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남경찰청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50분쯤 자택 뒤편 봉하산으로 등산을 갔다 벼랑에서 떨어져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뇌출혈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종합병원인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흘 전부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고민에 빠져있던 노 전 대통령은 산행 직전 컴퓨터에 유서를 남기고 모니터를 그대로 켜 놓은 채 자택을 나와 뒷산 부엉이바위로 산행을 떠났으며, 몸을 아래로 던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교계 지도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먼저 모든 지도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를 표시했다. 김명혁 목사(한복협 대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슬픈 일이고, 우리나라 전체로 봐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도 “너무 안타깝고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어깨 위에 얹혀진 짐이 너무 컸구나 하고 느끼게 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유감스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운태 목사(한기총 신임총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일단 덮어두고서라도 서거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전 SEED인터내셔널 국제이사회 창립회의에 참석하다 소식을 전해들은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이를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목회하다) 한국에 나와보니 좌파도 상처가 많지만 우파도 상처가 많아 너무 싸우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우리 민족의 방향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김명혁 목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맘모니즘과 정치 이데올로기의 극심한 양극화 등 두 가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번 일은 돈으로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맘모니즘이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부자들만 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평민들도 신나게 살 수 있는 경제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에서도 각자 잘잘못이 있으니 너무 정죄하지 말고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서로 인정하면서 끌어안아야지 계속 싸우기만 한다면 또 누가 죽을지 모른다”며 “진보와 보수, 흑백간의 갈등이 우리나라만큼 극심한 나라도 없는데 서로를 인정하는 새로운 각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감정적인 흥분이나 폭발로 치닫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서로 자성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런 풍토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자살 분위기 확산을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너무 힘들고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서 극단의 방편을 택했겠지만, 혹시나 그렇지 않아도 자살이 너무 많이 유행되는 이때 자기 생명을 끊는 것은 천륜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이웃, 자기 자신에게 등 인륜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며 “모든 국민들이 아무리 살아가는 게 힘들어도 죽을 각오를 하면 못할 일이 없으니 아무리 부끄럽고 창피해도 자기 생명을 끊는 일만은 삼가도록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운태 신임총무도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많은 충격을 받을 것 같다”며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십자가의 고난을 이기고 구원의 길을 여셨던 예수님처럼 세상을 이기고 살아가는 인내와 끈기, 용기를 불어넣는 기독교 신앙이 절실한 때”라는 말로 생명경시 풍조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