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 30년 역사 가운데 20년동안이나 이어져 온 평신도 사순절 영성훈련의 34번째 날이었다. 지난 2월 25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사순절 기간동안 새벽기도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사순절이 아니더라도 남부시카고교회에선 매일 새벽기도회가 새벽 5시 30분 시작되지만 사순절과 교회창립기념일 즈음에는 ‘평신도’가 인도하는 40일 새벽기도회가 열린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수난당하심과 죽으심을 묵상하는 기간이며 성도들에게는 구원의 감격을 새롭게 하는 절기다. 이 기간동안 많은 한인교회들이 특별새벽기도회를 드리지만 평신도가 설교하는 교회는 없다. 올해 사순절 기도회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마음’이다. 남부시카고교회는 사순절 40일 중 이효삼 목사 등 목회자 5명이 한차례씩 설교하는 것 외에 35일간 평신도들이 예배를 인도, 설교, 기도한다. 전교인의 참여, 기관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교회 임원은 물론 교회 산하 선교회 관계자들, EM, 교구, 각종 사역팀, 성가대, 교회 관리팀까지 교회 내 모든 사역조직들이 하루를 정해 특별히 전원 참여한다.

오늘의 설교의 주제는 죽은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였다. 설교를 전한 이동규 장로는 “예수님의 부활뿐만 아니라 나사로의 부활에서 우리는 주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부활에 희망을 갖게 된다”면서 “주님의 부활과 함께 하는 믿음의 성도가 되자”고 당부했다. 목회자의 설교와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좀더 자기고백적이고 간증적, 실천적이다.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성도들의 간증과 교제는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평신도들은 이 기간 설교와 예배 인도를 위해 주어진 교재를 연구하고 묵상한다. 한번 설교를 하기 위해 거의 본문을 외우다시피 한다. 자신이 설교나 기도, 사회를 맡은 날의 전날에는 거의 잠도 못 이룬다고 한다. 특별히 말씀 인도자들은 4년에 걸쳐 제자훈련을 받는다. 20년 전통에 4년간의 제자훈련 등은 남부시카고교회의 튼튼한 평신도 리더십을 구성하는 기초가 됐다. 교회가 속한 UMC 교단 안에서도 남부시카고교회는 평신도 리더십이 튼튼한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20분동안의 설교 후에는 조용한 기도가 이어졌다. 예배당 중앙의 십자가와 스테인글래스에만 은은한 빛이 남고 모든 불이 꺼졌다. 칠흑같은 어두움 속에서 기도가 계속될수록 예배당 창문에 햇살이 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일은 종려주일이다. 예수께서 당신이 당할 고난을 아시면서도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던 날이다. 영광의 왕이 우리를 위해 고난의 왕이 되시고자 십자가에 한걸음 더 다가간 그날의 새벽도 아마 이렇게 밝아 왔을 것이다. 부활하시던 날의 새벽도 이렇게 밝아 왔을 것이다. 남부시카고교회 성도들의 사순절 기도회는 그렇게 새벽을 깨우고 주님의 영광받으심과 부활하심 속으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