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을 보내면 온 몸과 마음에서 진이 다 빠져 나간 느낌입니다. 주일 아침부터 4번 또는 5번 설교를 하고 나면 체력뿐 아니라 영혼과 마음에서도 모든 기운이 다 빠져 나간 것 같아서 조금 멍한 느낌이 듭니다. 주일 예배를 준비하려면 설교 준비 외에도 금요일 오후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이 주일 설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상하고 정리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생각이 흩어지지 않도록 주 중에 있었던 걱정거리나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마음에 담지 않고 다음 주로 넘기는 정리도 해야 합니다. 적절하게 체력이 유지되고 주일에 가장 최상의 컨디션이 될 수 있도록 운동도 시간표에 따라 해야 합니다.

주일이 되면 설교에 온 마음과 생각과 체력이 다 집중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 설교 외에도 신경 쓸 것이 터집니다. 주일에 한번 얼굴 보는 교우들을 모두 다 마음 속으로 챙겨야 하고 주일마다 벌어지는 크고 작은 프로그램에서 혹시라도 원망이나 시비가 생기지 않을까 신경쓰게 됩니다. 하루 종일 긴장을 유지합니다.

그렇게 주일을 보내고 나면 몸과 마음의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또 한편 몸은 피곤하고 생각 속은 텅 빈 것 같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잠은 오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마음으로 긴장하고 있던 위에 설교하면서 집중했던 긴장감이 더해져서 쉽게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이 깊도록 눈을 말똥 말똥 뜨고 지내는 일이 많습니다.

주일에 강사를 모실 때가 있습니다. 설교를 안 해도 되는 주일이 되면 좀 편히 주말을 보내게 됩니다. 주말은 편할지 몰라도 주일이 되면 긴장의 수준이 다시 전처럼 올라 갑니다. 설교 내용에 신경 쓰게 됩니다. 때로 설교 후나 간증 후에 마무리를 해야 할 경우가 되면 더 긴장됩니다. 차라리 준비된 설교를 하는 것이 쉽지 조금 전에 들은 설교나 간증을 이어서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더 긴장되고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지난 주일에 오픈하우스를 가졌습니다. 초청 강사가 설교를 하셨습니다. 수많은 교우들이 그동안 준비해 온 대로 손님을 맞이하고 영접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잔치를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강사 때문에 더 긴장하고, 벌려진 일 때문에 신경 쓰면서 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주일은 참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전혀 긴장되지 않고 몸과 마음과 영혼에 진을 빼지 않고 지냈습니다.

성도들의 기도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전도 대상자들을 정해놓고 드리는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교회를 염려하고 사랑하는 많은 교우들의 정성과 열심히 하나님께 상달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미 두 차례 경험했던 강사님이었기에 메시지의 내용이나 결실에 대해서 마음을 놓은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이전에 여러 차례 가졌던 오픈하우스에 비해서 이번에는 교우들이 앞장서서 계획하고 준비하고 추진하면서 헌신하고 충성하여 꾸민 잔치이기에 더욱 더 평안한 마음을 가지고 성령의 역사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기도의 결실을 바라는 마음과 성령의 역사하심에 대한 믿음, 성도들의 헌신과 충성 위에 십자가의 생생한 복음이 선포되는 기회에 능력으로 임하는 구원의 역사에 대한 너무도 편안한 믿음에 긴장하지 않고 주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IM 예배에서 영어로 복음을 전하는 설교를 한다는 긴장감은 있었지만 그것조차 무거운 긴장 보다 성령의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만에 긴장감 대신에 감사의 마음과 기대감으로 주일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