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의 학문과 인품을 고매하게 키우기 위해 애쓴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나, 부랑아 어거스틴을 성자로 만들기 위해 피의 눈물로 기도한 어머니 모니카에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어머니가 계십니다.

슬하의 아들, 딸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키우면서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소유하고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도록 가르치며, 뛰어난 재주와 재능을 마음껏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자애로운 성품과 행실을 바탕으로 직관적이고 명석하며 예리한 지성, 적절한 견해, 비교할 수 없는 인내, 침착하고 훌륭한 식별력으로 모질게 불어 닥치는 세찬 풍파 속에서도 자녀들을 음으로 양으로 적극 후원하여 곧고 바르게 성장하여서 훌륭한 인물들이 되도록 힘쓰신 어머니 이십니다. 그렇지만 높은 덕과 인격을 가지신 어진 어머니는 결코 함부로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늘 겸손한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계십니다.

이제는 얼굴에 인고(忍苦)의 주름이 가득해졌고, 뼈마디는 약해져서 몸은 점점 작고 가벼워지고, 총기(聰氣)도 점점 줄어만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의 음성을 듣던 아들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염려가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더 가까이 하고 싶고, 더 사랑 받고 싶고, 더 효도하며 살고 싶은데, 삶의 원리에 순응한다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속에 점점 쇠약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회한이 몰려옴을 어찌 하겠습니까?

자식들의 입맛을 돋구려고 그렇게도 신이 나셔서 빚어주시던 별식만두, 그 만두사랑을 가득 받고 성장했는데, 세상에서 소외된 노인이 무언가 일하는 재미에 묻혀 살기를 바라며 소일거리 삼아, 운동 삼아 만두나 빚어 먹자 하시기에 만두피, 갖은 야채, 고기 등 재료를 준비하여 도와드렸습니다.

청년처럼 분주하게, 신이 나게, 힘차게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시고, 혹시 실족하시면 어떻게 하나? 불안한 마음에 좀 조심하라며, 천천히 다니시라고 어린아이 타이르듯 말씀 드리면 금방 실쭉 삐쭉하여 방에 들어가시어 큰 소리로 하나님아버지께 아들을 고발(告發)하며 기도 하시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만두사랑으로 자란 아들에게 얼마 전 어머니는 만두를 빚어주시면서 “이게 마지막 만두야” 하셨답니다. 이제는 쇠약한 몸, 상실되어가는 총기(聰氣)로 만두 빚을 힘이 부치는 것을 느끼셨나 봅니다.

어머니의 만두 속에 담긴 사랑, 고발(告發)기도 덕에 자식이 이렇듯 훌륭한 인물이 되었는데 만두를 빚을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손이 약해지시고, 고래고래 지르시던 목청이 힘을 잃어가시니 아들의 마음 더없이 착잡합니다.

만두는 더 빚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 모습 그대로 나마 자식 곁에서 계속 고발(告發)기도를 하나님께 드리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큰 명성을 날리지 않았다해도 만두 속에 깊이 담긴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성장한 자손들이 이 세상을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어머니의 크신 공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쇠약한 몸, 총기(聰氣)잃은 손으로 빚은 어머니의 마지막 만두사랑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이름이 영원할 것입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