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가 미국교회로부터 유리되는 현상은 비단 언어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이민자로서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과 주류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감과 한계 때문에 자연히 형성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다. 그러나 우리 한인교회가 미국교회 안에서 특별한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급격한 성장과 그 배경이 되는 ‘정말 미국인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열심’ 덕분이다. 한인교회 역시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교회의 감소 현상과 쇠퇴현상을 지적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대안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자부심이나 열심이 우리를 미국교회의 대안으로 만들어 주진 않는다. 미국교회 역시 어느날 갑자기 뛰어 들어와 “내가 당신들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손님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인다. ‘주목받는 손님’이 아니라 ‘가능성을 인정받는 사랑하는 아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의 전통과 시스템을 배우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럴 때, 많은 한인 목회자들이 주장하는대로 “한국교회의 열정과 미국교회의 잠재력을 갖추고 세계 교회를 이끌 한인교회”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교회로부터 한인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장점은 평신도 교육 시스템이다. 한인교회 역시 나름대로 정착된 것을 갖고 있지만 미국교회가 가진 합리성과 전통에서 비롯되는 평신도 교육 시스템에는 몇가지 본받을 점이 있다.

미국에서 남침례회에 이어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연합감리교회의 평신도 지도자 훈련 과정인 ‘Lay Speaking Academy’에는 한인교회가 수용,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을 찾을 수 있다. UMC는 교회 내 평신도 지도자로 ‘Lay Speaker’를 양성한다. 이들은 지역교회 지도자(Local Church Lay Speaker)와 인준 지도자(Certified Lay Speaker)로 나뉘어져 각각 일정 시간의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지역교회 지도자들은 자기 교회를 섬기며 인준 지도자들은 자기 교회는 물론 타 교회와 커뮤니티를 섬기는 사역을 한다. Lay Speaker들은 성경공부, 공과교육을 비롯해 목회자 부재시 예배를 인도할 수 있는 자격까지 갖는다. 북일리노이연회에는 현재 6백명의 Lay Speaker가 활약하고 있다.

‘Lay Speaking Academy’는 개교회 차원이 아니라 연회 안에서 지역별로 이뤄진다. 다양한 교회의 다양한 평신도들이 그 지역 안에서 교회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관해 고민하고 교회를 섬기기 위한 평신도의 역할을 논의한다. 아무래도 목회자보다는 개방적인 태도로 각자의 고민과 교회의 고민을 털어놓고 교제할 수 있다. 작은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지도자들을 키워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엄선된 강사가 초빙된다. 강사는 강의의 객관성과 수준과 직결되는 문제다. 강의의 내용도 검증된 것이며 수준 높은 강의를 통해 평신도들의 신앙을 진작시킬 수 있다. 강의 내용도 개교회의 상황이나 차원을 떠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개교회에서 “내 사람 키우기”에만 국한된 교육을 좀더 확대시킬 수 있다.

교회 뿐 아니라 교단 내에서 인정받는 과정이므로 권위도 있으며 자기 교회뿐 아니라 지역교회들, 지역사회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교회의 영향력도 증대시킬 수 있다. 교단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가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공인된 과정을 이수했으며 자격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교단의 인정은 평신도를 교회 안의 일꾼이 아닌 세상을 위한 교회의 일꾼으로, 사회 참여의 장으로 끌어낸다.

미국교회의 프로그램이니만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서 폭넓은 관점에서 신앙에 관해 공부한다. 미국교회가 가진, 목회자의 종속자, 대립자로서 평신도가 아니라 협력자로서 평신도 개념을 한인교회가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개별 강의의 경우는 한국어 트랙, 스패니시 트랙이 별도로 개설돼 언어의 어려움도 없다.

여기까지만 봐도, 한인교회가 가진 평신도 리더 양성 과정 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에 Lay Speaking Academy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작은 교회에서도 일꾼을 키울 수 있고, 자기 교회에만 필요한 배타적 일꾼이 아니라 타 교회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봉사할 수 있는 개방적 일꾼이 양육된다. 전문성을 가진 강사들이 준비해서 가르치는 과정이므로 믿을 수 있고 훌륭한 평신도는 목회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준다.

▲Lay Speaking Academy 중 한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 이화영 기자
그러나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28일 First United Methodist Church of Park Ridge에서 열린 시카고 북서부지역 Lay Speaking Academy 한국어 트랙 강의는 수강자가 없어 취소됐다. Lay Speaking Academy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는 3명의 평신도가 등록했으나 올해는 1명도 없어 결국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강사를 모시고 연합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많은 한인 평신도들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흑인이었다. 역시 한인들은 주목받는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한인교회의 참석이 미진한 이유는 뭘까? 갈릴리연합감리교회 이경희 목사는 “두가지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우선은 언어 문제이다. 영어에 능숙한 한인들도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상당히 낯설어 하고 무엇보다도 이민자로서 이런 일에 시간 내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Lay Speaker로 인정을 받더라도 이것이 한인교회의 직분 체제와 달라서 교회 안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글렌브룩연합감리교회 백영민 목사는 “Lay Speaker, ‘평신도 설교자’라는 말에서 한인교회가 느끼는 부담이 크다. Lay Speaking Academy는 설교를 포함해 전반적인 평신도 리더십 훈련 과정이지만 그 명칭이 평신도 설교자로 번역되면서 한인들에게 낯설게 여겨진다. 홍보 부족도 있다. 한국어 코스뿐만 아니라 Lay Speaking Academy 자체에 대해 한인교회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언어의 문제나 명칭 및 개념상의 오류, 한국적 정서, 이민자적 특성이 원인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을 뛰어넘는 장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김태준 목사는 “내가 미국교회에서 시무할 때, 3명의 Lay Speaker가 그 교회에 있었는데 그들이 돌아가며 1년에 한달을 설교했다. 성도들은 다른 관점에서 설교를 듣게 돼 좋았고 나는 더 좋은 설교를 준비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한인교회에는 아직 낯선 개념이긴 하지만 2세 목회에는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 교회의 경우, EM 사역자가 잠시 공석일 때 2세 Lay Speaker 집사들이 설교하고 가르치면서 그 역할을 감당해 준 적이 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28일 열린 Lay Speaking Academy의 참석자는 총 1백명이었다. 그 중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17명이나 됐다.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성인예배에서 성경을 봉독하거나 기도하는 경우도 많다. 어릴 때부터 이런 평신도 훈련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교회보다 이민교회 내에서 청소년 평신도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보인다. 한인교회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EM예배는 청소년들로 구성돼 있다. 부모들은 KM 예배로 가고 청소년들이 사실상 EM 예배를 드리는 모든 성도다. 그들이 성경을 봉독하고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어린 애라고 생각하지 그들을 EM 예배를 끌고 갈 평신도 지도자로 인정해 주지도 양육하지도 않는다. 이런 미국교회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한인교회 EM 성숙에 큰 도움일 될 법하다.

▲살렘교회 박경수 씨ⓒ 이화영 기자
사실, 우리는 이 Lay Speaking Academy에서 영어 트랙을 듣고 있는 한명의 한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살렘교회에 출석하는 평신도 박경수 씨(38)였다. 그는 담임목사인 김태준 목사가 이번 Lay Speaking Academy를 소개해 줬고 신앙 훈련에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참여했다고 한다.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인교회도 미국 주류사회에서 열리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신앙을 나누고 교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의 부모도 그러셨듯이 이민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이런 일에 여유를 내긴 어렵다. 우리 자녀 세대에서 한인들이 더 중요한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인교회도 미국교회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너무 낙관적이 아닌가”라고 되묻자 “1세들이 못다한 일을 2세, 3세 기독교인들이 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나의 믿음에서 나오는 낙관”이라고 대답했다. 정답이다.

당신이라면 나보다 조금 더 독특하게 뛰어난 손님에게 “당신이 나의 대안”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나의 것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당신이 나의 미래”라고 말할 수는 있겠는가? 그렇다. 진정한 대안이 되고 싶다면 그들의 진정한 미래가 되어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2세, 3세대 교육에 이런 미래를 거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이참에 한인 1세들도 손발을 걷어 부치고 대안이 아닌 미래라고 외쳐 봄이 어떨까? 지금 우리 1세들이 기울이는 조그만 관심과 참여가 우리 2세, 3세들의 미래와 미국교회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