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저는 피아노를 배우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누님에게만 피아노 렛슨을 시키셨고 저에게는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와서 결혼하자마자 돈을 모아 가장 먼저 한 것이 꿈에 그리던 피아노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한 일은 찬송가 한 곡(저 높은 곳을 향하여)을 열심히 치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이 한 곡을 치다 보니 다른 찬송가곡들도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타도 배워 청년부 모임이나 교회 모임에서 기타반주를 맡아 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피아노와 기타 실력은 1년이 지난 후부터는 지금까지 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악에 대한 타고난 재능도 없고 열정과 연습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 최근에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 요새 화요일 저녁에 있는 구세군교회 음악반에서 화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장조, 단조, 완전음, 온음, 반음, 증, 감, A, Dm7, CM7, C/E, D/F# 등을 어렵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 화요 음악반은 일명 봉숭아학당이라 불립니다. 지난 주, 그리고 지지난 주에 배웠던 것을 잊어 버리고, 또 잊어 버리는 학생들과 처절한 샅바싸움을 하는 김동명 선생님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봉숭아학당보다 훨씬 더 웃기는 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화성에 대한 이해가 오는 만큼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함께 몰려옵니다. 후회가 되는 것은 미리 음악의 기초를 알았더라면 키보드나 기타를 배우고 치는데 10배 이상 쉬웠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화성의 기초를 알면 키보드로 웬만한 노래를 얼마든지 반주가 가능하며 기타의 경우에도 그 수많은 기타 코드를 쉽게 외우거나 아예 외울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새삼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자신도 어렸을 적부터 모든 일에 기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많은 일에 있어서 기초를 제대로 쌓지 못했습니다. 음악 뿐 아니라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같은 경우 여러 가지 운동을 좋아하지만 기초가 없어 실력이 늘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에도 기초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앙의 기초 없이 교회생활을 먼저 시작합니다. 그 결과로 이단에 쉽게 빠지기도 하고, 교회생활을 하다 쉽게 시험받아 넘어지고, 또 더 나아가 교회에 분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을 비롯하여 모든 일에 기초부터 쌓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