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 머리 벗어진 사람이 발모제를 팔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비웃는다. 이 사람이 혼잣말로 되묻는다. “그러면 브래지어는 꼭 여자들이 팔아야 하나요?” 그러면서 그의 만화의 특징인 펀치라인 한 마디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세상에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 몇 가지나 되나요?”

앞뒤가 꼭 막힌 사람이 살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한 세상이 되었다.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사람은 생존을 위협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장사도 그렇고, 신앙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기가 딱 막히는 이야기를 현실로 삼지 않고서는 사는 것 같이 살기가 쉽지 않다. 중풍병을 앓으며 인생이 주저앉은 친구를 예수님께로 데려가기 위해서 남의 집 지붕을 뜯었던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이제까지 안 하던 짓을 해야 할 판이다. 매사 “이걸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되물어 가며 살지 않고서는 풍성한 삶이 어림도 없게 되었다. 길 없는 길을 가야 한다. 어느 여행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책을 썼다. 앞서 행하는 사람에게는 전례가 없는 법이다.

15년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미국장로교에서 담임목사 위임 서약을 할 때의 일이다.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당신은 애써 지성과 열정과 상상력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섬기시겠습니까?” 그냥 “예”로 대답했지만, 사실인즉슨 상상력이 마음에 걸렸었다. 목회에 상상력이 필요하다니… 그러나, 요즈음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야 말로 참으로 통찰력 있는 질문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상력을 발휘하라. 다르게 생각하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앞뒤 꼭 막힌 사람인가? 아니면 사방으로 툭 터진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