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많은 수도자들이 찾아오던 수도원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그 수가 줄어들더니 급기야는 수도원 운영도 어려울 만큼 규모가 작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수도원 운영의 책임을 맡은 수도원 원장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되자, 원장은 가끔 문제에 봉착할 적마다 찾아가서 상의하면 좋은 대답을 주는 스승을 찾아 갔습니다.

원장으로부터 수도원 이야기를 다 들은 스승이 원장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참, 이상한 일이다. 그 수도원이 운영이 어렵다니...거기는 그리스도께서 계신데...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이 어려울 리가 있나! 아니, 자네는 원장이면서 그 수도원에 그리스도께서 계신 줄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우리 수도원에 그리스도께서 계시다니요! 그럴리가요?”
“허허 이 사람, 큰일 날 사람이구만, 분명히 그리스도께서 거기 계시네. 그러니 가서 잘 찾아보게나!”

스승으로부터 꾸중어린 대답을 들은 원장은 스승이 있는 곳을 나와 수도원으로 돌아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께서 괜한 이야기를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같은 수도원에 무슨 그리스도가...”

그런데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온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승이 한 말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말만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사들 중에 수도에 열심이고 수도원 생활에 모범이 되는 수도사를 보면, “혹시.. 이 사람이...”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래 만약 그리스도께서 우리 수도원에 계시다면 아마 이 사람일거야”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자,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자기 밑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로 보이던 그들이 점점 그리스도로 보이게 되고, 그러자 자연히 그들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도원에는 생활에 불평이 많은 수도사들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들은 원장의 기도 제목이었고, 가끔씩 원장은 그들이 스스로 수도원에서 나가주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원장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아주 다르게 오신다고 하던데,,, 그리스도께서 변장을 하고 우리 수도원에 계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게 되자 원장의 마음속에는 수도원에 있는 수도사들중 변장한 그리스도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자, 아무래도 그 불평 많은 수도사들이 변장한 그리스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맞아. 아마 그리스도께서 변장하고 우리 수도원에 계시다면 그 수도사가 틀림 없을 거야” 그 후로 원장이 그 수도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말썽피고 불평 많은 이를 그렇게 극진하게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아 수도원에는 ‘우리 수도원에 그리스도께서 변장하고 계시다’는 소문이 수도사들 가운데 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변장한 그리스도인지를 아는 이는 없었습니다. ‘이 사람일 것이다. 저 사람일 것이다’는 소문만 무성하지 아무도 누가 그리스도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수도원에서 성실하게 생활하는 수도사를 보면, 그가 그리스도같이 보이다가, 그리스도께서 변장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저 사람은 전혀 아니다’싶은 이가 오히려 그리스도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사람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저 사람이 그리스도 같이 보이는데, 수도원에 있는 모든 수도사들이 다 그리스도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수도사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친하게 지낸 동료들은 물론이고, 자기 경쟁자처럼 보이는 이, 자기와 생각이 달라 미워했던 이들도 ‘혹시라도 그가 그리스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비아냥거리던 이에게 예를 갖추게 되고, 먼저 챙겨 주게 되고, 사랑으로 대하게 된 것입니다. 얼마가 지니지 않아, 그 수도원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들은 서로를 대하는데 마치 그리스도를 대하는 마음으로 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소문을 듣고 다시 많은 이들이 수도원을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 임원 임직예배를 준비하면서 오래전 어느 책에선가 읽은 이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이 나면서, ‘우리 교회에 그리스도께서 계시다고 하면 누가 그리스도일까?’생각해 봅니다.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잘 하는 O O O일까? 아니면 왜 저렇게 사나 싶은 X X X일까? 여러 사람이 모습을 떠올리는데 아무래도 누군지가 감히 잡히지를 않습니다. 이 사람 같기도 하고, 저 분 같기도 합니다.

우리 중에 계신 변장한 그리스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중에 누구나 그리스도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서로에게 잘 대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생각에 ‘저 사람은 아니다’ 싶은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변장한 그리스도, 그는 분명히 우리 중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