 삼았다.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통해 불신자를 초청하고 전도하면서 시카고 이민교계에 희망을 심어갔다.

개척 2년째 됐을 때, 빌려쓰던 미국교회로부터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기 전 거친 광야를 거쳐야 하듯, 엑소더스교회도 더 좋은 곳을 주실 것이란 믿음으로 금식하며 기도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없었다. 이철원 목사가 60군데의 건물을 돌아 다녔지만 단 한군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하루는 새벽에 한 교회 밖에서 얼마나 소리치며 기도했던지 경찰차가 와서 헤드라이트를 비추었다. 기도 중에 밝은 빛이 보이자 환상인 줄 알았다 깨어난 이 목사는 경찰들에게 “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인데, 너무 좋다. 당신들도 예수 한번 믿어 봐라”고 전도했다. 당장 예배드릴 곳조차 없는 상황 가운데에서도 전도할 힘과 마음은 살아 꿈틀대고 있었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엑소더스교회는 지역사회의 불우한 아시안 이웃을 돕기로 결정하고 1/30조를 시작했다. “우리처럼 힘든 사람이 또 있을텐데 우리가 나서서 돕자”는 생각은 극한 절박함이 준 선물이었다. 이 1/30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엑소더스교회는 또 다른 한 미국교회로부터 거절당했다. 과거에 한인교회에 건물을 빌려 줬다가 갈등을 겪은 이 미국교회는 한인교회라는 말만 듣고 바로 거절한 것이었다. 그런데 거절 통지문을 받은지 몇주 후 다시 통보가 왔다. 이번에는 이전과 반대로 “빌려 주겠다”는 것이었다. 엑소더스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은 미국교회가 한번 더 한인교회를 믿어 보기로 한 것이었다.

이철원 목사는 한인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매주 미국교회 스탭 미팅에 커피와 도넛을 사들고 참석했다. 목회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교회 사용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그 교회에서는 이철원 목사에게 사무실을 만들어 줬고 두 교회가 함께 VBS도 하면서 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제 좀 안정되고 정착될만한 5년째가 되던 해에 “나가 달라”는 통보를 또 받았다. 그 교회는 이민 개척교회를 돕는 의미에서 5년동안 교회를 빌려 주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개척교회에 빌려주는 것이 정책이었다.

두번째 교회를 이전할 때는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한번 겪으며 하나님의 이끄심이 얼마나 더 큰 선물을 약속하는지 믿기 때문이었다. 현재 버팔로 그로브에 자체 성전을 마련하게 된 것도 이때다. 당시 한 미국교회가 성전을 팔기 위해 내놓은 것을 우연히 전해 들은 이 목사는 이 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후, 교회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 교회를 사려고 준비하는 교회가 엑소더스교회 말고도 3곳이나 더 있었다. 마침 이 교회 담임목사는 엑소더스교회가 이전에 빌려 쓴 미국교회 담임목사와 친분이 있었고 엑소더스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교회를 구매하려는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이 교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엑소더스교회에 건물을 팔았다. 이 미국교회의 성도들은 예배드리던 성전을 팔았지만 교회에 대한 사랑과 향수 때문에 교회를 빌려 쓸 것을 청했고 엑소더스교회는 흔쾌히 이 건물을 미국교회에 빌려 주었다. 미국교회의 도움을 받던 엑소더스교회는 이때부터 미국교회에 예배당을 빌려주는 ‘특별한 교회’가 됐다.

이렇게 두 차례 힘든 강을 건너온 엑소더스교회는 “젊다”. 9년만에 어른 130명. 어린이 80명으로 성장했다. 9년간 세례 준 사람만 50명에 달한다. 이민교회에서는 드물게 불신자와 교회를 떠난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엑소더스교회의 전략은 “출애굽은 하나님이 시키신다”는 믿음이다. 다시 설명하면 “우리는 인도할 뿐이고 전도는 성령이 하신다”는 말이다.

엑소더스교회는 각종 전도집회를 통해서 불신자들을 초청한다. 친척, 친구, 이웃, 직장동료, 거래처 등 성도들의 손길이 닿는 모든 사람들이 초청 대상이 된다. 엑소더스교회가 하는 일은 많이 초청하는 일, 잘 섬기고 전하는 일, 그리고 또 초청하는 일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초청하고 만나고 연락하다 보면 성령이 그들의 마음 속에 말씀하셔서 복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바로 가을에 열리는 Fall Fest다. 이 행사는 엑소더스교회가 개척하고 미국교회를 빌려 쓸 때부터 거의 매년 열려 왔다. 해가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문화공연과 성도들의 따뜻한 섬김, 정성스런 음식과 선물로 불신자와 교회를 떠나 있었던 사람들에게 다가선다. 올해 행사는 9월 27일 오후 4시 30분이다. 성도들은 교회 주차장에서부터 본당까지, 본당에서 친교실까지 모든 발걸음과 순서가 불신자들에게 친근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안내, 무대 디자인, 음향, 홍보, 찬양, 중창, 드라마, 식사, 사진, 조명, 영상, 선물까지 분야별로 나뉘어 준비 중인 성도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행사를 위해 벌써 40일 릴레이금식기도와 특별새벽기도회가 시작됐다.

▲엑소더스교회가 개최하는 Fall Fest 중 드라마의 한 장면.
이렇게 한차례 불신자 초청행사를 하고 나면, 계속되는 행사들이 불신자를 교회로 계속 초청하게 한다. 올해 Fall Fest 후부터는 금요찬양집회가 신설된다. 이번 행사 전에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VBS를 했으며 이 VBS 참가자들도 이번 행사에 초청한다. 릴레이 경주를 하듯이 계속되는 행사들이 엑소더스교회와 불신자 간의 거리를 좁혀 주며 이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전도가 된다. 엑소더스교회 성도 중에는 2-3년씩 시간을 두고 교회로 와서 등록하고 교인이 된 사람도 많고 어떤 이는 7년동안 계속되는 교회의 관심 속에 결국 전도돼 현재 직분을 받고 불철주야로 교회를 섬기는 일꾼도 있다.

지난 9년간 생명이 태어나고, 생명이 자라고, 생명을 전하는 사역을 해 온 엑소더스교회는 향후 10년을 ‘하나님이 보이는 교회’라는 비전 아래 사역하려 한다. 마지막 날까지 불신자를 향해 출애굽을 선포하고 또 스스로도 하나님의 구속사 가운데 날마다 출애굽 해 가는 교회로 성장해 갈 엑소더스교회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