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그레이스교회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찼다. 시간은 저녁 7시 10분, 이미 약간 어둑어둑한데 그레이스교회 본당으로 이어지는 Capitol Drive에서부터 함성 소리와 찬양 소리가 어둠을 뚫고 귀에 들렸다. 예배당 문을 열자 “Welcome to the Spring Revival”이란 밝은 목소리도 찬양 소리에 묻혀 버렸다. 어쿠스틱기타, 일렉트릭기타, 베이스, 드럼은 기본이고 탬버린까지 사용하는 찬양팀이 Spring Revival에 참석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미 한껏 열어 놓은 상태였다. Spring Revival을 기획한 J-Gen은 이 행사를 ‘부흥회’라고 불렀지만 굳이 한국어로 옮긴 ‘부흥회’라는 말은 Spring Revival의 분위기를 묘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먼저는 찬양이었다. 뜨겁게 찬양하는 것이야 1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예배당이 무너져라 뛰고 감격할 수 있는 것은 1세들의 부흥회에서는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신나는 곡에는 예수의 이름을 부르며 뛰고, 잔잔한 곡에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들만의 특권일지 모른다.

참석자는 얼핏 세어 보아도 5백명이다. 일단 그레이스교회 본당의 의자 개수가 5백개인데 곳곳에 빈 자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찼다. 그리고 부흥회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보조 의자도 대부분 찼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석했고 군데군데 금발도 보였다.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외모만 조금 다른’ 한인 청소년인 듯 했다. 요즘 1세 한인교회엔 부흥회가 안되는 시즌이라는데 2세들의 Spring Revival은 5백석에 거의 다 채워졌다. 더구나 시카고 전역의 2세들이 교회를 무론하고 참석했다. 그레이스교회 주차장에는 각 교회로부터 10여명씩 학생을 태우고 온 밴들이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요즘 시대에 5백이란 숫자도 놀랍지만 이 자리가 1세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교회 연합의 자리라는 점도 Spring Revival을 더욱 의미있게 했다.

1세들의 부흥회와 2세들의 Spring Revival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역시 메시지였다. 3일동안의 메시지는 어바나샴페인 커버넌트펠로우십교회의 KJ Kim 목사가 전한다. 김 목사는 야곱과 천사의 씨름 장면에 관해 설교하며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인간을 성숙시키시고 변화시키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변화를 원하는가? 발전을 원하는가? 성장을 원하는가?”라고 외친 뒤 “하나님이 우리를 키우고 훈육하신다. 희망을 가지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 전제는 고난이다. “지금 여러분이 처한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을 붙들라. 그러나 여러분이 하나님을 붙드는 것보다 하나님이 더욱 여러분을 붙드신다”고 격려했다.

1세들의 부흥회를 다녀 보면, 이민교회는 고난에 대한 주제가 참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요지는 “지금 고난을 참고 견디면 복이 넘치는 좋은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Spring Revival에서 선포된 메시지도 역시 좋은 미래에 관한 것이지만 결론이 성장과 성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고난은 피해야 할 괴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걸 반드시 겪으면서 씨름해 이기고 성장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1세들이 그다지 좋아할 메시지는 아닌 것 같다.

메시지를 보강해 주는 각종 예화나 프리젠테이션도 돋보였다. 야곱의 씨름 장면을 설명할 때, 김 목사는 “나도 고등학생 때 레슬링을 했다”면서 레슬링 경기복을 착용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해 환호를 얻었다. 그는 한쪽 손을 다친 친구가 경기하면서 마지막 몇 초를 두고 상대방을 꼭 붙들어 실점하지 않고 승리한 장면을 전했다. 적을 맞이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에게 코치는 “Hold on”을 외쳤고 그 친구는 끝까지 Hold on한 결과 승리했다. “마치 하나님이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버거운 상대를 만나 싸울 때, 하나님은 Hold on을 외치며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합니다.” 아멘이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이 동원돼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속이는 자, 야곱의 이름이 승리자, 이스라엘로 바뀌는 장면에서는 가명을 쓰는 연예인들의 본명을 알아 맞추는 퀴즈가 시작됐다. 이름을 바꾸는 것의 중요성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쉽게 잘 다가 왔을 듯 하다.

메시지 후에는 기도가 이어졌다. 찬양팀과 함께 한 기도는 40분 정도 계속됐다. 40분간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중보기도 했다. 뜨거운 기도 후 모든 일정을 마친 청소년들에게선 생기가 느껴졌다.

그레이스교회 앤젤라 조(17) 양은 “너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 곧 먼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는데 부모님, 친구들, 친근한 교회와 헤어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끝까지 견뎌 더욱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부흥회 후 어떤 다음 메시지가 기대되느냐고 묻자 “교회를 어떻게 섬기고 봉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메시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뉴라이프교회 정근홍(18) 군은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에 상처와 어려움이 많았는데 고난에 대한 해석을 배워서 좋았다”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내 삶 속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부흥회가 끝나고 주차장을 가득 메웠던 차들이 빠져 나갈 때 주차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2세 청소년들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2세들의 섬김과 봉사가 돋보인 J-Gen의 부흥회는 21일 저녁 7시, 22일 오후 4시 30분에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