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열네번째 인터뷰는 에버그린커뮤니티교회 스티브 강 목사다. 그는 고등학생 때 이민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리노이 주립대를 다니면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려다 목회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하자는 생각에 심리학으로 바꾸었고 졸업 후 바로 트리니티신학교에서 M.Div., D.Min.을 마쳤다. 그의 경력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시카고에 이민 와서 시카고에서 목회한 토박이라는 점, 이 지역 1.5세 가운데 2세 목회를 하는, 많지 않은 목회자 중 한명이라는 점, 1세 교회에 속한 EM이 아닌 2세 독립교회를 담임하고 있다는 점, 그 교회는 분립된 것이 아니라 2세 교회에 비전을 가진 목회자 3명과 성도 5명이 개척한 교회라는 점이다. 강 목사와의 인터뷰는 에버그린커뮤니티교회에서 이뤄졌으며 2세 교회의 비전과 목표는 물론 1세와의 갈등을 묻는 질문에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지금까지 1세 목회를 하는 많은 목사님들을 이 인터뷰에 모셨는데, 2세 목회를 하는 분은 목사님이 처음이십니다. 상대적으로 2세 목회는 1세 목회에 비해 취약하다고 하는데 이 지역 1.5세 목사님, 2세 목사님들은 교류나 연합이 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헤브론교회 김현준 목사님과는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 간에 교제가 적은 것은 아마도 서로가 각자의 사역에 바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1.5세라고 하든지 2세라도 하든지 모든 목회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 교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진 않습니다. 1세 목회자들도 이런 점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같은 노회 안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의 경우, 1세, 1.5세, 2세를 무론하고 교제하고 친분을 다집니다. 특별히 제가 속한 미국장로회 한인중부노회의 경우는 서창권 목사님, 양현표 목사님같은 1세 목회자들과 2세 목회자들이 다 함께 목회 정보도 나누고 도우면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2세 목회자는 1세 목회자에 비해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많지요?

그런가요? 저는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목회 사례비라든지, 1세 교회 안에서의 목회자 대우라든지, 혹은 2세 교회라도 하더라도 2세들이 목회자를 대하는 태도라든지 하는 점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례비 부분은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건 2세 목회뿐만 아니라 KM 부목사, EM 목사들이 모두 갖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부목사라고 밥을 절반만 먹는 것이 아니고 절반짜리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닌데 담임목사의 사례비와 그 외 목회자들의 사례비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입니다.

-2세 독립교회의 담임으로서 이런 비슷한 문제를 겪으시나요?

처음 이 교회를 개척할 때, 목회자 3명과 성도 5명이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개척교회를 하면서 2년간은 사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첫달부터 5백불씩 사례비를 받았습니다. 왜냐고요? 성도들이 “목사님. 헌금이 없으면 사례비를 못드리는데, 지금 헌금이 나오는데 사례비를 왜 안 받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재밌지요?

-역시 2세들다운 합리적인 말입니다. 2세들은 헌금을 잘 안한다는 편견을 1세들이 가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합리적인 태도 때문일까요?

단언컨데, 2세들이 헌금을 안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개척을 하면서 동네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한 친구가 예배를 여기서 드리면 좋겠다고 하면서 체육관을 빌리게 된 것이죠. 그리고 저희가 건물을 깨끗하게 잘 사용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기 현재의 예배당을 미국교회로부터 빌려 쓰게 됐습니다. 빌려쓴지 7년이 됐는데 이 미국교회는 성도들이 줄어 결국 문을 닫았고 저희는 이 교회가 속했던 교단으로부터 이 건물을 빌려쓰는데 우리만 쓰는 건물이니 우리 교회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출석교인이 80명인데 모두 한국말이 불편한, 즉 2세들입니다. 그런데도 개척한지 11년만에 40만불 건축헌금을 모았고 다음달에 교회 건물을 구입합니다. 2세들이 헌금을 안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말입니다.

- 이런 편견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유보다는 어떻게 해야 헌금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습니다. 먼저는 목회자가 헌금을 가르쳐야겠습니다. 십일조가 좋은 예인데, 십일조는 자신의 재정적인 헌신을 하나님 앞에 보이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헌신될 수가 없고 하나님 앞에 재정적으로 헌신되지 않으면 하나님이 그 사람의 재정적인 문제에 관여해 축복하시지 않습니다. 십일조는 자신이 복을 받는 비결이기에 목회자가 반드시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 다음은 헌금이 어디 쓰여지는지 확실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는 개척 후부터 10%는 건축 헌금으로, 10%-15%는 외지선교 헌금으로 책정하고 집행했습니다. 목회자 사례비도 분명하고 어디에 돈이 쓰이고 있는지 투명합니다. 그럴 때, 2세들은 헌금을 할 뿐만 아니라 결코 1세들 못지 않게 헌금합니다.

- 2세 독립교회 말고 1세 교회에 속한 EM 부서의 헌금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1세들이 헌금을 하는 이유, 사용하는 목적과 2세들이 헌금을 하는 이유, 사용하는 목적이 다른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2세들은 양육, 선교에 가장 최우선 가치를 두고 헌금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의 사명과 목적을 표어처럼 두고 있지만 그것과 다른 용도로 헌금이 지나치게 사용된다면 아마 2세들은 헌금을 하는 것을 꺼릴 것 같습니다.

-이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보통 1.5세 목사님들이 2세 목회보다는 1세 목회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들에게 섭섭함을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그분들은 하나님이 그렇게 부르셨기에 그런 사명을 감당하시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1세 목회를 해 볼까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1년이면 보통 2차례 정도 여러 1세 교회에서 교회를 합치자는 제안을 많이 해 오십니다. 1세와 2세가 공동목회하는 교회를 만들자는 제안이죠. 그러나 저의 경우는 2세 독립목회를 하는 것이 소명이기에 이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결국은 하나님이 부르신대로 사역하는 것이기에 이것에 무슨 섭섭함을 느낄 게 없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부르셨다는 말이 명답이긴 한데 현실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영적인 면에서 너무 쉽게 이 문제에 관해 대답한다 볼 수도 있지만 논리적으로 봐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한인교회는 1세 교회에서 2세 교회를 같이 케어합니다. 그렇다면 1.5세가 담임목사가 되어야 2세들을 이해하고 돌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 아닙니까? 1.5세만의 특이한 장점이 있으니 1세 교회와 2세 교회 사이의 교량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2세 목회에 관해서는 모델이 많이 제시됐지만 이것이 성공적이라고 확신되는 모델은 아직 없습니다. 한 당회에 두 제직회가 있는 한 지붕 두 가족 모델, 두 당회가 한 비전을 두고 협력하는 두 지붕 한 가족 모델, 독립된 독립교회 모델 등등이 있는데 어떤 모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십니까? 어떻게 해야 1세와 2세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1세와 2세가 공존하려면 하나님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하면 됩니다. 제가 헤브론교회에서 10년간 EM을 맡았을 때는 1세와 2세가 한 교회 안에 있어야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1세와 2세가 가진 장점이 다르고 단점이 다르기에 같이 있으면서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2세 독립교회에 비전을 갖고 기도하기 시작하자 하나님이 사람을 붙여 주시고 개척하란 확신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확신이 없이는 어떤 목회라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전세계의 모든 교회를 다 알진 못해도 다른 교회나, 선교지도 가 보고 하니 우리 교회가 목회하기 가장 쉽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힘듭니다. 하나님이 확신을 주셨으니 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모델은 하나님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다 은사와 재능과 성격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형태로 사역하는 교회들을 용납해 주고 존중해 주면 다 같이 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2세 교회의 가장 적절한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 할 텐데요.

교회에도 보면 유행이란 것이 있습니다. 2세 목회자들에게 한때는 개척이라는 유행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EM 전도사님이 2세들을 위한 세미나에 다녀 오더니 “1세와 2세는 공존을 못하니 개척해야 한다”라는 확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물어 봤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확신입니까? 아니면 세미나 강사님으로부터 받은 확신입니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좋아도 하나님의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모델이란 것은 그런 것입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는 일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도 아니고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하나님의 뜻은 아니었던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소명대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델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모델이 있지만 어느 것이 좋다고 선택해서 했을 때는 과오를 범하기 쉽습니다.

-2세 교회의 많은 분들이 다민족 사역을 비전으로 삼고 독립을 시도하시는데 이런 비전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민족 사역은 한인 2세 교회가 할 수 있는 훌륭한 사역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1세 교회들도 이런 목적에서 2세 교회를 분립시켜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인 2세 교회가 미국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좋은 비전입니다. 그러나 모든 2세 독립교회가 다민족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어떤 교회는 다민족 사역을 하고 어떤 교회는 한인 중심으로 사역을 하고, 어떤 교회는 한인교회에서 독립해서 그런 사역을 하고, 어떤 교회는 개척을 해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목적이 다릅니다. 모든 교회가 다 다른데 그런 것을 포용하는 넓은 시각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2세 교회는 이렇다 저렇다 정의 내리는 것 자체가 좁은 관점입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지금 2세 교회가 생겨나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한 20년쯤 지나고 나면 그런 질문은 없을 것입니다.

시카고 다운타운에는 그곳에 거주하는 2세 한인 싱글들을 타겟으로 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는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며 전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회를 떠났다가 자녀를 데리고 교회를 다시 찾는 2세들을 타겟으로 합니다. 각자 맡은 바 사명과 비전을 잘 감당하면 됩니다.

▲스티브 강 목사는 2세 사역의 실패라는 말에 성공은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이것이 하나님 보시기에도 실패냐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 김준형 기자
-1세 교회 입장에서는 2세 사역이 실패했다는 여론이 돌고 있는 것도 아시지요?

실패를 말하려면 성공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에게 성공이 뭔지 한번 물어 보고 싶습니다. 성공은 하나님이 주신 사역을 깨달아서 그것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숫자도 아니고 현재의 결과도 아닙니다. 내 교회에 출석하던 2세들이 80% 빠져 나갔다고 해서 그것을 실패했다고 말하면 너무 단시간적인 결과에만 얽매이는 것입니다. 물론 1세 교회에서 잘한 것도 있고 실수한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을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정말 실패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수정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뭘 수정해야 할지 짚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교회에 나오는 분들은 교회를 다니다 중단하셨다가 다시 출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시카고는 좀 나은 편이지만, 아시안들이 교회에 다니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비율이 80%라고 합니다. 우리 교회의 타겟은 교회를 다니다가 안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교회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한인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30대 성도들인데 이들은 교회를 떠났다가 자녀를 낳고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자녀들을 위해서 교회에 다녀야겠다 생각하고 교회를 다시 찾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들이 우리 교회에 적응하고 적응하는데 “이 교회가 내 교회다”라고 인식하기까지 3년이 걸립니다. 왜 이럴까 고민했습니다. 교회에 대한 불신이 있고 목사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과거에 다녔던 교회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루는 교인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전에 교회 다녔을 때, 자신의 아버지와 친구의 아버지가 멱살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충격적인 비율입니다. 그러니 상처를 안고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고 이제 자신의 자녀를 낳은 후 자녀를 위해서라도 교회로 돌아와야겠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십년 전 1세 교회 안의 싸움과 분열의 상처를 지금 저는 우리 교회 안의 2세들에게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또 1세가 2세를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2세들도 1세를 존중해야 합니다. 2세가 존중을 받으려면 존중받을 행위를 해야겠지요. 봉사도 안하고 헌금도 안하면서 1세의 덕만 보려 한다면 1세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들은 2세들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2세는 은행에서 대출담당자로 일하며 30만불까지 자기 재량으로 대출을 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EM 사역을 위해서 1백불을 당회에서 받으려 해도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2세들은 억눌린 기분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교회 안의 1세와 2세가 Equal Partner, 동등한 동역자 관계가 심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1세와 2세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찾아 보라고 권합니다. 특별히 그 중에는 봉사활동이나 단기선교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선교를 가 보면 1세가 할 수 있는 일과 2세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단기선교지에서 한가지 목적을 갖고 두가지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고 일치감을 느낍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은 같으나 그 사명을 위해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 신뢰나 서로에 대한 존중이 생깁니다.

그 다음으로는 한인교회에 존재하는 유교 전통의 극복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사람 간에 층을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인교회는 2세 교역자들을 하층에 두기도 합니다. 물론 2세 교역자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유교적 전통에서는 칭찬하기보다는 나무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들이 자녀의 실수를 지나치게 나무라면 자녀들이 소극적이 되고 창의력에 제약이 생깁니다. 오히려 격려하고 고쳐 줄 때 그들은 더욱 감사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됩니다. 칭찬없이 무조건 나무라기만 할 때 미국 문화에서 자란 2세 사역자들은 적응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좌절합니다. 교회에서 때때로 2세 목회자를 고용인처럼 대하는 태도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목회에 대한 소명을 늘 재확인하며 소신껏 목회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교회에서 설교할 때, 성도들의 자아관 회복을 중요한 주제로 삼습니다. 2세들은 유교적 문화와 서양적 문화 속에 끼어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인들은 부모가 심한 말을 해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여기서 자란 2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들로부터 나무람만 듣고 자란 2세들은 자아관에 심한 상처를 입습니다. 마치 1세 이민자들이 이민 사회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자아관이 손상돼 교회에서 조그만 일에도 상처받는 것과 같습니다.

시카고 목회가 어렵다고 하는데 전 이 문제가 자아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LA는 한인사회가 워낙 크고 한국적 문화가 형성돼 있어서 한인들이 자아관의 손상을 타 지역에 비해 적게 겪는 것 같습니다. 뉴욕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많기에 자아관이 그래도 잘 형성돼 있습니다. 워싱턴DC는 공부를 많이 했거나 정치에 종사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런 문제를 덜 겪습니다. 그러나 시카고는 이런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성도님들이 많아서 교회 안에 분쟁과 다툼이 잦습니다.

상처받은 자아관은 심리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깨달을 때에 가능합니다. 한인교회는 교회에서 하나님의 군사, 하나님의 일꾼으로서의 성도들을 잘 키웠으나 그러다 보니 하나님의 사랑을 넘치게 받는 자녀로서의 성도에 관해서는 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많이 훈계하는 것이 가장 교육에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실 때 그렇죠. 그런데 많이 훈계하면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유교적 문화가 2세들에겐 아주 적응하기 힘듭니다. 2세들의 자아관 형성을 위해서 1세들이 좀더 칭찬하고 격려했으면 좋겠습니다.

- 1세와 2세 사이에 교회 갈등이 많지요? 헤브론교회에서 EM 목회를 할 때 어떠셨습니까?

10년동안 헤브론 EM을 섬기면서 처음 9년동안 당시 담임목사님이셨던 송용걸 목사님과 많은 의견충돌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마찰 속에서 KM과 EM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9년동안은 여러 번 개척에 대한 충동을 느꼈지만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기에 개척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하나님께서 개척에 대한 허락을 주셨고 그 비전을 송용걸 목사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헤브론교회에서 송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를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 주시려 했지만 저희가 사양했습니다. 저희는 하나님께서 분립에 소명을 주신 것이 아니라 개척에 소명을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던 성도 5명과 함께 개척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다른 1세 교회들에서 교회를 합치자는 제안이 많이 오지만 우리 교회는 2세 독립교회의 비전을 갖고 개척된 교회이기 때문에 정중히 사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의 분립이 이뤄졌던 것이군요.

분립이 아니라 개척이었습니다. 혹자들은 헤브론교회 EM에 있던 제가 이곳에 개척을 하자 헤브론EM이 분열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셨지만 헤브론EM은 EM대로 건강히 사역했고 개척의 소명을 받은 제가 나와서 맨바닥에서 개척한 것이기에 이건 분열도 아니고 분립도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송 목사님은 저의 좋은 선배이십니다. 송 목사님도 저만 보면 “10년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고 하십니다. (웃음)

-1세 교회나 2세 교회나 역시 개척은 어려웠지요?

제가 가본 모든 선교지의 모든 목사님, 선교사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중에 목회가 쉽다고 한 분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개척이란 것은 기초가 없이, 기초부터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니 좀더 어렵겠지요. 우리 교회는 특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유동인구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 해는 25명이나 되는 성도가 직장, 대학원 때문에 타주로 이사가며 교회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게 젊은 사람들을 목회하는 2세 목회의 어려운 점 중 하나입니다. 미국교회는 보통 3년이면 정착이 된다고 하는데 저희는 10년이 걸렸습니다. 10년이 넘고 보니 이제 유동인구가 아니라 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하는 성도가 40여명을 넘어섰고 교회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까 1세가 2세를 홀대하는 현상을 간단히 말씀하셨는데, PCA 한인중부노회 내에서는 어떤가요?

저희 노회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습니다. 우리 노회에는 2세 목회자가 10여명이 되는데 1세 목사님들이 저희를 잘 이해하실 뿐 아니라 평등하게 존중해 주십니다. 보통 인종차별의식을 가진 분들은 “흑인들은 왜 저래?”라고 할 지 몰라도 흑인 친구를 한명이라도 사귀어 보십시오. 그럼 흑인을 이해하게 됩니다. 저희 노회는 1세 목사님들이 2세들과 워낙 가깝게 지내다 보니 그런 오해가 없고 서로를 존중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 1세와 2세의 갈등도 아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서 오해하면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 조금 더 이해하고 알아 가려고 노력할 때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2세 교회 사역 관해서 다양한 의견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