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자 지성아! 네가 이 세상에 나온지도 어언 3년 7개월이나 되었구나! 너는 참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은 아이다. 할아버지가 목사요 외할아버지는 장로님이시고 일가 친척 예수믿지 않는 이가 없는 가운데 태어났으니 이보다 더 큰 분복이 어디있겠니!

특별히 네 엄마는 성수주일은 물론이요, 새벽기도회며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 토요학교 등 교회에 헌신하는 요즘 보기 드문 여성도이니 너는 참으로 복있는 자이다. 네 어머니가 12시간의 산고 끝에 너를 얻었을 때 기다리던 우리들은 지쳐 집에 돌아왔는데 네 애비가 엄마와 함께 고군분투하여 너를 낳았음을 잊지말고 언제나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효도하는 아들이 되어야 한다 알겠니!

네가 한 돌이 되기 전까지는 토요일마다 할머니가 너를 데리러 게인스빌에서 컬럼비아 네 집까지 장거리 여행을 하였단다. 온순한 네가 잘도 떨어지고 밤에 잠도 잘 자고 하는 바람에 별 어려움 없이 너를 볼 수 있었다. 그 일 년 동안 할아버지는 너무도 행복했다. 네 사진으로 도배된 서재를 보면 너도 익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진 벚나무아래서 네 할머니와 찍은 너의 한 살 적 사진은 명품 중에 명품이다.

이후에 할아버지 집에서 다시 자지 않게 되었을 때부터 네 녀석이 얼마나 엄마만 좋아하는지 섭섭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그래도 네가 하찌! 하면서 너의 교회 언덕을 뛰어 내려와 내 품에 안길 때 그처럼 행복했던 때가 없었구나! 비록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아 영어방언인지 한국어 방언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해도 나와 너는 눈빛만 보아도 무슨 말인지 다 아니 별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네가 전화로 하루 일과를 종알대 주기를 이 할애비는 간절히 기다린다. 네 고조모께서 할아버지에게 늘상 하신 말씀이 있다. “우리 애들은 국광(國光) (추운지방에서 가장 늦게 열리는 사과)이야, 좀 늦게 되니 아무런 염려 할 것 없어!“ 요즘 애들이 하도 영악해서 어른들이 하는 말을 쉽게 하는 때라 조바심도 없지 않으나 느긋하게 기다리마! 너와 자유롭게 대화할 때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을 신나게 풀어 놓자구나!

사랑하는 지성아! 네 아버지가 너를 교육하는 방침이 있겠으나 할아버지로서도 몇가지 작은 주문을 하려고 한다. 첫째는 하나님 중심해서 살라는 것이다. 네가 일찍 교회학교에 출석하여 하나님 말씀을 배운다 하니 이것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부디 평생 이 원칙을 잊지 말아라! 둘째는 너 자신을 건강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투자를 해라! 할아버지는 특별히 잘하는 운동이 없어 네 애비는 태권도를 배우게 해 5년이나 할아버지가 라이드를 주면서 도장에 다녔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싹튼단다. 셋째로는 타인을 배려하는 고운 심성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 몹쓸 사람들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심은 다 뜻이 있다. 그 뜻 중에 하나는 이웃을 위해 살라는 것이다. 네 한자 이름이 뜻 志에 이룰 成인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려라는 의미도 있다. 사랑하는 내 손자 지성! 5월 푸르른 하늘 아래 너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다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