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는 하나인데 이것을 두 사람이 나누려고 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할까? 정확히 절반을 나누어서 줄 수도 있고,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이긴 사람이 다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싸우게 내버려 둘 수도 있고, 오렌지 알맹이론 주스를 만들고 껍데기로는 차를 끓이는 식으로 나눌 수도 있다.

시카고치유목회상담원이 29일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개최한 ‘교회 갈등에 관한 공개 강좌’에서 강사로 나선 한윤천 목사(에버그린장로교회)는 “교회 내 모든 갈등의 배경에는 사단이란 영적 세력이 있지만 이런 영적 문제를 이 땅의 차원에서 조명하고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며 강의의 취지를 밝혔다. 한 목사는 “교회 갈등의 이해-목회자의 대처”란 주제로 강의했다.

한 목사는 갈등에 관해 “개인과 개인간 혹은 집단과 집단간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불일치(natural disagreement)”라고 정의했다. 이 불일치가 생기는 이유는 양측의 필요(need)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예를 들어, 이민교회 성도들은 인정(recognition)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목회자가 “집사님. 집사님 없이 내가 어떻게 목회해요?”라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목회자가 그 필요를 알면서도 채워주지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한 후 “필요는 욕망이나 욕심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필요를 채워줌을 통해 공동체가 유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갈등의 원인은 필요 때문만은 아니다. 각자의 태도, 신념, 가치관 등의 차이가 얼마든지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한 목사는 “모든 갈등은 개인에서 시작돼 단체의 갈등으로 진화한다”면서 “목사가 개인의 갈등이 단체의 갈등으로 비화되기 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람과 사람이 갈등할 때, 갈등의 당사자들은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갈등 상황을 알리고 그 사람들을 자기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갈등 자체가 파워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 간의 갈등이 두 그룹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고 교회에 위기가 온다. 한 목사는 “목회자는 교회에 갈등이 생길 때, 이 갈등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살펴 보아야 한다. 교회를 직접 개척해서 성장시킨 목회자들은 왠만한 교회 안의 알력 구조, 교인 간의 관계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로 번지기 전, 혹은 번지더라도 양측의 문제를 잘 해소한다. 그러나 새롭게 부임한 목회자의 경우는 그것을 파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다 문제를 키우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공개 강좌에 모인 20여명 목회자들 사이에서 “맞아, 맞아”라는 대답이 터져 나왔다.

▲한윤천 목사는 맥코믹신학교에서 실천신학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특히 롬바드 메노나이트 피스센터(Lombard Mennonite Peace Center)에서 분쟁조정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화영 기자
본론으로 들어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에 관해 한 목사는 상호협력(collaboration), 타협(compromise), 승부를 향한 경쟁(competition), 맞춤적 적응(accommodation), 기피(avoidance), 사전협상(pre-negotiation), 협상(negotiation), 사후협상(post-negotiation)이 있다고 밝혔다. 오렌지를 절반으로 나누어 주는 것은 타협, 가위바위보는 경쟁, 둘이 싸우게 내버려 두는 것은 기피, 알맹이로 주스를, 껍데기로 차를 만드는 것은 상호협력이 된다.

갈등을 해소할 때, 목회자가 주의할 점은 이렇게 갈등이 해소됐을 시 누가 이익을, 혹은 손해를 얼마나 갖게 되느냐이다. 한 목사는 “이론적이긴 하지만 양자에게 이익과 손해를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돼 갈등이 해소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회 구성원 간의 갈등, 교회와 교회 간의 갈등, 교회와 교단 간의 갈등 등 모든 형태의 갈등에 중재자들은 반드시 이 공정성을 확보하고 중재를 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목사는 실질적인 중재에 들어가게 되면, “저 사람이 문제야”라고 하지 말고 “이것이 문제야”라고 사건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경우, 체면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이 체면에 메이게 되면 갈등이 해소될 수 없다. 따라서 이것을 사람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이슈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 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교회의 건강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일이다. 한편만 문제라고 미리 정죄하거나 낙인찍는 행위야말로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 목사는 “성도들은 목회자로부터 오는 사랑의 문제에 예민하기에 금새 불공정을 알아차리고 오히려 더 큰 갈등으로 번져 가고야 만다”고 경고했다.

한 목사의 강의 후, 목회자들은 갈등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질문을 던졌다. “목회자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당사자가 됐을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관해 한 목사는 “이민교회 목사들은 성도들에게 이깁니까? 집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한 목사는 “목회자가 성도와 갈등을 겪을 때에는 맞춤적 적응(accommodation)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성도들을 배려도 해 주고 대화도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교회의 사이즈나 그 교회 목회 연수에 따라 가능할 수도,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임 목회자들이 시카고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현상에 관해서는 해답이 있는가”란 질문에는 “3,40년 목회한 목사님이 그 교회를 은퇴하고 나면 성도들은 후임 목회자를 청빙하기에 마음이 분주해지지만 정작 성도들 안의 목회자상은 이전에 3,40년 목회한 분에 고정돼 있어서, 똑같은 스타일의 목회자가 아니면 목회자가 아닌 것처럼 받아들인다”고 꼬집었다. 미국장로교(PCUSA)는 오랫동안 목회자가 시무하다 그 교회를 떠나면 신임 목회자가 오기 전에 임시 목회자(Interim Pastor)를 파송한다. 이 임시 목회자는 설교하고 성도들을 케어하는 일 외에도 성도들의 목회자에 대한 고정된 편견을 속시원히 깨주고 신임 목회자가 정착하기에 필요한 일을 해 준다. 한 목사는 “예를 들면, 원로 목사님 가족들에게, ‘이 교회에 성도로 남으려면 남으시고 원로 목사님의 가족으로 남으시려면 떠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며 신임 목회자가 할 수 없는 힘든 일까지 처리해 준다”고 말했다.

공개 강좌 참석자들은 PCUSA 교단이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교회 내 리더십 교체 갈등을 줄여 가듯이 현재 시카고 지역에 심각한 목회자 공석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인증된 훈련 기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카고치유목회상담원이 주최한 이날 공개 강좌는 시카고지역한인교회협의회, 교역자회, 원로목사회가 공동으로 후원했다. 한윤천 목사의 강의 후에는 채규만 성신여대 교수(시카고치유목회상담원 자문)가 “교회 갈등의 예방과 중재 실제”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시카고치유목회상담원은 오는 2월 9일, 16일, 23일, 3회에 걸쳐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스코키한인교회(담임 명병현 목사)에서 교회 갈등해소와 관련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의) 원장 정상균 목사(847-984-2740), 디렉터 신경섭 목사(224-622-9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