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여름 플로리다로 휴가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저희들이 도착한 당일부터 허리케인 경보가 발효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허리케인이 상륙한다는 그날, 우리는 비상 식량이라도 준비하기 위해 상점에 들렀습니다. 상점은 아주 만원이었습니다. 혼잡을 막기 위해 주인은 사람을 동원해서 출입구를 지키게 하고는 장을 보고 나가는 사람 수만큼만 새로운 사람을 가게 안으로 들여 보냈습니다. 들어가보니 식품 코너는 거의 동이 나있었습니다. 겨우 스니커즈 5-6개만 달랑 들고 나왔습니다.

밤이 되니 바람 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서 전화가 걸려와 창에서 멀리 떨어져 잠을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혹시라도 바람 때문에 유리창이 깨지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조금 있으니 전기도 나가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리 식구 모두는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마음 속으로 휴가 날짜를 잡아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람 소리가 점차 거세지니 마음도 점점 심란해졌습니다.

그때 옆에 누워있던 아이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우리 이제 여기서 죽는거야?” 깜깜한 방에서 건물을 무섭게 훑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자니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니 걱정하지 마. 자, 우리 함께 기도할까? 하나님께서 평안을 주셔서 걱정없이 잘 자게 하실거야.” 모두 일어나 빙 둘러 앉게 하고는 제가 기도했습니다. 기도 후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가며 물었습니다. “자, 지금도 무섭니?” “아뇨”라는 편안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도 후 얼마 안되어 아이들이 차례로 잠에 빠져 들어 쌔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시카고를 향해 출발했을 때, 고속도로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트랙터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를 복구하러 내려가는 차량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어제 저녁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아니 적어도 아내와 저는 그날 밤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능력으로는 결코 핸들할 수 없는 허리케인과 같은 문제들과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 믿음의 성도들이 해야 할 일은 믿음의 기도 뿐입니다. 갑작스런 폭풍을 만난 제자들이 뱃전에서 주무시던 주님을 다급히 불러 깨웠듯이 하나님의 이름을 간절히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기도를 통해 우리들 인생에 직접 들어와 역사하시는 주님의 오른팔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