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자 사모의 가슴에 쌓인 남모를 눈물이 한바탕 웃음 속에 날아갔다. 9일, 10일 양일간 시카고지역한인교역자회가 개최한 제1회 목회자 사모 컨퍼런스에 참석한 30여명의 사모들은 목회자이면서 사모이기도 한 최선주 박사의 주제강의를 듣고 서로 교제하고 찬양하면서 이번 세미나의 주제처럼 “자유함과 치유”를 맛보았다.

우연히 사모가 된 것이 아니라면

▲강의하는 최선주 박사
최 박사는 사모로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 놓으며 사모들의 마음 문을 열었다. 최 박사는 “심장내과 의사의 아내가 심장에 관해 잘 모른다고 책망받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모들은 성도들로부터 성경적 지식, 영적 능력, 기도의 능력은 물론이고 식사 준비, 교회 청소, 친교와 교제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할 것을 기대받으며 마치 투명한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주목받는다”고 토로했다. 사모들을 향한 높은 기대치로 인해 사모들은 사람들의 눈과 입이 무서워지고 극심한 우울증이나 피해망상증에 빠지곤 한다. “저는 사모가 되려고 한 적도, 사모가 될 줄도 몰랐는데, 왠걸 제 남편이 목사가 됐네요. 여러분 중에 혹시 중학생 때부터 사모 되려고 서원기도 하신 분 있어요?” 물론 아무도 없었다. 최 박사의 장난기 섞인 질문에 좌중은 한바탕 폭소했지만 최 박사는 “우리가 어쩌다가 우연히 목회자와 결혼해서 사모가 된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이런 사명을 주신 것인지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사명이라면 하나님께서 동행하시며 도우실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이런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며 목회의 내조자이자 동역자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다와 마리아에게서 이상적 사모상을 찾아라

최 박사는 10년 넘도록 남편의 목회를 뒷바라지 한 사모이면서 동시에 게렛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자신도 개척교회 목회에 뛰어든 목회자답게 말씀 속으로 사모들을 이끌었다. 최 박사는 “제대로 사모 역할을 하려면 교회 부엌으로 들어가라. 부엌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모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마리아처럼 고상한 것, 영적인 것도 좋지만 마르다처럼 섬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최 박사는 “흔히 말씀을 듣는 마리아는 칭찬받고 일만 한 마르다는 책망받은 것처럼 성경을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경은 손님 대접하는 일을 귀하게 보고 있으며 예수님 역시 예수님과 자신을 찾아 온 사람들을 잘 대접하는 마르다의 헌신을 귀하게 보신다. 그래서 마리아를 향해 불평하는 마르다의 모습을 경계하시면서도 “몇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 하더라도 족하다”고 위로하신다.

물론 사모의 마리아와 같은 역할도 중요하다. 그 시대 상황에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남성들을 다 제치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발 아래에 앉을 정도였던 마리아처럼 사모들은 주님과 관계가 확실히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어떤 면에서 뻔뻔하다 할 정도로 보이는 마리아의 ‘마음의 동기’를 아셨던 주님은 마리아를 위해 ‘좋은 편을 택하였다’고 변호해 주신다. 최 박사는 “끝없이 섬기고 일만 하다 보면 탈진하기 쉽다”면서 사모들에게 매일 7분 영적 훈련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모든 것을 잊고 주님의 뜻에만 초점을 맞추어 2분간 기도하고 5분간 성경을 읽는 것이다. “여러분, 기도하려고 눈 감아 보세요. 밀린 일들이 막 떠올라서 기도도 안되고 당장 뛰어 가게 되죠? 우리가 목회를 한다고 하면서 이 7분도 할애할 여유를 갖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매일 7분간 스스로 훈련하면서 그 시간을 점차 늘려가면 어떨까요?”

상담과 교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

최 박사는 시카고신학교에서 심리학으로 Ph.D. 학위를 취득한 후, 노스웨스트병원에서 임상목회 레지던트로, 노스팍대학교에서 외래교수로, 일리노이주립대(시카고) 병원에서 원목으로, PCUSA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 컨설턴트로, 게렛신학교에서 라이프코치 등을 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에 의거해 강의를 이어갔다. 최 박사는 특히 목회자 가정에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해 가면서 다양한 사례와 해법을 제시했다. 사모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위와 주변 사람들의 눈 때문에 상담을 꺼리고 모든 문제를 덮어만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경우 문제는 더욱 안으로 곪아 들어가게 된다. “고인 물이 썩고 환기되지 않는 공기가 탁하듯이, 우리 사모들도 생각을 계속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면 그처럼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최 박사는 심리치료 전문가와 상담, 사모들 간의 교제 등을 중요한 해법으로 꼽았다.

사모들의 마음, 활짝 열린다

이번 세미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교역자회의 깜짝 이벤트였다. 세미나 둘째날 목회자들이 세미나 장소를 방문해 카드와 꽃을 사모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몇 년만에 받아 보는 남편의 꽃과 사랑이 담긴 카드는 사모들이 수년간 겪은 아픔을 한번에 날려 버린 듯 했다. 목회자들은 전날밤 카드를 사서 밤새도록 직접 썼으며 꽃은 교역자회에서 마련했다고 한다. 최문선 교역자회장은 “목회자들이 그동안 사모들에게 못 해 준 것도 많고 신경 써 주지 못한 것도 많았는데 사모로서의 고충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사랑을 작게나마 표현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 애플톤 시온연합감리교회 곽정남 목사(우)와 곽인숙 사모(좌)
이번 세미나는 열린 것 자체로서 좋았다는 평가다. 위스콘신 애플톤 시온연합감리교회 곽정남 목사의 아내 곽인숙 사모는 “늘 교회에서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 섬기기만 하다가 이렇게 나를 위한 행사가 열리니 생소하기도 하지만 나도 특별한 존재이고 특별한 섬김을 받을 수 있다니 감격적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곽 사모는 “그동안 목회 현장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이해가 되고 스스로 정리가 되는 유익한 강의였다”면서 “다음 세미나에서는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사모들 간에 교제하는 시간이 좀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곽 사모는 “다른 사모들과 밤새 이야기 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 “남편에게 꽃을 받으니 정말 좋더라”고 덧붙였다.

함께 참석한 곽정남 목사는 “늘 아내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작은 것에 감격하는 아내를 보며 좀더 자주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아내에게 감사하게 됐다. 이번 기간동안 특히 목회자 가정 십계명이 아주 유익했다”고 전했다. 목회자 가정 십계명은 최선주 박사가 사모들에게 “남편과 함께 보라”며 전달한 것으로 “1.가족을 위해 시간을 가져라. 목회자 가정이 건강해야 목회도 건강하다. 2.목회자들은 가장으로서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해라. 많은 목회자 가정이 홀부모 가정 같은 환경인 경우가 많다. 3.배우자를 이해해라. 목회자와 사모가 함께 소명받은 것이다. 4.아내의 사생활을 지켜 주어라. 아내를 깎아 내리는 예화를 설교 중에 들지 말고 사전에 의논하고 집에 손님을 초대해라. 5.가정의 필요를 공급해라. 소명을 받았다고 무책임한 가난이 정당화 되지 않는다. 6.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두려워 해라. 7.탈진되지 않도록 주의해라. 8.설교한대로 행동하고 살아라. 배우자의 설교를 듣고 그대로 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을 이해해라. 9.배우자를 격려하고 후원해라. 10.배우자의 재능과 공헌을 존중해라”다.

▲이번 세미나 기간동안 참석자들은 찬양과 기도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다.
교역자회가 최초로 개최한 이번 사모 세미나는 최선주 박사의 강의와 각종 심리 테스트에 더해 사모들 간의 교제와 상담, 신정철 목사가 인도한 찬양 코이노니아 시간, 새벽기도회와 워크샵 등으로 알차게 구성됐다. 교역자회 여성가족부장이기도 한 최선주 박사는 “향후 사모들 간의 소그룹 모임이나 월례회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사역을 계속해 가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