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39권, 신약 27권 가운데 가장 어렵고 난해한 책으로 꼽히는 요한계시록이 가장 쉬운 책이라고 주장하는 목회자가 있다. 바로 김형종 목사다. 김 목사는 한국 하이서울성경교회 담임이며 총신대(M.Div.), 칼빈대(Th.M.), 리폼드신학교(D.Min.), 히브리대학교(Th.D.)에서 공부했다. 히브리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코헨신학교 부총장 및 박사원 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계시록 강해 철학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계시록은 이미 스스로가 해석된 책이라는 점이다. 하나님이 인간인 요한에게 말세의 일을 보여 주시고자 하신 것이므로 이미 스스로 명확하게 해석이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러므로 무조건 해석없이 그냥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석없이 그냥 읽는다는 말은 무엇일까? 정말 있는 그대로 ‘그냥’ 읽는 것이다. 다만 문맥과 가리키는 바를 정확히 인지하기만 하면 된다.

지난 3월 16일 뉴라이프교회(담임 장춘원목사)에서 열린 계시록 강해 목회자 세미나에 강사로 나온 김 목사는 계시록을 참석자들과 ‘그냥’ 읽으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시카고 지역 목회자 10여 명과 함께 평신도 70여 명이 참석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평신도는 계시록 강해 전 3일간 이뤄진 뉴라이프교회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은 성도들로 이 중에는 운영하는 사업체의 문까지 닫고 참석한 사람도 있어 계시록에 대한 평신도들의 관심을 대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목회자와 평신도 80여 명이 참석해 계시록에 대한 관심을 대변했다.

김 목사가 말하는 “읽는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네가 본 것은 내 오른손의 일곱 별의 비밀과 일곱 금 촛대라’ 계시록 1장 20절에 기록된 이 구절에서 ‘일곱 별과 일곱 금 촛대’는 바로 뒤에 ‘일곱 교회의 사자와 일곱 교회’로 언급되고 있다. 대략 이런 형식이다.

계시록의 3가지 재앙은 인 재앙, 나팔 재앙, 대접 재앙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런 재앙들이 다 일어나면 “지구는 5-6번 망해야 한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모든 교회들이 인, 나팔, 대접이라는 명사에만 주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인을 떼다, 나팔을 불다, 대접을 쏟다라는 동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을 뗀다는 것은 오픈한다는 뜻이다. 즉, 역사의 진행을 보여 주는 것이다. 6장 9절에서 순교자들이 순교의 피를 신원해 달라 하자 하나님은 기다리라고 하신다. 즉, 기다리는 것이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 재앙은 실제 재앙이 아니라 일어날 일을 보여 주는 것일 뿐이다. 나팔 재앙도 그렇다. 나팔은 전쟁을 시작할 때 분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 전쟁의 시작일 뿐이지 이 땅의 재앙은 아니다. 대접이 쏟아지는 장면부터 진짜 재앙이라고 봐야 한다고 김 목사는 주장한다.

▲김형종 목사가 계시록의 14만4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논쟁적인 구절인 계시록 7장, 14만4천에 대해서도 김 목사는 거침없이 설명했다. 김 목사는 “기성교회들은 계시록을 해석하면 이단이라고 하니 계시록을 닫아 버렸고 이단들은 기성교회가 해석하지 않는 계시록을 두고 ‘우리 것이다’라면서 마음대로 해석했다”고 밝히고 “14만4천이 ‘우리’라고 주장하는 이단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12지파에서 1만2천씩 인맞은 자가 뽑히는데 이들은 문자 그대로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구원받은 수다. 즉, 지금 현재의 우리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14만4천이 아니라 그 바로 다음 구절부터 나오는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옷을 입고”에 나오는 큰 무리에 속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는 백성은 한국, 미국,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셀 수 없이 많아질 것이란 말이다. 김 목사는 “우리는 이 셀 수 없는 큰 무리에 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단들은 자기들도 이 큰 무리에 들어간다고 하면 기성교회와 별 차이가 없으니 계속 자신들이 14만4천이라고 우깁니다.”

그런데 구약에서 출애굽을 한 백성만 해도 60만3550명이다. 남자만 셌을 때 그러했다. 그렇다면 14만4천이란 수도 너무 적다. 김 목사는 “12 지파로부터 각각 1만2천, 즉, 12는 완전수이므로 하나님의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하나님만이 아는 숫자라는 뜻이고 우리 인간은 셀 수 없는 숫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인 너희는 셀 수 없지만 하나님인 나는 셀 수 있다. 너희는 모르지만 난 너희 중에 구원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하나님의 표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은 구약의 백성에 관한 것이다.

계시록 14장에 다시 한번 더 나오는 어린양과 시온산에 선 14만4천 역시 유대인을 말한다. 이들은 구속을 받아 ‘처음’ 익은 열매다. 처음 익은 열매이니 유대인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 후에 또 다른 천사가 여러 나라와 족속과 방언과 백성에 전할 영원한 복음을 가졌는데 이 여러 나라와 족속과 방언과 백성이 바로 전세계에서 복음을 믿게 된 우리 기독교인이라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김 목사의 강의는 오후 4시를 조금 넘어 끝났고 강의 후 성도들은 김 목사와 대화하며 질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