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머뭇거리며 쉽게 떠나지 않는 겨울 날씨 속에 사순절이 시작됐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간을 지칭하는데, 초대교회 시절 부활절에 세례받는 이들이 세례준비를 하던 기간으로 시작했던 것이 중세시대에 이르러 차츰 온 교인이 부활절을 준비하며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신앙에 열심을 더하는 기간으로 지켜지게 됐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준비”하는 기간으로 자주 나오는데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40일 금식하신 것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40년을 광야에서 보낸 것 등의 예가 있습니다. 참고로 부활절 전, 40일을 계산할 때 주일은 포함하지 않기에 사순절이 수요일에 시작되게 됩니다. 주일을 계산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주일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작은 부활절이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의 색은 회개와 준비를 의미하는 보라색입니다.

사순절 40일 동안에 흔히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로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금하는 금욕의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하루에 한끼, 또는 일주일에 하루를 금식한다거나, 아니면 고기나 초코렛, 커피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순절 기간 동안 먹지 않기로 작정하고 보내기도 합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사순절 기간동안 텔레비전을 안 본다거나 컴퓨터 게임을 안한다거나 하는 신세대 금욕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매일 하기가 힘든 경우 일주일에 하루, 특별히 예수님이 돌아가신 금요일을 정해서 지키기도 합니다. 사순절을 맞으면서 이런 금욕 훈련도 믿음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정적으로 무엇을 금하는 사순절에서 좀더 나아가서, 긍정적으로 무언가 안하던 것을 해 보는 사순절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예로 새벽기도를 나온다든지, 성경을 매일 읽는다든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한다든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아침을 만들어 준다든지, 아내를 위해서 매일 설거지를 한다든지 등등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표현의 삶을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보고자 하는 것도 좋은 사순절 계획이 될 것 같습니다.

한번은 미국인이 헤어지면서 인사를 하는데 그가 “Go well”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잘 가라”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영어로는 통상적으로 쓰는 인사가 아니기에 제겐 상당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설명하기를 광야같은 인생길, 그 여정의 길을 “잘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인사한다고 하더군요.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가게 되는 이 사순절 여정을 함께 “잘” 가는 성도님들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