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접하고 눈물이 절로 주루룩 흘러 내렸다.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분에 대한 연민도 연민이지만 무엇보다 지지리도 지도자 복이 없는 대한민국이 불쌍해서 울고 또 울었다. 건국이후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을 하나도 갖지 못한 조국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울 수 밖에 없었다. 수륙만리 이국땅에 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나 자신인 까닭에 가슴 북바쳐 오르는 오열을 참을 수가 없다. 장대비를 주룩 주룩 맞으며 긴 조문 행렬을 이룬 수많은 민초가운데도 대한민국을 위해 울고 싶어 참여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왜 우리에게는 에이브라함 링컨이나 케말 파샤나 네루와 같이 국민들에게 숭앙받는 지도자가 없단 말인가? 국부라고 하는 이승만이나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이요, 민주화를 위해 생을 바쳤다는 김영삼 김대중도 남북문제는 제쳐놓고라도 신라가 어떻고 백제가 어떻고 하는 동서문제의 통벽을 헐지 못하였다.

이제는 혜성처럼 누군가 나타나 이런 구차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암담할 뿐이다. 지구본을 보라! 문자 그대로 極東의 소국인 대한민국이 아닌가? 작은 땅덩어리 하나 건사 못해 자손들이 전 세계에 유리개걸하는 보헤미안을 만들참인가? 그나마 반쪽의 땅이라도 있으니 김연아도 있고 이승엽도 있고 박지성도 있어 디아스포라들이 가끔은 으쓱 할만한데 그마저 솎아 버릴참인가? 언제까지 적개심으로 으르렁댈 것인가? 똘똘 뭉쳐도 전 세계에 팽배한 국가이기주의에 대처하기 어려운 비상시기인데, 그 잘난 논객들이 설전에 설전을 해서 도대체 대한민국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제발 이제라도 대한민국은 정신차려야 한다. 돌아가신 분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일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좌나 우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툭 툭 털어 버릴 것은 과감히 털어 버려야 한다.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데 또다시 피의 강수가 한 반도를 적시게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을 불쌍하게 만들고 만들지 않고 하는 것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뿐이 아니라 전세계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달려 있는 까닭에 ‘너와 나 속에는 대한민국이 담겨져 있을 뿐이다’라는 절박한 충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불쌍한 대한민국이라는 자괴감을 가지고 조마 조마한 가운데 살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