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마지막 인터뷰는 1923년 창립돼 지난 86년간 한인 이민사회와 고락을 함께 해 온 시카고 지역의 장자교회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의 김광태 목사다. 제일교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나 김광태 목사 부임 후 성전을 완공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목사는 현재 시카고지역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교협 비영리 기구 등록 등 큰 사업과 지역교회를 격려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서울신대(B.A.), 서울신대 대학원(M.Div.)에서 신학을 공부한 성결교 목사다. 한국에서는 서울성결교회, 아현성결교회 등에서 목회했으며 육군군목도 경험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면서부터 연합감리교단과 인연을 맺어 그린스보로한인연합감리교회, 미네소타한인연합감리교회를 거쳐 5년 전 제일교회로 부임했다. 듀크대학교 신학부에서 Th.M.을 수료했고 현재 웨슬리신학교에서 D.Min. 과정 중이다.
-올해도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나 갔습니다. 교협회장이 되기 전과 된 후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회장되기 전과 후에 교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되기 전에는 교협이 개신교회 연합체인데 그 연대가 참 약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행사와 사업을 주도해 가면서 그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연합회의 일에 참 참여가 안된다고 하는 말을 체감하게 된 것입니다.
-왜 그렇게 참여율이 낮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3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는 연합의 중요성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의 인식 부족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지라도 당장 개인적인, 개교회적인 일이 바쁘기 때문에 동참을 못합니다. 세번째는 연합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홍보 부족 때문입니다. 세번째 경우는 몰라서 못 참석하는 게 되겠습니다.
연합에 대한 인식 부족은 신학적 문제이며 그 사람의 신앙관에 근거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목회자나 평신도 지도자들이 복음화의 전략적인 면에서 신학적 검토를 해야 합니다. 바쁘다고 하는 문제는 목회자가 연초에 목회 계획을 세울 때 올해는 연합사업에 이만큼 참여해야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합니다.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부활절 연합예배나 할렐루야 대회 등 연합행사가 있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이 정도는 염두에 두고 1년 목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곧 세번째 문제와도 연결돼 있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미리 알려 주어야 개교회도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요.
저는 교협회장을 하며 미리미리 한다고 했는데 늘 늦었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최소한 6개월, 1년 전에 행사 계획들이 발표 되어야 합니다. 차기 회장인 신광해 목사님에겐 2010년 교협의 계획은 올가을까지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보통 목회자들이 10월 중순이면 목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그 전에 교협의 계획이 나와야 목회자들이 참여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연말에 있는 총회에서는 1년의 계획이 발표되어야 합니다.
-중요성도 알고 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실질적으로 참여를 안하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좀더 실질적으로 보면 연합은 목회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연합의 중요성을 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연합함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만 따지려 합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있다면 참여하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연합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적으로 이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멀리 내다 보고 연합이 얼마나 중요한 명령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요즘은 어느 교회든 선교에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 정도 열정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교회의 연대를 추구해 간다면 어떨까요? 연합도 선교와 마찬가지로 당장 내 교회, 내 목회에 도움은 안되더라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교회의 연합 사역은 미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늘 먼저 추진했습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공동의 목표를 놓고 기독교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자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연합사역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후에 정치적인 요인 등이 가미되며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개교회 목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회자들이 원하다면, 교협이 그런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연합사업으로 목회자들이 목회에 얻을 수 있는 유익에 관해 교협에서도 늘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교회 목사님들이 연합사역이나 프로젝트를 자신의 교회와 어떻게 연결시키고 활용하느냐 입니다. 연합 사역 속에서 스스로 목회의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우리가 그것까지 직접 줄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 연합사업인 세계한인선교대회를 보면, 어떤 목회자는 성도들을 이 대회에 동원해 선교 훈련과 섬김 훈련을 받도록 합니다. 선교대회라는 행사 속에서 자기 교회 성도들에게 유익을 주고 목회에 도움을 얻습니다. 작은 교회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런 훈련을 할 수 없으니 연합 행사에 성도들을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행사의 일부분은 맡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행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주도하는 쪽에 일방적으로 해 달라고 하면 많은 경우 개교회 목회와는 관계없는 일이 되기 쉽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이번에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는데 한 교회가 호스트를 하게 됐습니다. 이 교회는 전 성도들이 이 예배를 함께 준비하면서 지역 사회에 교회를 홍보하는 기회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 성도들이 왔을 때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섬기면서 봉사의 기쁨도 느꼈고 무엇보다 교회가 하나로 단결되는 유익을 누렸습니다. 연합사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개교회 목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연합사업에 작은 교회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면도 있습니다. 보통 연합사업을 하면 큰 교회만 드러나고 작은 교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연합 행사에 다녀 오면 작은 교회가 심리적으로 위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합사업을 할 때는 큰 교회는 가능하면 과시를 자제해야 할 것이고 작은 교회는 큰 것보다 독특한 면에서 봉사하면 됩니다. 성가대가 안되면 찬양팀으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행사 순서지를 나누어 주는 일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일에 참여하고 나면 성도들은 우리도 시카고 교계의 중요한 일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도들이 모르는 게 아닙니다. 계속 참여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마이너리티로 남겨집니다. 참여해 갈 때, 성도들도 자신의 교회에 긍지를 갖고 더 사랑하게 됩니다.
다만, 아무래도 연합행사는 인원동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큰 교회는 작은 교회를 돌볼 수 있는 배려를, 작은 교회는 과감하게 참여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카고 지역의 교회 분열이 연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열은 마음의 아픔이 됩니다. 그리고 싸우고 나갔으니 당장은 그들을 보기가 싫겠지만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 상처를 치유받고 극복해야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단 분열됐으면 거기에도 뜻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인간의 연약성과 부족함 때문에 그리 됐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분열시킨 것은 아닙니다. 같이 살진 못해도 서로 원수가 되어서 으르렁 거리는 것은 신앙적이 아닙니다. 싸울 때 싸웠더라도 복음화를 위해서 연합해야 합니다.
-연합사업을 할 때 교회가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을텐데요.
연합사업에는 인적, 물적, 영적 부담이 따릅니다. 가만히 있으면 부담도 없지만 아무 것도 안됩니다. 부담감을 사명감으로 바꾸어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합니다.
-연합의 중요성을 신학적인 면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먼저는 주님이 우리에게 하나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도 세 분이지만 한 분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그러하고 예수님도 우리보고 하나되라고 하셨습니다. 신앙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사랑이라는 삶 자체가 하나되는 것입니다. 연대와 연합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선교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선교하기 위해서는 연합군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지역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영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주제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시카고 지역에서 교회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연합이 잘 되면 교회의 위상이 회복되고 목회자들의 위상도 회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위상을 높일까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봐야 합니다. 세상에 교회를 나타내는 방법이 연합 행사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 사람이 못 이루는 연대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하지는 못하지만 이상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그것을 교회가 실행해 보일 때 교회를 존경하게 됩니다. 교회가 존경스러우면 목회자도 존경받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교회가 우리보다 못하구나”라고 생각되면 교회에 나가지 않겠지요.
-교회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권위 실추 문제와 적지 않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갈등의 문제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 해결이 안됩니다. 주님이 오실 때까지 죄의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것과 같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문제는 신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가진 죄성의 문제입니다. 천사 중에도 천사장이 하나님을 거역하고 사탄이 됐습니다. 천사도 타락하는데 인간은 오죽하겠습니까? 에덴에서도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습니까? 이 세상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속의 죄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갈등과 분열이 없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것을 현실적인 문제로 조명해 본다면 첫째는 권력 싸움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권력을 잡고 싶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사람 2명만 모이면 이것이 생깁니다. 심지어 부부 간에도 있고 가족 간에도 있고, 친구 간에도 있습니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공동체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그 힘을 갖고 싶어 하고 교회에서 직분이 높을수록 그런 유혹을 많이 받게 됩니다. 목사나 장로의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은 “내가 이 교회에서 주도권 때문에 시험들지 않게 해 주세요”입니다. 지도자들이 이 문제로 인해 시험들지 않으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욕구이므로 초월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사탄의 이 시험을 이기셨지만 인간인 우리는 이길 수 없고 기도로 무릎을 꿇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둘째는 서운함입니다. 교회에서 서운한 일을 당하면 분쟁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첫번째와 같은 맥락이기도 한데, 적극적으로 보면 권력을 잡고 싶고 소극적으로 보면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관심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 때 교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을 시카고 지역의 독특한 정서 때문이라 분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카고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이 사는 곳은 똑같습니다. 다만 문화적 상황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집안에 할아버지가 계시면 우리는 화를 참습니다. 아무도 어른이 없으면 쉽게 싸웁니다. 이민사회는 문화적으로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 교회 안에서 같은 장로로 섬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장로님이 자신을 주일학교에서 가르쳐 준 장로님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도 참을 수 있고 설령 갈등이 생긴다 해도 사제지간의 정이 있기 때문에 큰 오해까지 빚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의 벽이 쉽게 와해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존경과 감사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교회 안에서 친구의 아버지, 형님의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로 성도들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때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민교회는 교회에 어른이 없으니 갈등이 발생하면 감정적이 되기 쉽고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이지 무슨 깊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고 분열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우린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안 보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갈등이 빚어질 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시카고는 한인 인구 이동이나 성장이 정체된 도시입니다. 엘에이, 뉴욕은 성도들이 오고 가는 순환이 이뤄지므로 문제가 생기면 이동하기 쉽습니다. 그냥 자신이 떠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카고는 교회 수도 적고 내가 밀려 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밀어내야 합니다.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전염되기도 쉽습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것과 자신이 처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옆의 교회가 싸우고 고소하고 신문에 광고내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스스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시카고는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기 때문에 왠만한 일이면 모든 시카고 교계가 알만한 일이 되고 맙니다. 이런 점이 나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일교회도 역사가 오랜만큼 분열의 아픔도 많았지요? 특히 김 목사님이 부임하셨을 때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교회에 제가 부임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부임 전에 들은 어려운 점은 새성전 건축 관계로 교인들이 좀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또한 새 성전 건축 자체가 계획된 일정보다 늦어지고 건축 비용도 예산보다 추가로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임하여 보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부임하여 첫 예배를 드린 주일에 그동안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하던 부목사님, 전도사님, 장로님 그리고 성도님들이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알아보니 그 분들은 바로 그 전 주일까지 교단 탈퇴 운동을 벌였던 분들이고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다른 교회를 개척한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 교회 역사 이래 그 때가 가장 어려운 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는 1923년에 창립되어 1963년까지 시카고 지역에 유일한 한인교회로 있었습니다. 70년대 이후부터 이민과 함께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90년대 초까지 계속 시카고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즉 제가 부임하기 10여 전부터 매년 교세가 쇠퇴하기 시작하여 제가 부임할 때 최저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교단 탈퇴 운동과 분열 개척까지 겪고 나니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또한 교회 건축도 계획했던대로 순조롭게 되지 못하고 건축비도 증가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죠.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우리 교회가 이 시련을 잘 극복한 것은 먼저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고백합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넘어 부흥하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오직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굳이 인간적인 어떤 요소를 찾아 본다면 저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몇가지 요소를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 하나는 외부환경적인 요인인데 그것은 우리 제일교회 이름이 시카고에서 잘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시카고에 오래 산 분들은 대부분 우리 교회를 잘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 뵌 많은 분들이 “시카고 이민사회 최초의 교회가 빨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부흥되길 바랍니다. 저도 기도합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셔서 저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런 일이 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민중들의 기도와 바람을 들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그것은 우리 교회 성도님들입니다. 제가 부임해서 첫 예배를 드릴 때 보니 성도 한분 한분이 다 마치 보석과 같았습니다. 다만 흙에 묻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교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를 지켜 온 분들이었습니다. 성도님들을 심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다 한 자리씩 해 내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 속에서 가진 자긍심이 있었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더 헌신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KUMC 전국지도자대회를 우리 교회에서 치르면서 저는 성도들이 가진 이런 능력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제가 부임한 후에 모든 성도님들이 합심하여 재정과 시간을 헌신하여 새성전 입당과 부흥을 이루었습니다.
-최근 시카고 지역에 부임한 목회자들에게 조언하실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카고에서의 입지가 상당히 약했습니다. 먼저는 성결교 목사인데 감리교로 왔기 때문에 같은 교단 내에서 선후배 관계도 없었고, 또한 미네소타에서 시카고로 오면서 연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연회 안에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지역의 목회자들이 같은 연합감리교 안에서나 또는 초교파적으로 저를 환영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교단 내에서나 교협에서도 임원으로 빨리 봉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시카고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목사에게 있어서 목회지를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교회만이 아니라 그 지역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연합사업이나 연합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내적인 면에서 제 생각 하나를 참고로 말씀드린다면 저는 교회의 어려움은 목회자와 평신도 간에 신뢰관계가 쌓여지면 자연스럽게 극복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성도님들과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처음 와서 여러 분들, 여러 그룹을 만나면서 교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중에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중에 저는 교회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 교회의 상황은 어떻고, 성도들은 어디서 어떤 상처를 받았고,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를 이 시대에 주님이 세우시기를 원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목회를 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목회에서 중요한 일은 어떤 교회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과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전략 개발입니다. 그 전략은 현장을 진단하지 않고는 세우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목회자가 부임하자마자 진단을 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비전과 목표를 내세우고 나름의 목회사역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기존의 성도님들과 많은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교회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전략을 세우는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를 진단한 후에 결과를 종합해서 여호수아 프로젝트, 느헤미야 프로젝트 등을 개발하고 성도들을 동참시켰는데 그것이 좋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하면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교회의 기대와 바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이뤄 나가기 위해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의 인적 자원도 파악해야 하고 재정은 어디에 집중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교회라도 자기들만의 특별한 상황이 있습니다. 이를 잘 진단을 해서 자기 교회의 어려운 점이 무엇이고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일해야 합니다. 특히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사람이 좋아하면서 잘 할 일을 맡겨야 합니다.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 보람된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은사입니다. 그 일을 맡기십시오. 연극할 사람에게 노래를 시키면 효과적이 못하다는 것이지요.
-교회의 불신자 전도에 관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저는 교회가 두가지 기능을 다 해야 한다고 봅니다. 불신자를 전도하는 것과 기존 신자를 잘 양육해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성도들 입장에서 보면, 인생의 방황은 하나님을 만나면 끝나고, 신앙의 방황은 좋은 교회를 만나면 끝난다고 합니다. 아무리 열정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좋은 교회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앙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없습니다. 전도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 아니고 말씀을 잘 가르치고 제자훈련을 잘해서 교회에 정착시키는 것도 사명입니다. 크리스천이 됐다면 제대로 훈련을 받아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되어야 낭비가 안 됩니다. 남아 있기만 하면 다 된 것이 아니고 잘 길러서 하나님 나라의 유능한 일꾼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회가 불신자 전도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전도에 효과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가 문화적 접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방전도가 통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입니다. 요즈음은 알파 전도 프로그램이나 셀교회(가정교회) 모델 등이 이 시대의 문화를 잘 수용한 전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전도가 됩니다. 시대 상황을 문화적으로 잘 이해하고 그런 문화사역을 잘하는 교회가 전도를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요즘 전도가 잘 되는 교회는 셀교회를 잘하는 교회, 문화사역을 잘하는 교회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다 외롭기 때문에 잘 케어 받을 수 있다면 교회는 안가더라도 그 모임은 갑니다. 거기 가면 인생 사는 이야기도 재밌게 하고 서로 기뻐하고 축하해 주고 하니 행복을 느낍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런 모임을 통해 불신자를 교회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문화사역입니다. 찬양, 연극, 사회봉사활동, 대지역사회 행사들이 좋은 예입니다. 오는 9월에 교협 주관으로 “어려운 동포돕기 달리기 대회”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이라도 누구든지 참여하시도록 초청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와서 함께 달리다 보면 인사하게 되고 사랑을 실천하고 전도도 될 수 있으라 봅니다.
보통 성장한 교회가 수평이동은 그만 하고 불신자를 전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이상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전에 속하였던 교회에서 돌봄이나 양육 그리고 훈련을 잘 받지 못해서 그 교회를 떠나 방황하고 있다면, 이러한 성도님들이 교회에서 잘 양육과 훈련이 되어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 되도록 하는 일도 귀한 일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교세를 늘릴 욕심만으로 이미 다른 교회에서 잘 섬기고 있는 분들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오게 하려고 한다면 잘못이라고 봅니다.
-제일교회는 1세 청년부 사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요?
저는 1세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1.5세를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1세 다음 2세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지만 인구 통계에 따르면 아직은 1.5세의 파고가 더 높습니다. 그리고 1세가 2세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언어 문화적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1세가 1.5세에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교회는 1.5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1.5세가 2세에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1세 청년들을 개발했습니다. 불과 2년만에 2명에서 30명으로 부흥했으니 성공적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 지역의 청년들을 보게 됐습니다. 이런 속도로 부흥이 된다면 5년 후엔 얼마나 더 부흥하겠습니까? 물론 이것을 수치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한편, 동시에 한인교회는 2세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2세는 1세의 자녀들이므로 생리적으로 더 끈끈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세를 위해서는 좀더 길게 보고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2세 목회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2세 목회자와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교회는 금년 여름부터 2세 지도자들을 키우기 위해 그들을 전국적인 컨퍼런스에도 보내서 훈련을 시키려 합니다. 보통 이민교회 유스가 영세하기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좋은 2세 목회자나 선생님을 만나서 지도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량이 개발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개교회의 영세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연합집회나 프로그램에 2세들을 동참시키고 도전을 주어야 합니다.
-끝으로 시카고 교계를 위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 시카고 이민목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연대해야 합니다. 현대는 다문화의 시대이고 다양한 니드(need)가 존재하는 시대입니다. 개교회가 모든 목회의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필연적으로 전문화의 시대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개교회는 개교회로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하고 사역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연합적으로도 해야 합니다. 연합사역은 언론, 방송, 문화, 봉사 등 다양한 특수 선교 영역을 개발해 가야 합니다. 이것은 개교회가 커버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므로 교계 전체가 연대해서 해야 합니다. 시카고 안의 문화적 흐름을 볼 때 시카고 교계 전체가 연대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제 시카고 교회가 연합해서 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저는 이번 할렐루야 집회 때 중국인 목회자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말쯤에는 아시안 목회자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시안 목회자들이 모여 공동의 이슈를 갖고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아시안들이 연대하면 이민문제, 소수자의 문제에 관해 정치권에 호소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판이 되면 우리 2세들은 더욱 주류사회 교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뒤에서 이 일을 후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하고 연대해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네. 오늘 인터뷰에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터뷰는 1923년 창립돼 지난 86년간 한인 이민사회와 고락을 함께 해 온 시카고 지역의 장자교회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의 김광태 목사다. 제일교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나 김광태 목사 부임 후 성전을 완공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목사는 현재 시카고지역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교협 비영리 기구 등록 등 큰 사업과 지역교회를 격려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서울신대(B.A.), 서울신대 대학원(M.Div.)에서 신학을 공부한 성결교 목사다. 한국에서는 서울성결교회, 아현성결교회 등에서 목회했으며 육군군목도 경험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면서부터 연합감리교단과 인연을 맺어 그린스보로한인연합감리교회, 미네소타한인연합감리교회를 거쳐 5년 전 제일교회로 부임했다. 듀크대학교 신학부에서 Th.M.을 수료했고 현재 웨슬리신학교에서 D.Min. 과정 중이다.
-올해도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나 갔습니다. 교협회장이 되기 전과 된 후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회장되기 전과 후에 교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되기 전에는 교협이 개신교회 연합체인데 그 연대가 참 약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행사와 사업을 주도해 가면서 그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연합회의 일에 참 참여가 안된다고 하는 말을 체감하게 된 것입니다.
-왜 그렇게 참여율이 낮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3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는 연합의 중요성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의 인식 부족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지라도 당장 개인적인, 개교회적인 일이 바쁘기 때문에 동참을 못합니다. 세번째는 연합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홍보 부족 때문입니다. 세번째 경우는 몰라서 못 참석하는 게 되겠습니다.
연합에 대한 인식 부족은 신학적 문제이며 그 사람의 신앙관에 근거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목회자나 평신도 지도자들이 복음화의 전략적인 면에서 신학적 검토를 해야 합니다. 바쁘다고 하는 문제는 목회자가 연초에 목회 계획을 세울 때 올해는 연합사업에 이만큼 참여해야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합니다.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부활절 연합예배나 할렐루야 대회 등 연합행사가 있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이 정도는 염두에 두고 1년 목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곧 세번째 문제와도 연결돼 있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미리 알려 주어야 개교회도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요.
저는 교협회장을 하며 미리미리 한다고 했는데 늘 늦었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최소한 6개월, 1년 전에 행사 계획들이 발표 되어야 합니다. 차기 회장인 신광해 목사님에겐 2010년 교협의 계획은 올가을까지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보통 목회자들이 10월 중순이면 목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그 전에 교협의 계획이 나와야 목회자들이 참여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연말에 있는 총회에서는 1년의 계획이 발표되어야 합니다.
-중요성도 알고 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실질적으로 참여를 안하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좀더 실질적으로 보면 연합은 목회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연합의 중요성을 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연합함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만 따지려 합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있다면 참여하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연합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적으로 이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멀리 내다 보고 연합이 얼마나 중요한 명령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요즘은 어느 교회든 선교에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 정도 열정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교회의 연대를 추구해 간다면 어떨까요? 연합도 선교와 마찬가지로 당장 내 교회, 내 목회에 도움은 안되더라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교회의 연합 사역은 미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늘 먼저 추진했습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공동의 목표를 놓고 기독교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자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연합사역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후에 정치적인 요인 등이 가미되며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개교회 목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회자들이 원하다면, 교협이 그런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연합사업으로 목회자들이 목회에 얻을 수 있는 유익에 관해 교협에서도 늘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교회 목사님들이 연합사역이나 프로젝트를 자신의 교회와 어떻게 연결시키고 활용하느냐 입니다. 연합 사역 속에서 스스로 목회의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우리가 그것까지 직접 줄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 연합사업인 세계한인선교대회를 보면, 어떤 목회자는 성도들을 이 대회에 동원해 선교 훈련과 섬김 훈련을 받도록 합니다. 선교대회라는 행사 속에서 자기 교회 성도들에게 유익을 주고 목회에 도움을 얻습니다. 작은 교회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런 훈련을 할 수 없으니 연합 행사에 성도들을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행사의 일부분은 맡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행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주도하는 쪽에 일방적으로 해 달라고 하면 많은 경우 개교회 목회와는 관계없는 일이 되기 쉽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이번에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는데 한 교회가 호스트를 하게 됐습니다. 이 교회는 전 성도들이 이 예배를 함께 준비하면서 지역 사회에 교회를 홍보하는 기회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 성도들이 왔을 때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섬기면서 봉사의 기쁨도 느꼈고 무엇보다 교회가 하나로 단결되는 유익을 누렸습니다. 연합사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개교회 목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연합사업에 작은 교회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면도 있습니다. 보통 연합사업을 하면 큰 교회만 드러나고 작은 교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연합 행사에 다녀 오면 작은 교회가 심리적으로 위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합사업을 할 때는 큰 교회는 가능하면 과시를 자제해야 할 것이고 작은 교회는 큰 것보다 독특한 면에서 봉사하면 됩니다. 성가대가 안되면 찬양팀으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행사 순서지를 나누어 주는 일은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일에 참여하고 나면 성도들은 우리도 시카고 교계의 중요한 일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도들이 모르는 게 아닙니다. 계속 참여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마이너리티로 남겨집니다. 참여해 갈 때, 성도들도 자신의 교회에 긍지를 갖고 더 사랑하게 됩니다.
다만, 아무래도 연합행사는 인원동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큰 교회는 작은 교회를 돌볼 수 있는 배려를, 작은 교회는 과감하게 참여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카고 지역의 교회 분열이 연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열은 마음의 아픔이 됩니다. 그리고 싸우고 나갔으니 당장은 그들을 보기가 싫겠지만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 상처를 치유받고 극복해야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단 분열됐으면 거기에도 뜻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인간의 연약성과 부족함 때문에 그리 됐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분열시킨 것은 아닙니다. 같이 살진 못해도 서로 원수가 되어서 으르렁 거리는 것은 신앙적이 아닙니다. 싸울 때 싸웠더라도 복음화를 위해서 연합해야 합니다.
-연합사업을 할 때 교회가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을텐데요.
연합사업에는 인적, 물적, 영적 부담이 따릅니다. 가만히 있으면 부담도 없지만 아무 것도 안됩니다. 부담감을 사명감으로 바꾸어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합니다.
-연합의 중요성을 신학적인 면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먼저는 주님이 우리에게 하나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도 세 분이지만 한 분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그러하고 예수님도 우리보고 하나되라고 하셨습니다. 신앙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사랑이라는 삶 자체가 하나되는 것입니다. 연대와 연합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선교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선교하기 위해서는 연합군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지역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영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주제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시카고 지역에서 교회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연합이 잘 되면 교회의 위상이 회복되고 목회자들의 위상도 회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위상을 높일까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봐야 합니다. 세상에 교회를 나타내는 방법이 연합 행사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 사람이 못 이루는 연대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하지는 못하지만 이상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그것을 교회가 실행해 보일 때 교회를 존경하게 됩니다. 교회가 존경스러우면 목회자도 존경받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교회가 우리보다 못하구나”라고 생각되면 교회에 나가지 않겠지요.
-교회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권위 실추 문제와 적지 않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갈등의 문제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 해결이 안됩니다. 주님이 오실 때까지 죄의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것과 같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문제는 신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가진 죄성의 문제입니다. 천사 중에도 천사장이 하나님을 거역하고 사탄이 됐습니다. 천사도 타락하는데 인간은 오죽하겠습니까? 에덴에서도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습니까? 이 세상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속의 죄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갈등과 분열이 없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것을 현실적인 문제로 조명해 본다면 첫째는 권력 싸움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권력을 잡고 싶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사람 2명만 모이면 이것이 생깁니다. 심지어 부부 간에도 있고 가족 간에도 있고, 친구 간에도 있습니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공동체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그 힘을 갖고 싶어 하고 교회에서 직분이 높을수록 그런 유혹을 많이 받게 됩니다. 목사나 장로의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은 “내가 이 교회에서 주도권 때문에 시험들지 않게 해 주세요”입니다. 지도자들이 이 문제로 인해 시험들지 않으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욕구이므로 초월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사탄의 이 시험을 이기셨지만 인간인 우리는 이길 수 없고 기도로 무릎을 꿇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둘째는 서운함입니다. 교회에서 서운한 일을 당하면 분쟁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첫번째와 같은 맥락이기도 한데, 적극적으로 보면 권력을 잡고 싶고 소극적으로 보면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관심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 때 교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을 시카고 지역의 독특한 정서 때문이라 분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카고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이 사는 곳은 똑같습니다. 다만 문화적 상황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집안에 할아버지가 계시면 우리는 화를 참습니다. 아무도 어른이 없으면 쉽게 싸웁니다. 이민사회는 문화적으로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 교회 안에서 같은 장로로 섬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장로님이 자신을 주일학교에서 가르쳐 준 장로님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도 참을 수 있고 설령 갈등이 생긴다 해도 사제지간의 정이 있기 때문에 큰 오해까지 빚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의 벽이 쉽게 와해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존경과 감사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교회 안에서 친구의 아버지, 형님의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로 성도들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때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민교회는 교회에 어른이 없으니 갈등이 발생하면 감정적이 되기 쉽고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이지 무슨 깊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고 분열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우린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안 보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갈등이 빚어질 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시카고는 한인 인구 이동이나 성장이 정체된 도시입니다. 엘에이, 뉴욕은 성도들이 오고 가는 순환이 이뤄지므로 문제가 생기면 이동하기 쉽습니다. 그냥 자신이 떠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카고는 교회 수도 적고 내가 밀려 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밀어내야 합니다.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전염되기도 쉽습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것과 자신이 처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옆의 교회가 싸우고 고소하고 신문에 광고내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스스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시카고는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기 때문에 왠만한 일이면 모든 시카고 교계가 알만한 일이 되고 맙니다. 이런 점이 나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일교회도 역사가 오랜만큼 분열의 아픔도 많았지요? 특히 김 목사님이 부임하셨을 때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교회에 제가 부임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부임 전에 들은 어려운 점은 새성전 건축 관계로 교인들이 좀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또한 새 성전 건축 자체가 계획된 일정보다 늦어지고 건축 비용도 예산보다 추가로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임하여 보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부임하여 첫 예배를 드린 주일에 그동안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하던 부목사님, 전도사님, 장로님 그리고 성도님들이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알아보니 그 분들은 바로 그 전 주일까지 교단 탈퇴 운동을 벌였던 분들이고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다른 교회를 개척한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 교회 역사 이래 그 때가 가장 어려운 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는 1923년에 창립되어 1963년까지 시카고 지역에 유일한 한인교회로 있었습니다. 70년대 이후부터 이민과 함께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90년대 초까지 계속 시카고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즉 제가 부임하기 10여 전부터 매년 교세가 쇠퇴하기 시작하여 제가 부임할 때 최저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교단 탈퇴 운동과 분열 개척까지 겪고 나니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또한 교회 건축도 계획했던대로 순조롭게 되지 못하고 건축비도 증가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죠.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우리 교회가 이 시련을 잘 극복한 것은 먼저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고백합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넘어 부흥하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오직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굳이 인간적인 어떤 요소를 찾아 본다면 저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몇가지 요소를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 하나는 외부환경적인 요인인데 그것은 우리 제일교회 이름이 시카고에서 잘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시카고에 오래 산 분들은 대부분 우리 교회를 잘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 뵌 많은 분들이 “시카고 이민사회 최초의 교회가 빨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부흥되길 바랍니다. 저도 기도합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셔서 저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런 일이 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민중들의 기도와 바람을 들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그것은 우리 교회 성도님들입니다. 제가 부임해서 첫 예배를 드릴 때 보니 성도 한분 한분이 다 마치 보석과 같았습니다. 다만 흙에 묻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교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를 지켜 온 분들이었습니다. 성도님들을 심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다 한 자리씩 해 내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 속에서 가진 자긍심이 있었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더 헌신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KUMC 전국지도자대회를 우리 교회에서 치르면서 저는 성도들이 가진 이런 능력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제가 부임한 후에 모든 성도님들이 합심하여 재정과 시간을 헌신하여 새성전 입당과 부흥을 이루었습니다.
-최근 시카고 지역에 부임한 목회자들에게 조언하실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카고에서의 입지가 상당히 약했습니다. 먼저는 성결교 목사인데 감리교로 왔기 때문에 같은 교단 내에서 선후배 관계도 없었고, 또한 미네소타에서 시카고로 오면서 연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연회 안에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지역의 목회자들이 같은 연합감리교 안에서나 또는 초교파적으로 저를 환영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교단 내에서나 교협에서도 임원으로 빨리 봉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시카고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목사에게 있어서 목회지를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교회만이 아니라 그 지역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연합사업이나 연합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내적인 면에서 제 생각 하나를 참고로 말씀드린다면 저는 교회의 어려움은 목회자와 평신도 간에 신뢰관계가 쌓여지면 자연스럽게 극복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성도님들과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처음 와서 여러 분들, 여러 그룹을 만나면서 교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중에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중에 저는 교회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 교회의 상황은 어떻고, 성도들은 어디서 어떤 상처를 받았고,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를 이 시대에 주님이 세우시기를 원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목회를 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목회에서 중요한 일은 어떤 교회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과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전략 개발입니다. 그 전략은 현장을 진단하지 않고는 세우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목회자가 부임하자마자 진단을 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비전과 목표를 내세우고 나름의 목회사역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기존의 성도님들과 많은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교회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전략을 세우는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를 진단한 후에 결과를 종합해서 여호수아 프로젝트, 느헤미야 프로젝트 등을 개발하고 성도들을 동참시켰는데 그것이 좋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하면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교회의 기대와 바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이뤄 나가기 위해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의 인적 자원도 파악해야 하고 재정은 어디에 집중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교회라도 자기들만의 특별한 상황이 있습니다. 이를 잘 진단을 해서 자기 교회의 어려운 점이 무엇이고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일해야 합니다. 특히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사람이 좋아하면서 잘 할 일을 맡겨야 합니다.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 보람된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은사입니다. 그 일을 맡기십시오. 연극할 사람에게 노래를 시키면 효과적이 못하다는 것이지요.
-교회의 불신자 전도에 관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저는 교회가 두가지 기능을 다 해야 한다고 봅니다. 불신자를 전도하는 것과 기존 신자를 잘 양육해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성도들 입장에서 보면, 인생의 방황은 하나님을 만나면 끝나고, 신앙의 방황은 좋은 교회를 만나면 끝난다고 합니다. 아무리 열정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좋은 교회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앙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없습니다. 전도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 아니고 말씀을 잘 가르치고 제자훈련을 잘해서 교회에 정착시키는 것도 사명입니다. 크리스천이 됐다면 제대로 훈련을 받아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되어야 낭비가 안 됩니다. 남아 있기만 하면 다 된 것이 아니고 잘 길러서 하나님 나라의 유능한 일꾼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회가 불신자 전도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전도에 효과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가 문화적 접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방전도가 통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입니다. 요즈음은 알파 전도 프로그램이나 셀교회(가정교회) 모델 등이 이 시대의 문화를 잘 수용한 전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전도가 됩니다. 시대 상황을 문화적으로 잘 이해하고 그런 문화사역을 잘하는 교회가 전도를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요즘 전도가 잘 되는 교회는 셀교회를 잘하는 교회, 문화사역을 잘하는 교회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다 외롭기 때문에 잘 케어 받을 수 있다면 교회는 안가더라도 그 모임은 갑니다. 거기 가면 인생 사는 이야기도 재밌게 하고 서로 기뻐하고 축하해 주고 하니 행복을 느낍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런 모임을 통해 불신자를 교회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문화사역입니다. 찬양, 연극, 사회봉사활동, 대지역사회 행사들이 좋은 예입니다. 오는 9월에 교협 주관으로 “어려운 동포돕기 달리기 대회”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이라도 누구든지 참여하시도록 초청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와서 함께 달리다 보면 인사하게 되고 사랑을 실천하고 전도도 될 수 있으라 봅니다.
보통 성장한 교회가 수평이동은 그만 하고 불신자를 전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이상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전에 속하였던 교회에서 돌봄이나 양육 그리고 훈련을 잘 받지 못해서 그 교회를 떠나 방황하고 있다면, 이러한 성도님들이 교회에서 잘 양육과 훈련이 되어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 되도록 하는 일도 귀한 일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교세를 늘릴 욕심만으로 이미 다른 교회에서 잘 섬기고 있는 분들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오게 하려고 한다면 잘못이라고 봅니다.
-제일교회는 1세 청년부 사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요?
저는 1세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1.5세를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1세 다음 2세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지만 인구 통계에 따르면 아직은 1.5세의 파고가 더 높습니다. 그리고 1세가 2세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언어 문화적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1세가 1.5세에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교회는 1.5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1.5세가 2세에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1세 청년들을 개발했습니다. 불과 2년만에 2명에서 30명으로 부흥했으니 성공적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 지역의 청년들을 보게 됐습니다. 이런 속도로 부흥이 된다면 5년 후엔 얼마나 더 부흥하겠습니까? 물론 이것을 수치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한편, 동시에 한인교회는 2세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2세는 1세의 자녀들이므로 생리적으로 더 끈끈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세를 위해서는 좀더 길게 보고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2세 목회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2세 목회자와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교회는 금년 여름부터 2세 지도자들을 키우기 위해 그들을 전국적인 컨퍼런스에도 보내서 훈련을 시키려 합니다. 보통 이민교회 유스가 영세하기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좋은 2세 목회자나 선생님을 만나서 지도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량이 개발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개교회의 영세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연합집회나 프로그램에 2세들을 동참시키고 도전을 주어야 합니다.
-끝으로 시카고 교계를 위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 시카고 이민목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연대해야 합니다. 현대는 다문화의 시대이고 다양한 니드(need)가 존재하는 시대입니다. 개교회가 모든 목회의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필연적으로 전문화의 시대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개교회는 개교회로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하고 사역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연합적으로도 해야 합니다. 연합사역은 언론, 방송, 문화, 봉사 등 다양한 특수 선교 영역을 개발해 가야 합니다. 이것은 개교회가 커버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므로 교계 전체가 연대해서 해야 합니다. 시카고 안의 문화적 흐름을 볼 때 시카고 교계 전체가 연대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제 시카고 교회가 연합해서 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저는 이번 할렐루야 집회 때 중국인 목회자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말쯤에는 아시안 목회자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시안 목회자들이 모여 공동의 이슈를 갖고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아시안들이 연대하면 이민문제, 소수자의 문제에 관해 정치권에 호소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판이 되면 우리 2세들은 더욱 주류사회 교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뒤에서 이 일을 후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하고 연대해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네. 오늘 인터뷰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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