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주 안에서 문안 드립니다. 최근 한 전도사님을 만났습니다. LA 분인데 공부 때문에 시카고에 오실 일이 생겨 만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은 아니고, 전도사님이 사람을 찾던 중 우연히 통화 한 번 나눈 머쓱한 사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우연이 기막혀 만나게 된 겁니다. 사연인즉 3주 전쯤 저와 동명이인의 목사님을 찾다가 제가 그분인 줄 알고 전화하신 겁니다. 찾는 그분은 이미 소천하셨구요. 이것도 하나님의 엮으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났던 거지요. 그분이들려주신 재미난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기도원에 가려고 부모님과 집을 나섰습니다. 초행길이라 GPS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산으로 난 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차에 개스를 채우고 떠나자’고 하셨지만, GPS에 찍힌 거리라면 충분하다 싶어 호기있게 그냥 산길로 들어섰어요. 그리고 얼마 안 되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GPS가 반대로 길을 안내한 겁니다. 저녁 6시쯤 산길을 들어섰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가까웠습니다. 중간 중간 바깥 세상(?)과 연락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휴대 전화도 산속에선 먹통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개스 바늘은 바닥을 치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후회와 죄송함으로 얼굴은 붉어지고 등으로는 식은 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오르막 길에선 가속 페달을 밟고 내리막 길에선 기어를 중립에 놓고 이런 방법으로 개스를 아꼈지만 결국 차는 멈추고 말았어요. 초조한 맘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는데, 얼마쯤 후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를 발견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뛰어가 손을 흔들어대자 차가 멈춰 섰는데, 다행스럽게도 한국분이 타고 있었어요. 비구니 승려였습니다. 사정을 말하니 ‘아 우리 절에 개스 많아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말하곤 가던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10여분 지났을까. 승려는 손에 1/2 갤론 정도의 개스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많다고 했는데’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 수 없었습니다. ‘이 길로 죽 가면 개스 스테이션이 하나 있어요. 거기까지 가는 데는 지장 없을 겁니다.’ 다시 오르막 길에만 페달을 밟고 내리막길에선 중립으로 놓고 기어가길 한 30여분 과연 개스 스테이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더군요.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휴대전화가 터진 겁니다. 기도원으로 전화 해 사정을 말하니 당장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그때가 새벽 두 시. 기다리다 모두 다 까뭇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차창을 두드렸습니다. 기도원에서 온 사람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4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근처에 개스 스테이션이 한 시간 거리로 두 군데가 있는데, 다른 곳을 먼저 확인하느라 늦었답니다. 들고 온 개스도 대충 3갤론은 돼 보였습니다. 기도원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일하는 한 분이 우리를 모시고 온 분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릴 찾겠다고 나선 분이 2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자 강도를 만난 줄 알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강도로 오해했던 겁니다. 하하하. 이 일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GPS 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또 하난 교회 사랑이 최고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곳곳에 있습니다. 그들의 선행이 생명과 진리의 길(예수)을 비추는 등대 또는 가로등입니다. 우리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이웃들에게 등대 곧 선한 안내자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