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WBC 4강신화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신앙의 힘’이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이제는 ‘교과서에 실릴지도 모른다는’ 김인식 감독. 3년전에 이어 또다시 경제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 ‘국민감독’에게는 큰 위기가 있었다. 지난 5년 전인 2004년 12월,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 쓰러지기 6개월 전 부인의 권유로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지만 깊은 신앙이 없었던 김 감독은 아픔 가운데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됐다.

이후 언론의 비난에도 초연해지고, 선수들에게도 더 넓은 마음으로 맡기는 특유의 ‘믿음의 야구’를 펼치게 됐다. 그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린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송진우 투수는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고 증언한다.

‘재활공장장’으로 불릴만큼 ‘한물 간’ 선수들을 재활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부상이나 긴 슬럼프로 다른 팀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그들이 재기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하지만 그는 늘 “선수들이 열심히 한 거지, 내가 뭐 한게 있나”고 말한다.

김 감독은 아직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뇌경색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혈관이 막혀 죽은 뇌세포는 없어지지 않아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이는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설명한다.

국민감독은 ‘겸손’까지 갖췄다. 이날 일본을 이긴 뒤에도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강팀이고, 운이 없는 날”이라고 상대팀을 예우했다.

▲봉중근 선수 미니홈피 메인화면.

이어 이번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의사(義士)’ 봉중근 선수. 프로야구 경기 때나, 국제대회 때나 등판을 앞두고 기도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봉타나’는 지난 9일 한일전에 이어 18일 미국에서 또다시 승리의 주역이 됐다. 5와 1/3이닝 1실점. 특히 상대팀의 선봉 이치로 선수를 꽁꽁 묶었다. 경기 뒤에는 마운드에 3년 전에 이어 다시 태극기를 꽂으며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온누리교회 성도인 봉 선수의 미니홈피 메인 사진은 경기 전 기도하는 사진으로 장식돼 있고, 대문글은 ‘모든 것 아시는 주님 손 안에 있으니 나의 삶 안전해(my unknown future is safe in the hand of all-knowing GOD)’라는 CCM 가사를 고백하고 있다.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Jesus loves U’라는 코너도 마련돼 있을 정도.

어린 나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봉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중간계투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마이너리그 무대를 오가면서 방황을 겪었고,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제1회 WBC 대회 출전 이후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 첫 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봉미미’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 WBC 무대에까지 나와 실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