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치 체계의 핵심인 주체사상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지나며 많은 변화 과정을 거쳤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수령을 신으로 숭배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포함돼 있다. 북한 주민들은 수령을 신격화하는 주체사상을 어떻게 믿고 절대화하게 됐을까? 켄터키중앙장로교회 김웅기 목사(기독교 교육학 Ph.D.)는 09 북한선교학교 둘째날인 14일 “북한 사회의 무속적 특성과 선교”라는 강의를 통해 그 근거를 한국의 무속문화에서 찾았다.

주체사상은 인간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인간 위주의 철학적 세계관으로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강조한다. 자주적 인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유일신앙인 기독교를 철저히 배격해 왔다. 그러나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인간은 “절대자 수령의 영도를 받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며 자주성에 있어서 자체적 모순에 빠졌다.

김 목사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처음부터 수령 위주의 주체사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며 내적 갈등과 저항을 겪었다. 그러나 그들이 결국 이 주체사상을 받아들이고 신봉하게 된 것은 한국의 무속적 문화 토양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무속은 인간의 현실적 유익과 평안을 귀신에게 구하며 귀신의 노력을 통해 그 유익이 가족에게 미치기를 원하는 성향이 강하다. 주체사상도 인간이 현실의 평화와 안녕을 누리기 위해서는 수령이 필요하고 수령의 헌신을 통해 가족과 민족, 나라가 평안하길 기원한다”며 두 사상을 비교했다. “수령 숭배와 무속 숭배가 형식적인 면, 내용적인 면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기에 주체사상이 북한에 그나마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김 목사는 “무속은 귀신을 불러내 귀신이 인간을 위해 축복하고 나면 그를 떠나게 한다. 그러나 수령은 주민에게 절대적 복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무속은 그 축복이 가족에게 미치길 기원하지만 주체사상은 국가와 민족적 단위에까지 미치길 기원한다.

수령 중심의 주체사상의 미래에 관해 김 목사는 “북한의 소설이나 책을 보면, 김일성이 주민들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상당히 많다. 한국인의 심성 속에 수천년을 이어온 무속적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수령의 입지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러나 수령이 주민을 위해 일하기는커녕, 그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다스린다면 그 권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북한 내에서 주민들의 인권이 땅에 떨어지면서 김정일 정권을 향한 내부적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목사는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3대까지 세습 독재를 감행할 때, 과거 수령을 향한 맹목적 존경은 사라지고 그들의 폭압적 통치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김 목사는 “인간이 인간의 이익을 좇아 가면 반드시 망한다. 예수가 인생의 주인이 될 때 그 인생이 복되다. 감언이설로 인간의 가치를 말한다 해도 그 길은 곧 사망의 길”이라며 강의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