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이 동영상을 보고 들을 땐 난 이미 죽은 몸입니다” 과테말라 시민들에게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던 로드리고 로센버그 마르사노(Rodrigo Rosenberg Marzano, 48세) 변호사는 5월 10일 수도 과테말라 시티 14구역에서 괴한의 총탄에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죽음의 마수가 시시각각으로 숨가쁘게 조여오는 것을 미리 예견이나 한듯, 8분 50초 분량의 동영상에 유언과 같은 진실을 담았다. 소중한 생명을 걸고 진실을 규명하고 싶었던 율사는 거대 세력의 위협과 협박의 두려움 속에서 떨며 증언하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최고 권력자의 권력형 비리를 낱낱히 파헤치는 비밀스런 내용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순박한 과테말라 시민들은 그를 ‘인따차블레’ (intachable, 흠잡을데 없는) 인권변호사로 기억하며 흠모한다. 자전거를 타며 죽음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싶었던 그, 경호원도 없이, 식구들과 평화로이 운동하던 거리에서, 살해지령을 받은 전문 킬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단박에 쓰러트렸다.

무참하게 살해하면서까지 감추고 은폐시켜야만 했던 뒤가 구린 범죄는 무엇이었을까, 그날 비장한 동영상 하나 남겨놓고 싸늘한 시신이 되어 영영 말문을 닫아버린 로드리고의 죽음에 수천의 과테말라 민초들이 드디어 분노하며 궐기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서 밝힌 반드시 그가 죽어야만 했던 이유, 2008년 신임 대통령에 취임한 마야 인디오 출신의 알바로 꼴롬(Alvaro Colom, 58세)과 그의 측근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부정축재, 돈세탁, 그리고 한때 충실한 정치자금 스폰서였던 한 사업가와 그 딸을 청부살인한 경악스런 진실을 규명하려고 했기때문이다.

꼴롬은 사회 민주주의 국가 연합 당으로 출마하여 작년에 당선되었고, 2012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현역 대통령이다. 싼 까를로스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좌파 사회주의에 심취하였다가 정계에 입문하였고, 드디어 지존이 되었다.

그가 즉위한지 1년 후, 아랍계 레바논 이민자인 카릴 무싸 바씰라(Khalil Musa Bassila, 74세로 사망)와 그의 딸 마르호리에 무싸(Marjorie Musa, 49세로 사망)가 지난 4월 14일, 오후 1시, 시티 12구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뒤를 쫓은 두 명의 무장괴한의 총에 살해 당했다. 카릴과 그의 딸은 이민자로 열심히 일했고, 가르쳤고, 성실하게 벌었다. 재화를 해외로 빼돌리지 않았고, 재투자했던 깨끗한 부자로 기억된다. 한때 카메라 공장을 경영했었고, 살해 직전에는 원단 수입상을 경영하며 성실히 꼴롬을 지원한 동지였다.

동영상에서는 콜롬과 영부인 싼드라 꼴롬, 비서였던 구스따보 알레호스, 건축가이면서 콜롬의 검은돈을 세탁하고 관리했던 그레고리오 발데스가 살인자라고 준열하게 고발하고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가 드러날 것 같자 살인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다.

로르리게스 변호사는 자기 조국 과테말라가 더 이상 중미 최빈국 신세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그땅의 생떼 같은 젊은이가 불법으로 미국경을 넘어 천덕꾸러기로 살아가지 않고서도 잘 살고 행복한 백성이 되길 원했다. 평생 한번쯤은 부정한 과거를 멋있게 청산하고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가 하수같이 흘러가는(아모스 5:24)” 아름다운 ‘봄의 나라’가 되길 소망했다. 그러나 권력을 독점하고 돈과 명예를 사치와 향락에 쏟아붓는 기득권자의 진절머리칠 치부를 차마 다 들춰보지도 못한채 죽고 말았다.

미국 FBI 전문 수사요원에게 사건 수사를 맡기면서까지 자신과 측근들의 결백을 입증해 보려고 애쓰는 꼴롬을 향해 과테말떼꼬들은 ‘하나노’(janano, 언청이)라고 분노의 일갈을 던진다. 진실을 외면한 구구한 변명이 어찌 언청이의 불협화음으로 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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