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래는 퓨전의 시대라고 했던가?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의 수요예배는 퓨전이다. 일렉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로 연주되는 복음성가에 맞춰 뜨거운 찬양을 드리고 나면, 평신도 대표가 나와서 전통적인 대표기도를 한다. 그리고 나면 강대상이 없는 넓은 강단에 무선 마이크를 착용한 김광태 담임목사가 올라와서 노트북을 켜고 메시지를 전한다. 메시지 중간 중간 멀티미디어가 사용된다. 오늘의 주제는 출애굽 사건 가운데 10가지 재앙이었고 영화 “이집트 왕자” 가운데 하나님의 재앙이 시작되는 장면이 속도감있게 상영됐다.

성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 목사는 하얀 색 챠트에 주요한 용어들을 쓰고 설명한다. 챠트는 멀티미디어에 비해 상당히 구시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강연자가 글자를 쓰는 동안 청중의 눈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이 애용되는 방식이다. 성도들은 미리 나눠준 종이에 뭔가를 열심히 받아 적고 갈 때는 제출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채점된 종이가 나눠진다.

일렉기타와 전통적 기도, 무선 마이크와 챠트, 노트북과 종이 시험, 잘 어울리지 않는 여러 요소들이 제일연합감리교회 수요예배에서 공존하며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김광태 목사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드린 수요예배에서 유월절 사건에 관해 설명하며 “양의 피를 바른 집의 장자들은 죽지 않았다. 아담과 하와의 벗은 몸을 가리워 준 가죽옷이 된 양,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대신해 제사된 양처럼 인간의 죄와 부끄러움을 가려 주고,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게 하는 양은 고난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의 피”라고 강조했다. 대형 화면에서 개구리, 파리, 메뚜기 등의 재앙과 이집트인 장자가 생명을 잃는 모습까지 시청하고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르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더욱 각인된 후였다.

▲메시지를 전하는 김광태 담임목사
김광태 목사는 “재밌는 전설이 있는데, 모세의 예언을 듣고 공포에 질린 이집트인들 몇몇이 자신들도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다고 합니다. 이들의 장자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답은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대인이라도 피를 안 바른 집의 장자는 죽었다고 합니다. 유대인이건 이집트인이건 그 피를 바른 자는 살았습니다. 그러니 크리스천인 여러분도 예수님의 피를 바르지 않고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였다.

김광태 목사는 이 외에도 이집트 궁에서 함께 자란 바로와 모세가 겪는 갈등, 강퍅한 바로의 모습, 유대인들의 고난, 모세의 갈등을 영화 속에서 뽑아내며 성도들에게 재미있게 전했다.

1년 전부터 시작된 이런 형식의 수요예배는 창세기부터 시작해 이제 출애굽기까지 이르렀고 김광태 목사는 요한계시록까지 강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제일연합감리교회의 또 한가지 퓨전은 열린 수요예배와 달리 주일예배는 감리교 예전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