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절정기인 2006년 11월29일 뉴욕의 최고급 호텔인 메리엇 마키스의 대회의실에 월가 메이저 금융회사 간부 400명이 모여 들었습니다. 포드 자동차의 최고 경영자(CEO) 앨런 머랠리의 자금 조달계획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그는 선임된 지 100일도 안 되는 신참CEO였습니다. 연단에 올라선 그는 놀라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포드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제시할 테니 180억 달러를 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돈 풍년의 절정기에 보기 드문 제안이었습니다. 많은 금융회사가 돈을 꿔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머랠리는 계획보다 많은 236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자금 조달직후 머랠리는 “이 돈이 경기 침체나 돌발적인 사건에도 포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서는 “금융상황을 모르는 기술자 출신 CEO가 일어날 확률이 낮은 미래 사건에 대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조달했다”는 비판이 나돌았습니다. 머랠리는 항공기 기술자 출신입니다.

그 뒤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과 3위인 크라이슬러가 파산의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GM은 6월1일까지, 크라이슬러는 4월말까지 자구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신청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그가 말한 ‘경기침체나 돌발적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셈입니다. 물론 머랠리는 2년 뒤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덕분에 포드는 GM이나 크라이슬러보다 혹독한 경기 상황에 대처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어 지난해 147억 달러의 손해를 봤지만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됐던 것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노조 측과 협상에 성공하여 인건비를 미국 내 도요타 수준으로 낮추어 연간 5억 달러를 줄였으며 산하의 자회사(재규어, 랜드로버)를 매각하는 등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이달(4월)초에는 부채 99억 달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금융계에서는 “머랠리가 앞날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한 덕분에 포드는 GM이나 크라이슬러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면서 포드가 일본 도요타, 혼다, 독일의 폭스바겐과 함께 ‘차세대 글로벌 빅4’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전망의 증거로 포드의 주식시세가 최근 6개월간 113%의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0%이하로 떨어진 GM과 비하면 엄청난 운명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머랠리는 2006년 9월 항공기 업체인 보잉의 여객기 부문 사장자리를 버리고 포드CEO를 선택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37년 동안 몸담았던 항공기 분야를 떠나 전혀 경험 없는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은 포드 설립자의 증손자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회장 겸 CEO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였습니다. 포드회장은 머랠리가 기술자출신이면서도 놀라운 경영 능력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머랠리는 유럽 에어버스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던 보잉 여객기 부문을 2000년 이후 소생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머랠리가 포드에 들어와서 첫 번째 한 일이 자금확충 이었습니다. 2006년 11월 당시 포드의 재무 상태는 GM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자금 확보는 경기상황이 나쁠 때가 아니라 좋을 때 해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상식입니다. 자금 확보에 성공한 다음의 과제는 연비가 뛰어난 차를 개발해 일본, 독일, 한국 업체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는 이미 연료효율을 극대화한 여객기 보잉787 ‘드림라이너’를 개발해 에어버스 공세를 따돌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자동차의 승패는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그가 미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판단과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입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GM의 왜그너 회장은 재무 분야 출신의 CEO인 반면 포드의 머랠리는 기술 분야 출신의 CEO입니다. 포드의 증손자 윌리엄클레이 포드 회장은 자동차업계의 통념에 물들지 않은 사람을 물색하던 중 머랠리를 발탁하게 된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첨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신선한 사고가 가능해야만 미래를 향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만이 미래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오늘 내리는 판단과 결단이 내일의 승패와 생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판단과 결단에는 반드시 때가 있고, 정확성과 과감성을 요구합니다. 일단 현재까지의 포드회장의 머랠리 발탁이나 머랠리의 경영적 판단은 옳았습니다. 영원히 가장 완벽한 최고 경영자가 우리에게 계십니다.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가 네 길을 지도 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