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비가 주루룩 흘러 온 산야를 흠뻑 적시고... 조국은 온통 격식을 벗어나 꾸밈없이 살기를 좋아했던 소박한 지도자를 잃은 슬픔의 눈물로 젖어 있네요.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생면부지의 젊은이들이 자살싸이트(Site)에서 만나 함께 저지르는 자살도미노현상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자살대통령까지 생겨났으니 참으로 조국의 현실과 장래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고, 한편에서 국민자살 장려법이라도 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일까 봐 걱정이 됩니다.

대통령 임기 중, 서슬 퍼런 군사독재 하에서 민주투사 활동 중, 인권변호사 시절 약자를 위해 살던 중 이뤄놓은 역사적 업적만 헤아리며 추억을 더듬기만 하여도 악착같이 살아야 할 가치와 존엄이 충분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그래도 전직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며, 멋진 저택에서, 날마다 수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말 한마디, 일거수 일투족 하나하나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 삶을 사는 그 높고 고매한 위치에서, 눈멀고 날개 잃은 부엉이와 같이 허공에 몸을 던졌으니... 파란만장했다지만 참으로 실망스럽게 생을 마감한 바보…

가난하고 힘이 없어도 강한 자와 가진 자에게 맞서서 당당하고 꿋꿋하게 의연한 모습으로 휘몰아치는 격랑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했는데, 다들 힘들어도 그래도 죽기를 각오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매일같이 고달픈 삶 속에서도 하루하루 생명력을 잃지 않고 희망을 좇아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을 혼란과 허탈감, 무절제의 나락으로 빠뜨린 지도자의 책임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요? 그토록 좋아 부르던 허공, 꿈이였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을 남기고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리 가버린 그대, 사랑했던 마음이 미운 마음으로 변해버리고 허공 속에 묻힐 그 날들,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 이야기를 온 국민의 가슴에 새겨놓았네요.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는 하지만, 자살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어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는 삶의 돌파구가 죽음이라는 극한방법 밖에 없다면 시련가운데서도 따르고 존중하던 국민들은 어디에 소망을 두며 살아야 할까? 추구하는 이상을 펴나가기 힘들다고, 도덕적 가치를 잃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친구들이 다 감옥에 갔다고, 아내와 자식들이 고통을 당한다고, 정치적 입지와 궁지에 몰린 현실의 반전을 도모하는 승부수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끊는다면 우리같이 연약하고 하루의 삶이 고달픈 촌부, 평민들은 무엇을 의지하고 어디에 희망과 꿈을 두고 살아야 하나요? 조국의 지도자가 행하는 극한적 행동이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국민들을 처절한 슬픔과 어둠, 실망, 조국과 민족의 장래, 정치적인 충격과 사회적 혼란, 엄청나게 암울한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을 예측하며 과연 사려 깊은 행동일까?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가? 청춘을 바쳐서 조국과 지도자를 위해 분골쇄신 헌신해왔는데 이제는 평생 경호공백이라는 자책과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할 말단 경호관의 장래, 이런 당연한 질문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을까요?

한 팔과 두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50M를 1분 안에 헤엄치기 신기록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과 구슬땀을 흘리며 새로운 목표와 삶을 추구하는 어느 젊은이 같은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대가 허공 속에 쏟아놓은 수많은 말들보다도,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돌파하기 위해 의족에 의존하며 넘어지고, 자빠지고도 한없이 물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숨가쁜 삶을 반복하는 젊은이의 말이 내 가슴에 오히려 강하게 새겨집니다. “주저앉을 수는 없지요.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이번 전직 대통령의 죽음의 의미와 슬픔이 민초들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지고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그렇지요. 언제까지나 슬픔에 젖어 울고만 앉아 있을 수 만은 없지요. 그러기에는 삶의 현실이 너무나도 고단하기에 우리는 이 고단한 삶 속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일궈내기 위해 슬픔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니까요. 조국이여! 일어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