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가 과거 정치적 아젠다에 깊이 관여해 강경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던 기독교 우파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美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10년간의 경향을 분석,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기독교 우파와는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조엘 헌터 목사(노스랜드처치, WEA 북미협의회 이사)와 릭 워렌 목사(새들백처치)를 꼽았다. 두 인물에 의해 대표되는 새로운 성향의 복음주의 리더십은 이슈와 정치적 접근 방식에서 기독교 우파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기독교 우파의 ‘얼굴’인 제임스 돕슨 목사(포커스온더패밀리)나 랠프 리드 목사(크리스천코얼리션) 등 전통적 지도자들이 한결 같은 이슈들(동성애, 낙태)을 고집해 온 반면, 새로운 성향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기독교 우파가 비교적 덜 중요하게 다뤄 왔던 이슈들(빈곤, 에이즈)로 관심의 영역을 넓혀 왔다.

이들은 전통적 이슈를 버리지 않았으며 보수적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몇 가지 이슈에 국한된 듯한 복음주의의 이미지를 벗고자 때로는 ‘소모적’으로 느껴지던 기독교 우파의 전략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기꺼이 그래야 한다”는 기독교 우파의 방식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보다 상냥하기(nicer)’를 선택한 이들에게서는 과거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을 전투적으로까지 비춰지게 했던 ‘동지가 아니면 적(with-us-or-against-us)’이라는 식의 정치적 접근법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심지어 기독교 우파의 옛 인물들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 이슈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그들이지만, 거듭된 정치적 실패는 그들에게 깨달음을 안겨 줬다. 예로 랠프 리드 목사는 최근 그의 단체의 시민 회원들에게 “더 젊어지고, 더 세상과 발을 맞추며, 덜 강경해질 것”것을 주문했다. 포커스온더패밀리의 새 회장인 짐 댈리 목사는 제임스 돕슨 시절의 전투적 어조를 버렸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미국의 정치적·사회적 환경 가운데서 변화가 불가피해진 복음주의 운동이 헌터-워렌 식의 새로운 대안적 리더십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