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서른한번째 인터뷰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유일한 한인 구세군교회인 메이페어커뮤니티교회의 장호윤 사관이다. 장 사관은 강원도 출신으로,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하나님의 꿈에 붙들리면서 농촌 목회로 꿈을 바꾸었다가 대학생 때 부모와 함께 이민 오면서 이민목회자가 됐다. 미국에서는 무디신학교에서 B.A. 학위를 마치고 트리니티신학교에서 M.Div.를 취득했다. 트리니티에서 공부하던 당시 양로원 봉사를 갔다가 김민제 사관을 만나 구세군교회에서 풀타임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PCA 목회자로 안수받을 준비를 하던 그는 구세군교회의 매력에 빠져 트리니티를 졸업하자마자 구세군사관학교에 진학해 2년간 공부하고 구세군 사관이 됐다.

-아직 한인사회에 구세군은 생소한 교단인데 사관님은 구세군의 어떤 점이 좋았습니까?

구세군의 전도 대상, 사역 대상, 섬기는 대상은 일반 사람이 아니라 소외된 계층입니다. 저희 교회는 한인 크리스천들이 주구성원으로 예외입니다만 대부분의 미국 구세군은 교회를 개척할 때, 아파트촌이나 교회가 수적으로 성공할 만한 곳에 교회를 세우지 않습니다. 어디에 마약, 알코올 중독자가 가장 많은지, 어디에 가난한 자가 많은지를 찾아서 바로 그곳에 교회를 세우다 보니 아무래도 홈리스 동네나 위험한 동네에 교회가 세워집니다. 그러니 성도 수도 쉽게 늘기 어렵고 성도들이 교회를 섬기기보다 교회가 성도를 섬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외된 자들을 신앙으로 훈련시켜 성실한 한 신앙인격체로 만들어 가는 일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요. 교회 자체뿐 아니라 교회가 하는 여름 캠프나 남전도회 캠프에도 95% 이상이 시카고 남쪽 흑인가에서 온 사람, 마약 알코올 재활원생들이 참여합니다. 이런 사역적 특징이 저의 비전에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인 구세군 사관님들을 보았을 때 그들의 삶이 참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시카고에서 가장 큰 교회를 담임하는 사관이든 본부를 총괄하는 대표든 연합예배나 연합가족수양회 등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데에 주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게 삶으로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목회자 입장에서 구세군교회의 제도적인 장점도 있겠지요?

이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는 철저한 파송제이며 목회 사례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목회자가 교회에 더 기대하거나, 성도가 목회자에 실망하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례비는 교회가 크다든지, 자리가 높다든지 해서 올라가지 않고 부양가족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예를 들면, 우리 교회에는 저보다 나이는 12살 적고 구세군사관학교는 10년 후배인 한 사관이 있는데 담임인 저보다 사례비가 많습니다. 성도가 10명이건 1천명이건 사례비가 동일하게 정해져 있고 담임 사관이라고 더 주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단에서 총회장에 해당하는 사령관이나 노회장에 해당하는 지방장관을 주일 설교 등에 강사로 모실 때 절대 사례비를 드리지 않습니다. 안 드리는 것이 아니라 못 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른 교단에 비교할 때 구세군은 사관, 장관, 대장처럼 눈에 보이는 계급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교단의 경우는 눈에 보이는 계급은 없지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간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구세군은 일반교회처럼 당회나 제직회를 통해 투표로 일을 결정하지 않고 담임사관이 결정합니다. 물론 그와 비슷한 회의를 통해 논의와 토론 과정을 거치지만 결정권은 담임사관이 갖고 있습니다. 담임사관이 결정하면 이 결정은 담임사관만의 결정이 아니라 그 회의기구의 결정이 되기 때문에 대표성과 권위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회의가 다 끝난 후 “나는 다른 결정을 했다”라고 이론을 제기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제가 부임하고 14년동안 항상 의견이 일치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갈등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교회의 정교님(장로)들은 다들 섬기는 분들이지 교회 안에서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거나 힘을 좀 써 보려는 분들이 아니십니다.

또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구세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사관이 되면 그 배우자도 함께 진학해 사관이 됩니다. 부부가 공동으로 목회하게 하는 것입니다. 목회는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둘이 함께 심방도 하고 목회하면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기에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교회에서 주는 사례금 외에는 부부가 다른 수입원을 만들 수 없게 돼 있어 부부가 함께 목회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구세군이라면 역시 사회 섬김 활동을 빼놓을 수 없는데 자선냄비 외에 어떤 일들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교회는 건축할 때부터 교회로서 건축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로서 건축했습니다. 설계를 할 때 “예배는 한 공간에 정해서 잘 드리면 되고 다른 곳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금 예배당도 아주 좋은데 이것도 예배만을 드리기 위한 공간으로 건축한 것이 아니라 음악회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건축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건물 자체가 커뮤니티에 개방돼 있습니다. 무료로 혹은 최소한의 이용료만 받고 건물을 대여해 줍니다. 체육관은 월요일에는 장년층을 위한 농구 프로그램이 열리고 화요일, 목요일은 탁구동호회가 빌려서 씁니다. 수요일에는 오픈짐 시간이라 동네 주민들 4-50여명이 와서 체육관 시설을 마음껏 사용합니다. 목요일에는 검도교실이 열리고 금요일, 토요일은 우리 교회 청소년들을 위해 쓰여집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음악학교에는 4-50여명의 학생들이 와서 음악을 배웁니다.

-이런 구세군의 사회사업이나 섬김이 지역사회 복음화와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160여년 전, 구세군이 처음 시작됐을 때, 우리는 “난 섬기기 위해, 살리기 위해, 희생하기 위해 구원받았다”고 외쳤습니다. “I am saved to Serve, to Save, to Sacrifice”입니다. 구세군의 S자는 이 3가지 외에도 Soap, Soup, Salvation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씻기고 먹이고 구원하는 일입니다. 구세군의 사회사업은 이렇게 원칙이 확실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위해서 사회사업을 합니다. 물론 160년이 지나면서 구세군의 사회사업 규모가 적십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구세군 안에서는 “우리가 하는 사업의 70% 이상이 복음 전파와는 관계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 중 예수를 전하지 않는 프로그램도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교회를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며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편견이 복음을 전하는 데에 장애가 되고 있는 시대가 오늘날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꾸 교회 건물을 오픈하고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 예수의 복음을 직접 전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예수를 모르는 자들이 “아, 교회가 그렇게 이기적인 곳만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 이것이 복음을 한결 전하기 쉽게 해 줍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한인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사명뿐만 아니라 미국사회 안에서 한인들의 사회참여를 도와야 할 책임까지 갖고 있다고 봅니다. 메이페어교회의 사회 섬김이 복음전파 외에 미국사회 속에서도 어떤 기능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교회 바로 앞에 있는 공원 이름이 검포스팍입니다. 이 공원을 보면, 백인들이 1년에도 수차례 와서 꽃을 심고 단장을 하고 청소를 합니다. 그런데 아시안은 한명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실망합니다. 그만큼 한인들이 지역사회 참여에 무감하다는 말입니다.

우리 교회 체육관 수요일 오픈짐에 와 보시면 알겠지만 그날 우리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 흑인이거나 히스패닉입니다. 이 교회가 분명히 한인교회인데 이 교회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는 자신들을 볼 때 “한인들이 그렇게 폐쇄적인 사람들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는 양로원을 방문해 공연하고 선물을 나누어 줄 때도 결코 한인들만 모아 놓고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양로원의 모든 분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드리고 함께 사랑을 나눕니다. 이런 작은 배려가 지역사회 속에 한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원래 교회 이름인 시카고구세군한인영문을 메이페어커뮤니티교회로 바꾸었습니다.

-한인교회의 지역사회 참여에 당위성을 부여하시는 근거는 어디 있나요?

먼저는 우리가 복음에 빚진 자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처음 이민교회는 다 미국교회를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것이 우리들이므로 우리 역시 미국교회와 지역사회에 동일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신앙적 차이 때문이 아닌 언어적 편리성 때문에 한인교회를 별도로 세울 수 밖에 없었지만 계속해서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인교회를 빛과 소금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습니까?

-한인교회들이 이런 일에 왜 소극적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이런 일에 반대하는 교회는 없습니다. 다만 불편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또 이민교회 현실상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목회자들이 “성도님, 좀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 성도가 “네. 잘 압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업도 좀 어렵고 하니 사업도 크게 번창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그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우린 그 대답이 옳다고 이해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회봉사와 참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기까지 기다린다면 그럴 때는 아마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구세군은 부부가 함께 구세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신학을 공부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공동목회를 하게 돼 있습니다. 나아가 여성 사관에게 설교권은 물론 모든 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한을 교회에서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목회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목회 사역이란 것은 부부가 한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구세군의 이런 시스템은 긍정적입니다. 구세군의 창시자인 윌리엄 부스도 그의 부인이 사역을 많이 했고 구세군 역사 속에서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구세군사관학교에 입학할 때 세계 대장이 여성이었고 심지어는 몇 년 전 제가 영국의 국제사관학교에서 2개월간 연수받을 때, 그 학교 교장도 여성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분을 만나고 배워 보니, 리더십도 뛰어나고 티칭도 더 잘하시고 영적 권위와 파워가 대단했습니다. 이분은 그 당시 영국의 모든 교계가 인정하는 Preacher of the year에 선정된 분이기도 했습니다.

-메이페어교회에서는 어떤가요?

교회는 성도들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좋은 게 있더라도 그렇게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밀어 부치면 안됩니다. 모든 개혁에는 목회자가 성도들을 이해시켜야 할 책임이 따릅니다. 그리고 성도들이 이해하는만큼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구세군교회는 평신도에게 예배 축도권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인교회의 문화적 정서에서 평신도가 예배시 축도를 하는 것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저는 남녀의 평등권이 마치 남녀의 기능의 동등을 추구하거나 차이점까지 망각하는 식이 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을 창조하시고 특별한 역할을 주셨으니 그 역할을 찾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 중에는 남성이 해서 바람직한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으며, 여성이 해서 바람직한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합력해 서로를 돕고 보완해 주어야 할 일도 있습니다. 교회의 리더십에 있어서도 남성이 할 일과 여성이 할 일이 따로 있고 둘이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구세군교회 하면 수준높은 브라스밴드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구세군인들은 무조건 음악을 배워야 하는 건가요?

강제로 하지는 않지만 워낙 프로그램이 좋다 보니 부모들이 자녀에게 많이 권합니다. 구세군 청소년들은 특별한 레슨을 받지 않아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음대로 진학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최근 브라스밴드의 공연을 보니 그 대원들이 한인들도 많지만 외국인들도 많고 나이있는 어르신부터 어린 소년까지 다양했습니다. 한인교회에서 보기 쉬운 모습은 아닙니다.

우리 교회는 EM이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무디신학교 대학원 과정에 있는 John Kim 전도사님이 EM을 맡고 있는데 정말 열정적이고 사랑이 넘칩니다. 지금까지 저는 14년간 이 교회에서 목회하며 EM에 관해 걱정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EM이 뜨겁게 잘 성장하고 교육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EM 성도들 중에는 백인, 흑인도 많고 베트남인, 라오스인도 좀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다른 미국 구세군교회는 없나요?

아니요. 1마일쯤 떨어진 곳에 하나, 5마일쯤 떨어진 곳에 또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교회로 가지 않고 한인교회의 EM으로 온다는 이야기군요. EM과 KM의 갈등은 없나요?

다른 교회는 EM이 분리돼 나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한 교회입니다. KM과 EM은 다른 미니스트리이지만 한 교회 안에 존재합니다. 이 두 미니스트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음악입니다. 우리는 연합예배도 드리고, KM과 EM이 소프트볼 등 운동도 함께 합니다. 양로원 방문 사역, 단기선교도 같이 갑니다. KM 중에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1세도 있고 EM 중에는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2세도 있지만 함께 섬기고 선교하다 보면 언어의 차이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1세든 2세든 서로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합니다. 평소 아는 척도 안하다가 갑자기 인사하는 게 쉽겠습니까? 함께 운동하고 봉사하면서 얼굴을 알게 되고 친근감이 생기면 너 나 할 것 없이 먼저 인사합니다. 브라스밴드에도 나이있는 1세부터 어린 2세까지 모두 참여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메이페어교회의 2세 목회 철학은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1세와 2세의 차이를 인정하고 2세 목회자에게 2세 목회를 맡기는 것 뿐이다. 그리고 선교와 섬김, 운동과 음악으로 1세와 2세가 하나되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메이페어교회의 2세 목회 철학은 무엇인가요?

사실, 철학이 없습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1세와 2세의 차이는 문화적인 것이지 신앙적인 차이가 아니란 것입니다. 어떤 분은 1세와 2세는 신앙관이 다르다고도 하지만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서로 이해하는 것 외엔 수가 없습니다. 10살 차이만 나도 세대차이가 생깁니다. 가난을 겪어 본 1세들은 먹는 것을 아끼지만 풍요 속에서 자란 2세들은 먹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동의하면 가장 좋겠지만 동의할 수 없다면 그냥 맡겨야 합니다. 우리 2세 전도사님은 아주 훌륭한 분이지만 제가 그분의 목회 철학의 모든 면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가서 2세 목회를 해야죠. 그런데 직접 할 수 없지요? 그러면 무조건 믿고 맡겨야 합니다.

-미국 구세군이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2세 목회에 도입하는 일은 어떤가요?

구세군 교단이 사용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 영어권에 쉽게 도입할 수 있습니다. 본부의 사관들은 지역교회를 치리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분명한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EM이 구세군의 Sun-Beam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할 때, 구세군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이 분야의 전문 사관이 매주 한차례 교회를 방문해 프로그램을 전수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가 가진 장점입니다.

-시카고 지역 안에 있는 목회자 공석 현상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일단 교회에 문제가 생기면 95%는 목회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성도와 갈등을 겪을 때는 그 사람이 밉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저의 잘못이란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조금 더 목회자로서 사랑과 포용력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등의 시작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전적인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갈등을 막는 한가지 방법은 목회자를 ‘청빙’하면 됩니다. 지금은 청빙이 아니라 채용이기 때문입니다. 청빙은 목회자를 조용히 알아보고 정중히 모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청빙받은 목회자에겐 권위가 주어지고 소신있게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지상에 청빙 광고를 내고 수십명 중 학벌과 인물, 가족사항을 보고 몇 명을 고릅니다. 그리고 설교를 시켜 봅니다. 제가 무디에서 4년, 트리니티에서 3년, 구세군사관학교에서 2년, 도합 9년간 신학을 공부하며 가장 집중한 것이 설교입니다. 그런데 성도들이 듣기에 재밌다고 좋은 설교이고 지루하다고 안 좋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성도들이 목회자의 설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엉터리 같은 설교를 들으면서 재밌기 때문에 저 설교자가 성경을 잘 쪼갠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반대로 정말 좋은 설교를 듣고도 성도들이 흠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성도들이 목회자의 설교를 들어 보고 여러 명 중에 고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뽑힌 목회자는 적어도 청빙위원들 앞에서는 권위를 못 세우지 않겠습니까? 청빙위원들이 겉으론 부인해도 마음 속으로는 “저 사람은 내가 뽑은 목사야”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채용되면 목회자의 권위가 살지 않고 교회에 갈등이 빚어지기 쉽습니다. 성도들은 목회자를 청빙했으면 그에게 리더십을 주고 권위, 결정권을 주어야 합니다. 성도들이 그런 포용력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교회 연합 활동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계십니까? 교회 연합의 당위성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시카고 지역 기독 청소년 연합 모임인 J-Gen의 행사에 우리 교회 청소년들이 모두 참여합니다. 우리 교회가 7-8년째 주최하고 있는 AF1이라는 겨울연합청소년 캠프에는 4백명이 모일 정도로 성공적입니다. 수년 전에는 우리 교회와 거리상 가장 가까운 한 한인교회의 목사님을 모시고 부흥회도 했고 이번에 5월 23일부터 열리는 가족수양회에도 시카고 지역의 한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려고 합니다. 이렇게 교회의 강단교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 시카고 지역의 주요 행사에서 연합찬양대가 설 때, 저는 그 행사의 식순을 맡지 않았지만 저도 찬양대원의 일원으로서 참여했습니다. 부활절새벽기도회, 세계기도일 예배 역시 제가 식순에 참여하건 아니건 저와 우리 교회는 빼놓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음악캠프나 청소년수양회를 주로 미국교회와 함께 하기 때문에 성도들도 교회 연합을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교회연합에 관해 말하기는 참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최소한 할 수 있는만큼 만이라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연합은 실질적으로 열매가 없다고 해도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중요합니다. 이미 성도들에겐 교회가 연합하건 아니건 사실 별로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불신자들은 “아, 교회가 저렇게 연합도 하는구나”라는 인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불신자들에게 교회들은 서로 담을 쌓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다 형제 자매인데 내 교단, 네 교단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교회가 연합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습니까?

-네. 오늘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