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부인이 죽어 심판관 앞에 갔다. 부인이 살아온 생의 기록을 아무리 조사해 봐도 부인이 자비를 베푼 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 한 번, 굶주린 거지에게 당근 하나를 베푼 것이 유일한 자비였지만, 아무리 작은 자비라 해도 그것은 소중한 것이기에 그 부인은 하늘나라로 올라가도록 결정되었다.

심판관은 거지에게 주었던 그 당근을 법정에 가져 오게 해서 부인에게 주었다. 부인이 당근을 잡는 순간 당근은 마치 보이지 않는 줄에 의해 올려지듯이 위로 올라갔고, 부인은 당근을 잡고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때 거지 한 사람이 나타나 부인의 옷자락을 잡고 같이 하늘로 올라갔다. 또 다른 사람은 거지의 발을 잡았고 그도 하늘로 올라갔다. 이내 당근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부인은 아무런 무게도 느끼지 못한 채 당근을 잡고 하늘만 바라보며 올라갈 뿐이었다.

그들은 점점 높이 올라가 드디어 하늘 문 앞에까지 오게 되었다. 천국 문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땅의 모습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다본 부인은 그 때서야 자기 뒤에 줄지어 매달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부인은 화가 났다. 그는 오만하게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쳤다. "놔요, 놔! 이 당근은 내 것이란 말예요!" 부인이 손을 휘젓느라고 잠시 당근에서 손을 놓아 버렸을 때, 부인과 함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당근 하나를 거지에게 준 일이 기록으로 남고, 바로 그 작은 일 때문에 노부인이 하늘나라에 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고도 귀하게 들린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지극히 작은 일도 하늘은 기억하시는 것 같다.

부인에게 당근을 받은 거지 또한 부인의 옷자락을 잡고 하늘로 오르고, 또 거지와 관련이 있던 자는 거지의 발을 잡고 하늘로 오르고, 당근 하나로 시작된 사랑이 많은 사람들을 하늘로 오르게 하니, 사랑은 많은 사람을 살려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이 당근은 내 것이라며 부인이 거만한 손짓을 할 때 모두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당근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당근 속에 담긴 사랑이 모두를 하늘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부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내 손에 있지만 그것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남과 나눌 때 많은 이들을 살리는 사랑이 되지만, 욕심과 교만으로 눈이 어두워 내 손에 있는 것을 오직 내 것이라 고집할 때 결국은 모두가 망하게 되는 법, 당근 하나가 전해 주는 작지만 귀한 교훈을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한다.

기독교 사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