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의 기원과 구조

학교는 인간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전시킴으로써 인격형성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교육을 시키는 목적 집단이다. 학교에 해당하는 영어의 School, 독일어의 Schule은 어원으로 보면 라틴어 Schula, 헬라어 Skhole로 본 뜻은 '한가 또는 한가로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Skhole의 학교적 의미는 고대 헬라사회에 있어서 부유한 귀족들이 노예들에게 생산활동을 전담시켜 놓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수단으로 날마다 한자리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노래부르고 춤추며, 인생을 즐기는 가운데 교양과 상식 등이 교환되었고 이로써 서로 깨치고 영향을 미쳐 교육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 교육현상은 인간사회의 성립과 동시에 생겼고, 교육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와 같이 출발하는 것으로 학교는 항상 사회의 필요에 적응하면서 사회의 요구에 따라 발생하여 발달해 왔다.


1. 고대, 중세, 근대 사회와 학교

고대사회의 교육은 어린이가 사회의 성인으로 성장해 가면서 책임감 있는 사회 내에서의 위치와 의무를 다하기 위해 치르는 성년식(initiation ceremony)이 학교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점차 국가의 조직이 생겨나면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학교는 소수 지배자를 위해 조직되어 많은 사람들과는 무관했다.

중세 이후에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 의해 교회, 사원 등에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읽기, 쓰기, 셈하기에 대한 초보적 교육을 받았고 주로 교회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고전 교육에 치중했다. 이 시대 가장 큰 특징은 대학의 시작이다. 중세사회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사회로 학문 역시 기독교의 교의에 관한 연구가 행해졌고 주된 담당자들은 성직자였다.

점차 근대사회로 발전되면서 농업생산능력이 안정되고 상업이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상업도시의 발달, 귀족이 아닌 시민계급의 대두는 교육의 범위가 성직자들을 양성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확대되었다. 시민들의 도시 생활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했으며 학교의 서민화가 촉진되었으며 신학 이외의 법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을 확대하고 교양을 확충하게 되었다.

13세기 칼 대제 이후 교회 부속학교의 확대도 이루어졌고 산업화의 진전과 유럽도시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학교의 세속화와 서민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특정 계급을 위한 학교제도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개방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근대학교의 탄생과 공교육제도가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발전을 촉진시킨 계기는 16세기 종교개혁이다. 루터는 종교개혁의 불가결한 요소로 교육의 개혁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취학시키는 것은 부모나 시민, 기독교도로서 책임과 의무이며 독려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며 권한이다▲학교를 설치한 의무는 시정부에 있다▲의무교육은 공금으로 행해져야한다고 제창했다. 그러나 농민 전쟁, 종교 전쟁으로 교육개혁 움직임이 정체되는 가운데 실제 공교육제도가 법제화된 것은 1642년 고타학교령이었고 100년 후 계몽군주 프리드리히가 의무교육제도를 정비, 이후 프랑스 1867년, 영국 1876년, 프랑스 1880년대, 독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의무, 무상교육이 실현되고 미국에서는 20세기 초까지 근대적인 학교제도가 실시되었다.

2. 20세기 학교

20세기에는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학교제도의 개혁운동이 일어난 것이 주목될 만한 사실이다. 의무교육 강화로 초등교육부터 전기, 후기 중등교육까지 실시되는 현상은 학력 상승과 지나친 학력 경쟁 유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 학교 존재를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탈학교 운동, 기존 학교 제도를 뛰어넘은 대안적 학교 등이 제창됐다.

일리치(I. Illich)와 라이머(E. Reimer)로 대표되는 탈학교론자들은 교육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정 연령의 아이들이 의무적으로 이수할 교육과정의 전일제 수업에 출석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인 현상일 뿐이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통해 학교에 가둬두는 것으로 주장한다. 또 기술문명사회에서 학교가 보편적인 종교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면서 사람들에게 그 사상을 받아들이게 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학교가 사회구조의 불평등함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학교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학교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제, 퇴학 당하는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장으로 떠오른 대안적 학교(alternative school)는 자유학교(free school), 미니학교, 새로운 학교(new school), 벽 없는 학교 등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대안학교는 학생과 부모의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고 기존 학교 제도를 유연한 구조로 만드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적인 학교 이해

인간의 문화적, 역사적 산물인 학교제도는 전적으로 인간적인 기원만으로 볼 수 없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법 내에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사회적 활동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제도나 경제제도 등 역사 발전과정에서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나타난 제도와 마찬가지로 학교 또한 마찬가지로 여기고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려는 동일한 목적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수, 학습이라는 형식 구조화된 활동을 통해 독특한 규범, 구조,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간에 의해 폐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문제

학교교육 문제, 교육현장의 문제와 공교육의 위기는 '권위실종, 학원 폭력과 도전받는 교권, 불신 받는 공교육, 학교교육의 부실'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를 어디에서 보냈느냐에 따라 세대 구분을 하는데, 6.25전쟁을 청소년기에 체험한 50대의 전쟁세대, 4.19혁명과 6.3 시위로 대표되는 60년대 시위세대, 긴급조치로 상징되는 70년대 유신세대, 신군부 등장과 민주화 투쟁으로 상징되는 80년대 모래시계세대, 경제적 풍요와 편애, 방목 속에 키워진 자기애적 세대, 어느 세대에도 영향 받지 않고 자의적, 독자적 방임적으로 의식구조를 형성해 온 방목의 세대 등이 혼재하는 가운데 성장과정의 격차, 교육의 격차, 문화적 격차, 역사의식의 격차, 생활의 격차 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화와 토론에서 갈등과 괴리감을 조장하고 세대 차, 가치관 차 등이 생기게 하는 원인이다.

그 결과 교직사회 권위를 실종시키고 학원 폭력의 악화를 가져왔다.

학교의 교권 실추는 권위와 권위주의의 혼동과 함께 다만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법원에서 사법권의 권위, 사회에서 연장자의 권위, 부모의 권위 등이 존중받지 못하고 윤리, 도덕적 가치관의 상실 등을 잃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윤리의식, 도덕적 행동, 공중 도덕심은 쇠퇴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학생들의 교권 침해사례는 1997년 36건에서 98년 70건, 99년 77건 등 2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노출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그 증가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 악화되는 학원 폭력의 실태를 보면 1994년 학교내 학생 및 불량배에게 폭력을 당한 청소년 비율이 서울 시내에서 50%로 초등학생 54.7%, 중학생 27.2%, 고등학생이 11.6%였으며 주로 남학생(62%)이 대상이었으나 여학생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994, 청소년대화의 광장). 95년에는 전국 8,504,050명의 청소년 중 3개월(9월16일~11월23일)간 약 7.2%가 피해를 당했고 구타당한 경험은 전국 남학생의 30%, 여학생의 10%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폭력으로 29,770명을 적발, 9,068명을 구속했으며 피해학생은 약 61만명이라고 한다.

서울가정법원 고년자원보호자 협의회 1996년 통계(5월~7월)에 의하면 전국 초중고교학생과 교정시설수용자 등 2,934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 1년 동안 학교에서 구타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남학생 49.8%, 여학생의 38.5%였으며, 1년 동안 누구를 때린 적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남학생의 52.5%, 여학생의 24.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94년도에 중고교생 중 정학, 퇴학, 근신 처분을 받은 학생은 4,044명, 95년에는 8,700여명, 96년에는 7,666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 청소년 폭력 예방재단에서 96년 상담한 923명의 학생폭력 피해자들은 폭행장소로 학교 안이 63.3%로 가장 많고 등하교길이 6.7%, 집 근처 6.1% 순이었다. 또 피해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도 33.2%로 밝혀졌다. 이들 중 여학생의 비율도 35%를 차지해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한편 교권도전 사건과도 관련된 폭력 사태 또한 증가하고 있다.

세번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입시 성적 위주의 학력사회, 출신교로 출세와 실패를 판가름하는 사회와도 연관되어 있어, 상급학교 입시 성적에 따른 학보무의 성화에 시달리는 교사, 과외의 성행, 교사의 열악한 사회, 경제적 지위 등의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 1999년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의 교사 450명과 중고교 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60%가 학생 10명 중 3명만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학생들도 절반이상이며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는 학생들은 21%, 사회에서 졸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학생이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부실 문제다. 지식, 암기식 입시교육은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가진 학생들의 창의적 능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2001년 인천광역시에 소재한 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교실붕괴 현상의 진행에 대해 학생은 '대부분 지역에서 많은 교실에서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가, 교사는 '많은 지역에서 일부 교실의 현상'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학생은 '조금 걱정된다'가 29.9%, 교사는 '매우 걱정된다'가 56.7%로 가장 높이 나타났다. 이러한 교실붕괴의 원인에 대해 교사는 '정부 당국의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잘못된 민주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학부모 때문'이라고 주로 생각했으며 하생들은 '성적중시,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이나 '교사의 구태의연한 지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붕괴 현상의 원인 중 교육정책에 관한 문제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는 '개성과 적성, 창의성과 다양성을 살릴 수 없도록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가장 심각하다고 대답했으나 그 비율은 각각 24.3%, 43.1%로 학생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일본에서 이미 나타난 학교붕괴 현상은 집단 따돌림 현상, 등교거부, 교내폭력, 학생의 교사 살해 등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학교실패, 학교거부, 교내 총기 난사사건 등 학교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학교붕괴가 근대의 보편적 양상으로 문제를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실패를 과감히 인정해야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학생 차원, 사회 차원, 정부 차원, 가정 차원, 학교 차원, 교사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정영찬. 학교교육의 Curriculum에 대한 기독교 철학적 고찰, 2001.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