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스물아홉번째 인터뷰는 크리스천교회(제자회) 교회확장국 컨설턴트이자 개척 및 개발전문가 노동국 목사다. 노 목사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1982년 시카고대학교 신학부로 유학해 M.Div.를 받고 맥코믹신학교에서 D.Min.을 받았다. 한국에서 2년간, 아틀란타에서 5년간, 시카고에서 6년간 목회했으며 아틀란타교협 총무, 시카고한인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제자회 안에서 한인교회 개척과 이를 돕는 코칭, 교육, 융자 및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제자회는 4천여 교회, 1백만 성도 규모로 미국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교단이지만 한인교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제자회는 지금으로부터 2백여년 전, 교회 일치와 영적 각성을 지향하는 신앙환원운동에서 시작됐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설교한 섀런 왓킨스 목사가 총회장으로 있는 교단이며 산하에 17개 대학교와 7개 신학대학원을 세웠고 시카고대학, 벤더빌트대학, 예일대학 등과 신학교류를 맺고 있다. 제임스 가필드, 린든 존슨,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 교단 소속이었다. 최근에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교회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교회 개척에 주력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아무래도 한인교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제자회의 특징에 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타 교단과 달리 미국에서 시작된 교단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미국적입니다. 제자회는 민주적 특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경적인 리더십 분배입니다. 목회자는 초대교회의 사도들처럼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고 행정과 돌봄 사역은 평신도들이 합니다. 그래서 타 교회들에 비해 평신도 중심적인 사역 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민주적이며 ‘회중이 움직이는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당회장이나 제직회장과 같은 조직의 장을 맡지 않고 영적인 지도자로 존재합니다.

또 하나는 자유로운 정신입니다.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을 개척했습니다. 그러나 2백여년 전 교회들이 교리 문제 때문에 분열되고 있을 때, 성서로 돌아가고 교회가 하나되자는 취지 아래 교회회복운동이 일어났고 이 운동은 150년간 지속됐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에 들어와 이런 운동에 함께 하는 이들이 ‘크리스천교회 제자회’라는 교단을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단은 교권주의적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교회 일치와 연합에 적극 앞장 섭니다. 해외선교에 있어서도 교단 간의 경쟁적 선교를 지양하고 타 교단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거나 연합해 선교합니다. 개교회의 신앙적 자유와 재정적 독립을 절대적으로 존중합니다.

-교회의 주도권과 행정권을 회중, 즉 평신도들에게 주는 것이 이 교단 산하 한인교회에도 잘 적용이 됩니까?

문화적 차이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 최초의 한인 제자회 교회인 시카고크리스천교회는 34년 전에 故 최순국 목사님께서 설립하셨습니다. 제게는 신앙적으로 아버지같은 분이십니다. 그분은 초기부터 제자회의 정신에 입각해 목회하셨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새롭게 부임해 오는 한인 목회자 중에는 “이 교회는 왜 목회자의 권한이 없나”라고 불편을 토로하는 분도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목회자는 목회자라는 그 자리만으로도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교회를 지도하는 영적 권위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목회자가 할 일을 본연의 사역인 설교와 기도에 맞추어 놓은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교회가 운영되면 목회자는 불필요한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영성이 충만해집니다. 초대교회에서 집사를 세운 이유는 사도의 이런 사역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아니었습니까?

-그럼 교단 측의 신앙적 노선과 한인교회 간에는 상당한 충돌이 일게 되지 않습니까?

제자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제자회 안에는 극보수부터 극진보까지 다 있습니다. 미국의 문화는 다양성이고 미국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신으로 유지되는 나라입니다. 우리 교단은 매 주일예배 때 성만찬 하기를 권하지만 개교회에서 하지 않는다면 강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침례를 받으셨기 때문에 우린 침례를 정통으로 인정하지만 성도가 세례를 구원의 징표로 믿는다면 침례를 강요하지 않고 그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제자회의 캐치 프레이즈는 “본질에 있어서는 일치를, 비본질에 있어서는 자유를, 이 모든 것은 사랑으로”입니다.

-그렇더라도 제자회의 평신도 중심 사역은 현 한인교회에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단은 목회자들에게 정기적인 집중 교육을 통해 제자회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칩니다. 저는 교회확장국의 한인 디렉터인만큼 한인교회들의 고충을 제자회 총회에 전달하고 총회 쪽의 입장을 한인교회에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평신도 중심적인 교회 구조는 분명 한인교회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28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 그룹을 보더라도 20%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80%는 수동적으로 따라 갑니다. 교회도 그런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80%가 적극적으로 사역한다면 얼마나 큰 성장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런데 80%가 참여하려면 평신도 지도력이 적극 개발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목회자들이 그런 마인드를 갖도록 격려하고 개발해 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런 시스템이 일단 교회에 자리잡으면 가장 성경적인 모습으로 교회가 세워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일은 목회자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일이 교회 안에서 중요한 일이란 인식을 해야 하겠고 실천할 의지는 더 중요할 것입니다. 과감히 권한 위임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겠습니다.

-제자회는 이민자들의 교회 개척에 대한 혜택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코칭 및 멘토링, 각종 훈련 및 세미나, 건축시 저이자 융자, 무상 지원 등이 대표적인데 타 교단보다 이민자들에게 문이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단은 이민자들의, 이민자들에 의한, 이민자들을 위한 교단입니다. 교단의 시작 자체가 미국 초기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개척교회 훈련, 코칭, 리더십 훈련에 관해서는 자원적 지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예배처소를 마련할 때, 무이자 융자나 무상지원 등 아시안 개척교회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 소수민족을 돌보는 이민자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우리 교단은 반인종주의를 추구하며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펼칩니다. 원래 예수님의 정신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따르는 것입니다.

-제자회 안에서 한인교회의 위상은 어떠한가요?

장점을 먼저 말한다면, 역시 열심이 있는 민족으로 꼽힙니다. 기도에 열심이고 헌금에 열심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교회는 1백명이 되어야 자립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한인교회는 50명만 넘어도 자립이 됩니다. 개척교회일 경우, 교단에서 건축 융자를 해 주는데 성도 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헌금 액수가 이것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인교회는 성도 수는 미국교회보다 적어도 헌금액은 훨씬 더 높은 특징을 보입니다. 기도도 뜨겁게 하고 새벽예배나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등 교회 안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교단과의 관계가 소홀하다는 지적입니다. 언어 문제,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자세입니다. 교단 안에도 각종 모임이 많은데 한인들은 개교회의 모임에는 열심이지만 교단의 모임에는 참여가 잘 안됩니다. 교단 측에서는 한인들이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하고 큰 일을 해 주길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신앙의 동역자로서 함께 찬양하고 참여하는 것을 원합니다.

-이 문제는 미국교단에 속한 대다수 한인교회들에 적용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미국교단과 한인교회 가운데에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겠습니다.

저는 교단에서 미국적 총회와 한국적 교회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단 안의 좋은 문화와 유산을 한인들이 배울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주고 한인들이 처한 현실을 미국교단에 알려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한인교회 목회자들을 일대일로 만나거나 집회에서 멘토링하고 상담하면서 한인교회가 미국교단 안에서 위상을 높여가도록 하는 것이 제 주요한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제자회는 차세대 지도력 양성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지요?

교단 안에 고등교육국이 있어서 산하에 많은 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초청해서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비전을 심어 줍니다. 신학대를 졸업하면 각 교회나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목회자가 되기 전부터 실제 목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받은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제자회의 리더로 성장해 갑니다.

목회자가 되려고 하거나 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교회에서 추천해 주면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다 지원해 주면서 학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카고대학 등에 미국 주요 대학에 학사관이 마련돼 있어서 이 학교로 유학하는 사람 중 제자회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한인은 50여명이 이런 지원을 받으며 명문대를 졸업하고 제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중 절반은 한인 1.5세와 2세들입니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노 목사님의 주요 사역 중 하나인 교회 개척에 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제자회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1천개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지난 8년동안 6백개의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원래 우리는 “지방회에서 교회 개척 예산을 세우고 사역자를 훈련시켜 파송한다”는 한가지 방법으로만 개척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1천개 교회를 1천개 방법으로 개척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런 추세라면 1천개 교회 개척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미국의 주요 교단들은 ‘타이타닉의 침몰’이라 불릴만큼 급격한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제자회도 역시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이 비전을 실천에 옮기면서 매년 2% 성장하고 있습니다. 2%라는 성장률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교회 감소 현상에서 볼 때는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교단 측에서는 개척이 교회 활성화의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많이 세워져 사회 곳곳에 들어가 전도하고 불신자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본연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성장보다 개척에 주목한 결과 오히려 교세가 성장하는 획기적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척을 맡기진 않습니다. 먼저는 사명자를 찾습니다. 지원자에겐 소명과 은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객관적 테스트를 해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강점인지 찾습니다. 그리고 훈련을 시작합니다. 개척 전에는 개척 지역을 고릅니다. 인구분포, 교통, 지역색 등 모든 분야에 관해 조사를 하고 어디에 어떤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 개척에 가장 효과적일지 판단합니다. 그리고 개척을 하고 재정적인 필요를 지원해 줍니다. 그와 함께 코칭과 훈련, 멘토링을 계속 하면서 교회가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제자회 안에 한인교회는 얼마나 되나요?

총 4천여개 교회 중에 60여개가 한인교회입니다. 일리노이주에는 3개가 있습니다. 1975년부터 한인교회가 시작이 됐고 그 당시에는 아시안교회도 8개 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제자회는 사회봉사에도 상당히 열심이지요?

제가 시카고에서 늘푸른교회를 개척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교회는 개척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늘푸른아카데미를 열어 영어, 재봉교실, 이민자 세미나, 피아노 교실 등으로 사회에 봉사했습니다. 작은 교회에서 하는 일에 3백명 이상이 모이니 당시로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개척교회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게 됐습니다. 아마 지금 제가 교회확장국에서 개척교회를 돕는 일을 하는 것도 그 당시의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자회의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미국교회 속의 한인교회의 모습에 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