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스물한번째 인터뷰는 시카고 지역의 유일한 한인 루터교회인 굿쉐퍼드교회의 김재범 목사다. 굿쉐퍼드교회는 김 목사가 미네소타의 루터신학대학원를 졸업할 무렵 미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본부에서 개척을 요청했다. ELCA는 4백70만 성도, 1만여 교회를 자랑하는 미국의 주류 교단이지만 유독 ELCA 본부가 있는 시카고에는 한인교회가 없었다. 한국의 유명 항공사와 최대 통신 회사에서 소위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던 김 목사는 30대 후반에 예수를 영접하고 40대 초반에 평신도로서 신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 하나님께 붙들려 목회자가 되었다.
그가 6년 전 개척한 굿쉐퍼드교회는 네이퍼빌에 위치한 미국인 교회 굿쉐퍼드교회 안에 속한 한국인 예배 공동체다. 모교회인 굿쉐퍼드교회는 성도 3천명 정도의 대형교회이며 한인 굿쉐퍼드교회는 개척 후 김재범 목사의 독특한 목회 철학 아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이 지역에서 유일한 한인 루터교 목회자이신데 신학교 시절 타민족 목회 경험은 다양하시지만 한인목회는 처음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다니거나, 한인들이 많이 가는 신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아 한인사회나 교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마 목회 스타일도 타 한인교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루터교 목회자이지만 교단색이나 교단의 교리 및 예배형식에 집착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며 말씀과 기도로 목회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굿쉐퍼드교회 안에서 코리안 미션을 담당하고 있는 교단 파송 미션 디벨로퍼입니다. 국내 선교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인 굿쉐퍼드교회의 목회자이며 스탭의 일원이지만 재정적인 면에서, 행정적인 면에서 완전히 분리돼 있는 코리안 미션의 담임목사입니다. 이 두 교회는 주일학교, 청소년사역, 바이블스터디, 알파코스 등을 공동으로 하면서 협력합니다. 파트너십을 갖고 있으면서 독립돼 있는 구조입니다.
처음 이 지역에 한인교회를 개척했을 때에는 루터교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카고는 아골 골짝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민 목회가 어렵다고들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개척 후 이제 6년이 되었는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아주 힘들었습니다. 이민자들 가슴 속에 있는 상처를 목회자인 제가 알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 덕에 오늘날의 제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비난 세례’를 많이 받을수록 겸손해지고 사람의 창자 속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목사님의 가장 독특한 목회 철학중 하나인 “Korean American이 아닌 American Korean을 지향한다”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산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인 한국인이 된다”는 말입니다. 미국 주류사회로 들어가는 한인 차세대를 양육하겠다는 꿈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한인 2세들은 한쪽 날개를 잃은 새와 같습니다. 왜일까요? 그들이 어려서부터 부모들과 손잡고 간 곳이 한인교회입니다. 한국문화 울타리 안에서 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겠지만 한국인은 문화적으로, 인종적으로 굉장히 배타적입니다. 그 한 예로 대학에서 각국의 유학생 축제가 있으면 꼭 빠지는 민족이 한인유학생입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합니다. 그러니 백인 주류사회에 못 들어가고 한인사회에 머물게 되며 백인들과 부딪히며 사는 방법을 모릅니다. 자신감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어만 잘하면 주류사회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2세들이 1세들보다 주류사회에 더 진출하지 못합니다. 한인 2세들이 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구하지만 거기서 3년을 못 견딘다고 합니다. 좋은 직장일수록 백인이 많습니다. 백인들과 사는 방법을 모르니, 그곳에서 어떻게 자존심을 살리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대화하고 일해야 하는지를 모르니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2세들이 영어도 잘하고 행동하는 것은 완전 미국인인데 미국인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거북해 합니다. 미국 사회에서 우리가 소수민족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그들을 역차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그러니 좋은 대학, 좋은 경력을 가진 그들이 다시 비좁은 한인사회로 들어와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한인의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가 미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한국 정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가 살아야 할 땅이라면 부모도 자녀도 한인 정체성과 함께 주류사회와 부딪히면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말은 우리 한인만이 존재하는 그런 정체성의 섬을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가끔 주류사회에 진출한 한인들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2세들보다 1세들이 오히려 용감하게 주류사회 진출을 잘합니다. 그리고 2세들 가운데 주류사회에 훌륭히 진출한 이들은 한인 정체성에서 보면 역주행을 한 이들입니다. 그들은 한인사회 속에서 그 문화에 젖어살던 자들이 아니라 미국 사회를 뚫고 나가면서 살던 자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미국인데 싫든 좋든 큰 물로 나가야 합니다. 큰 물은 물살에 셉니다.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력이 넘치는 연어처럼 살아야 합니다.
- 이런 목사님의 목회관에 성도들이 잘 동의하나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어렵게 여기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목회관에 동의하는 성도들은 우리 교회로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3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 위주로 교회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젊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관점, 저런 관점을 성도들에게 보여 주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인교회 굿쉐퍼드 EM과 미국인 교회 굿쉐퍼드 간의 협력은 잘 되나요?
우리 EM과 미국인 교회를 잘 연결시키려 하는데 그게 참 어렵고 현재 과정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인 위주로만 살아 와 영어는 잘 통하는데 마음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면 오히려 한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미국인들은 불편함을 덜 느낍니다. 이래서 역차별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이 주일학교부터 미국인들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은 이런 연합이 훨씬 쉬운 것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주류사회에 어린이들을 보내어 자존감을 지키면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한인교회는 부모의 신앙, 한국의 훌륭한 영성을 자녀 세대에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물론 좋습니다. 새벽기도회가 대표적입니다. 미국교회와도 함께 해 보았지만 이들은 이틀 이상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여러가지로 영적인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좋은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창조적이고 새로운 시각의 좋은 기독교서적은 다 미국인이 집필하고 좋은 신학교는 다 미국에 있습니다. 한인의 영성과 신앙을 본받자는 말은 우리끼리 있을 때 하는 말이지, 한인이 아닌 미국인들과 이야기 할 때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모습입니다. 한인교회에 장점이 있다면 미국교회도 있습니다. 미국교회의 것도 배워야겠습니다.
-한인교회의 2세 지도자 양성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우리 교회에는 훌륭한 유스 리더들이 많이 거쳐 갔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능합니다. 그러나 주류사회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도전을 했습니다. “너는 한인교회 안에서만 자라서 자신감이 없느냐? 백인 대하는 것이 두려우냐? 눈을 크게 떠라. 미국에 와서 왜 한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느냐?” 물론 이런 도전이 금방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부터 2세들이 이곳 미국에 와서 살면서 겪어 온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2세들은 한인이라는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최소한 같은 아시안인 중국인이나 일본인, 그리도 동남아시아인 이런 식으로 사역의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인교회 2세 지도자 양성은 한국인의 틀에다 2세 지도자들을 집어 넣으려 하니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한국문화에도, 미국문화에도 적응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우리 2세들이 겪는 수많은 어려움은 우리 1세 부모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2세들을 1세들의 틀에 딱 끼워 맞추어 키우려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2세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경쟁력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에 주목하는 양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굿쉐퍼드교회는 무료 생활영어 회화반으로 유명하지요?
제가 여기 오자마자 시작한 사역입니다. 한인들이 영어를 못해서 당하는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 배울 곳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교회에 “여러분은 원어민이 3천명이니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 다른 나라로 선교도 가면서 선교 차원에서라도 우리 한인들도 도와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원자에게 영어 교수법을 배우게 하고 코디네이터도 세웠습니다. 처음 1,2년 동안은 제가 많이 신경 썼지만 이제는 저절로 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아주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교재없이 입과 귀만 사용하여 영어를 배웁니다. 그래서 한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브라질인, 동구사람 등 다양한 민족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가 전도에도 도움이 많이 되나요?
종교성은 가급적 배제합니다. 철저히 영어만 가르치는데 촛점을 맞추는데 그 교육 장소가 교회일 뿐입니다. 선생님들도 크리스천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가르침으로 예수 사랑을 행동을 통해서 보여 줄 따름입니다. 특히 네이퍼빌 인근의 타 교회 성도를 뺏어 온다든지 하는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다만 불신자가 왔을 때는, 좀더 케어해서 교회로 올 수 있도록 권면하고 있고, 그렇게 전도된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료영어 사역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으며 오로라에 있는 헤세드 하우스(긍휼의 집)에 가서 홈리스 1백여명을 2개월에 한번씩 섬기고 있습니다. 또한 제3세계 결식 아동들에게 포장음식을 보내는 Feed My Starving Children 사역도 2개월에 한번씩 가족단위와 순단위로 돕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한인교회 목회 경험이 짧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역의 포커스를 2세들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도와 주고 주류사회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고 살도록 하느냐에 맞추고자 합니다. 이는 모교회인 굿쉐퍼드교회와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한인교회에는 아직 생소한 길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중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물한번째 인터뷰는 시카고 지역의 유일한 한인 루터교회인 굿쉐퍼드교회의 김재범 목사다. 굿쉐퍼드교회는 김 목사가 미네소타의 루터신학대학원를 졸업할 무렵 미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본부에서 개척을 요청했다. ELCA는 4백70만 성도, 1만여 교회를 자랑하는 미국의 주류 교단이지만 유독 ELCA 본부가 있는 시카고에는 한인교회가 없었다. 한국의 유명 항공사와 최대 통신 회사에서 소위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던 김 목사는 30대 후반에 예수를 영접하고 40대 초반에 평신도로서 신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 하나님께 붙들려 목회자가 되었다.
그가 6년 전 개척한 굿쉐퍼드교회는 네이퍼빌에 위치한 미국인 교회 굿쉐퍼드교회 안에 속한 한국인 예배 공동체다. 모교회인 굿쉐퍼드교회는 성도 3천명 정도의 대형교회이며 한인 굿쉐퍼드교회는 개척 후 김재범 목사의 독특한 목회 철학 아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이 지역에서 유일한 한인 루터교 목회자이신데 신학교 시절 타민족 목회 경험은 다양하시지만 한인목회는 처음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다니거나, 한인들이 많이 가는 신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아 한인사회나 교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마 목회 스타일도 타 한인교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루터교 목회자이지만 교단색이나 교단의 교리 및 예배형식에 집착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며 말씀과 기도로 목회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굿쉐퍼드교회 안에서 코리안 미션을 담당하고 있는 교단 파송 미션 디벨로퍼입니다. 국내 선교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인 굿쉐퍼드교회의 목회자이며 스탭의 일원이지만 재정적인 면에서, 행정적인 면에서 완전히 분리돼 있는 코리안 미션의 담임목사입니다. 이 두 교회는 주일학교, 청소년사역, 바이블스터디, 알파코스 등을 공동으로 하면서 협력합니다. 파트너십을 갖고 있으면서 독립돼 있는 구조입니다.
처음 이 지역에 한인교회를 개척했을 때에는 루터교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카고는 아골 골짝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민 목회가 어렵다고들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개척 후 이제 6년이 되었는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아주 힘들었습니다. 이민자들 가슴 속에 있는 상처를 목회자인 제가 알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 덕에 오늘날의 제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비난 세례’를 많이 받을수록 겸손해지고 사람의 창자 속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목사님의 가장 독특한 목회 철학중 하나인 “Korean American이 아닌 American Korean을 지향한다”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산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인 한국인이 된다”는 말입니다. 미국 주류사회로 들어가는 한인 차세대를 양육하겠다는 꿈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한인 2세들은 한쪽 날개를 잃은 새와 같습니다. 왜일까요? 그들이 어려서부터 부모들과 손잡고 간 곳이 한인교회입니다. 한국문화 울타리 안에서 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겠지만 한국인은 문화적으로, 인종적으로 굉장히 배타적입니다. 그 한 예로 대학에서 각국의 유학생 축제가 있으면 꼭 빠지는 민족이 한인유학생입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합니다. 그러니 백인 주류사회에 못 들어가고 한인사회에 머물게 되며 백인들과 부딪히며 사는 방법을 모릅니다. 자신감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어만 잘하면 주류사회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2세들이 1세들보다 주류사회에 더 진출하지 못합니다. 한인 2세들이 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구하지만 거기서 3년을 못 견딘다고 합니다. 좋은 직장일수록 백인이 많습니다. 백인들과 사는 방법을 모르니, 그곳에서 어떻게 자존심을 살리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대화하고 일해야 하는지를 모르니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2세들이 영어도 잘하고 행동하는 것은 완전 미국인인데 미국인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거북해 합니다. 미국 사회에서 우리가 소수민족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그들을 역차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그러니 좋은 대학, 좋은 경력을 가진 그들이 다시 비좁은 한인사회로 들어와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한인의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가 미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한국 정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가 살아야 할 땅이라면 부모도 자녀도 한인 정체성과 함께 주류사회와 부딪히면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말은 우리 한인만이 존재하는 그런 정체성의 섬을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김재범 목사는 한인교회가 2세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서 감당해야 할 사명에 관해 역설했다. |
어떻게 보면 2세들보다 1세들이 오히려 용감하게 주류사회 진출을 잘합니다. 그리고 2세들 가운데 주류사회에 훌륭히 진출한 이들은 한인 정체성에서 보면 역주행을 한 이들입니다. 그들은 한인사회 속에서 그 문화에 젖어살던 자들이 아니라 미국 사회를 뚫고 나가면서 살던 자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미국인데 싫든 좋든 큰 물로 나가야 합니다. 큰 물은 물살에 셉니다.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력이 넘치는 연어처럼 살아야 합니다.
- 이런 목사님의 목회관에 성도들이 잘 동의하나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어렵게 여기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목회관에 동의하는 성도들은 우리 교회로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3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 위주로 교회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젊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관점, 저런 관점을 성도들에게 보여 주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인교회 굿쉐퍼드 EM과 미국인 교회 굿쉐퍼드 간의 협력은 잘 되나요?
우리 EM과 미국인 교회를 잘 연결시키려 하는데 그게 참 어렵고 현재 과정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인 위주로만 살아 와 영어는 잘 통하는데 마음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면 오히려 한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미국인들은 불편함을 덜 느낍니다. 이래서 역차별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이 주일학교부터 미국인들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은 이런 연합이 훨씬 쉬운 것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주류사회에 어린이들을 보내어 자존감을 지키면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한인교회는 부모의 신앙, 한국의 훌륭한 영성을 자녀 세대에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물론 좋습니다. 새벽기도회가 대표적입니다. 미국교회와도 함께 해 보았지만 이들은 이틀 이상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여러가지로 영적인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좋은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창조적이고 새로운 시각의 좋은 기독교서적은 다 미국인이 집필하고 좋은 신학교는 다 미국에 있습니다. 한인의 영성과 신앙을 본받자는 말은 우리끼리 있을 때 하는 말이지, 한인이 아닌 미국인들과 이야기 할 때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모습입니다. 한인교회에 장점이 있다면 미국교회도 있습니다. 미국교회의 것도 배워야겠습니다.
-한인교회의 2세 지도자 양성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우리 교회에는 훌륭한 유스 리더들이 많이 거쳐 갔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능합니다. 그러나 주류사회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도전을 했습니다. “너는 한인교회 안에서만 자라서 자신감이 없느냐? 백인 대하는 것이 두려우냐? 눈을 크게 떠라. 미국에 와서 왜 한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느냐?” 물론 이런 도전이 금방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부터 2세들이 이곳 미국에 와서 살면서 겪어 온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2세들은 한인이라는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최소한 같은 아시안인 중국인이나 일본인, 그리도 동남아시아인 이런 식으로 사역의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인교회 2세 지도자 양성은 한국인의 틀에다 2세 지도자들을 집어 넣으려 하니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한국문화에도, 미국문화에도 적응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우리 2세들이 겪는 수많은 어려움은 우리 1세 부모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2세들을 1세들의 틀에 딱 끼워 맞추어 키우려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2세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경쟁력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에 주목하는 양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굿쉐퍼드교회는 무료 생활영어 회화반으로 유명하지요?
제가 여기 오자마자 시작한 사역입니다. 한인들이 영어를 못해서 당하는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 배울 곳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교회에 “여러분은 원어민이 3천명이니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 다른 나라로 선교도 가면서 선교 차원에서라도 우리 한인들도 도와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원자에게 영어 교수법을 배우게 하고 코디네이터도 세웠습니다. 처음 1,2년 동안은 제가 많이 신경 썼지만 이제는 저절로 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아주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교재없이 입과 귀만 사용하여 영어를 배웁니다. 그래서 한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브라질인, 동구사람 등 다양한 민족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가 전도에도 도움이 많이 되나요?
종교성은 가급적 배제합니다. 철저히 영어만 가르치는데 촛점을 맞추는데 그 교육 장소가 교회일 뿐입니다. 선생님들도 크리스천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가르침으로 예수 사랑을 행동을 통해서 보여 줄 따름입니다. 특히 네이퍼빌 인근의 타 교회 성도를 뺏어 온다든지 하는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다만 불신자가 왔을 때는, 좀더 케어해서 교회로 올 수 있도록 권면하고 있고, 그렇게 전도된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료영어 사역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으며 오로라에 있는 헤세드 하우스(긍휼의 집)에 가서 홈리스 1백여명을 2개월에 한번씩 섬기고 있습니다. 또한 제3세계 결식 아동들에게 포장음식을 보내는 Feed My Starving Children 사역도 2개월에 한번씩 가족단위와 순단위로 돕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한인교회 목회 경험이 짧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역의 포커스를 2세들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도와 주고 주류사회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고 살도록 하느냐에 맞추고자 합니다. 이는 모교회인 굿쉐퍼드교회와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한인교회에는 아직 생소한 길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중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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