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세계 최대도시 쌍파울로와 리오데 자네이로에서 차를 몰땐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분에 수십회 좌우 양옆, 앞뒤를 부지런히 살펴야 그나마 범죄의 대상에서 구사일생으로 피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주눅이 들어 잠시 한눈을 팔며 방심하면 여지없이 날카로운 칼끝이 목덜미에 언짢게 놓이게 된다. 비단 칼뿐만 아니다. 권총, 깨진 술병, 헝겊 조각에 감춰진 유리조각, 막대기 끝에 박은 대못이라도 들이대며 돈과 신용카드를 빼앗아 간다.

시끌벅적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쌍파울로의 하루는 크고 작은 600만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굉음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얽히고 설킨 미로 같은 고속도로, 고가도로에 차라리 예술처럼 보여지는 다닥다닥 붙은 불법 주택들, 그곳에 남루한 도시빈민들이 술과 마약에 취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빈번하면서도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범죄 중 하나가 번개 납치다. ‘번개’를 뜻하는 ‘렐람빠고’(relampago)와 ‘납치’를 뜻하는 ‘쎄께스뜨라르’(sequestrar)를 합친 합성어인데, 전광석화처럼 치고 빠진다는 뜻에서 사용되고 있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출 때, 혹은 차에서 내리거나 탈때, 먹이감을 노리는 도시의 무서운 포획자는 총을 들이대고 운전자를 납치한다. 한치의 오차도 실수도 없이 달려와 운전자의 목에 살기등등한 총을 겨누는 납치범들은 피해자로부터 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 낸 후 현금 지급기에서 돈을 빼내 유유히 빌딩 숲으로 사라진다.

브라질에서 국민적 존경과 신망을 두툼하게 받던 축구황제 펠레가 쌍파울로에서 번개납치에 표적이 됐던 적이 있었다. 무장 강도가 강압적으로 차량을 탈취하려는 순간 뒤쪽에 앉았던 펠레가 검게 썬팅한 유리창을 내리며 미소 머금은 인사를 건네자 강도들은 어쩔줄 몰라했다. “어서 가던 길을 계속 가시지요” 그땐 유명인사에게 일말의 특혜가 베풀어지던 때다. 몇 년후 펠레가 다시 강도를 만났다. 이번엔 무사하지 못했다. 있는 것을 다 탈취 당하고 목숨을 부지한 것만 천만다행일 정도로 상황은 심하게 악화되었다.

최근엔 브라질 룰라 데 실바 대통령의 세아들이 차례대로 번개납치 희생자가 되었다. 마르꼬스 클라우디오(38세)는 쌍파울로 인근 썽베르나르도 도 깜뽀시에서 3명의 무장 강도를 만나 승용차 전체와, 신용카드, 대통령의 아들임을 입증하는 신분증을 고스란히 빼앗겨 체면을 구겼다. 2003년에는 룰라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인 싼드로 루이스, 파비오 루이스가 잇따라 무장강도를 당했는데, 무장 강도와 경호원 사이에 총격적인 벌어져 경호원이 죽기도 했다. 고육지책으로 법을 강화시켰다. 납치범에겐 최소 6-12년 감옥형, 납치 피해자가 크게 다쳤을 땐 16-24년, 피해자를 살해했을 땐 30년 징역에 해당한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납치가 줄어들기는커녕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제뚤리오 바르가스 재단이 금년 초, 23개주의 군경찰, 시민 경비대 23,54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왜? 범죄 현장에, 범죄 조직이 있는 곳에 항상 부패한 경찰이 있는가? 74.38%가 임금이 박하고, 빈곤과 불균형 때문에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고 답했다.

경찰 자질 개발과 근로 조건이 열악하고, 재개발 프로그램 또한 열악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비단 브라질에서만 벌어지는 폭력과 납치가 아니다. 한인 동포 1만명이 살고 있는 과테말라는 더 이상 목가적인 평화의 나라가 아니다. 작년 연말에 셋, 최근에 3명의 동포가 살해되었다. 중남미 전역에서 납치와 폭력이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이왕 계획한 여행이요, 단기선교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불상사를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도시빈민선교, 재활용품, 중고차량 기증: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