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인터넷 신문에 “여고 농구 100:0 황당”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00:0이라니... 아무리 농구 시합이라고는 하지만 시합 스코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해당 기사란에 들어가 읽었더니 정말 여자고등학교 농구 시합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텍사스 주 달라스(Dallas)의 여자 고등부 지역 리그에서 커버넌트교(The Covenant School)농구팀과 같은 리그에 속한 달라스아카데미(Dallas Academy) 농구팀과의 시합에서 커버넌트교 팀이 100:0으로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점수가 많이 나는 농구 경기라고는 하지만 고등학교 시합에서, 그것도 여자부 시합에서 한 팀이 한 경기에서 100점을 넣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도 상대팀에게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0점으로 막은 것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야구시합에서 투수가 상대팀 타자를 상대로 한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로도 타자를 1루에 진출하지 못하게 막고 이길 경우에 퍼펙트게임(Perfect Game)이라고 하는데 야구에서 이런 퍼펙트게임을 수립한다는 것은 투수의 꿈이기는 하지만 거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야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스코어를 주고받는 농구경기에서 상대 팀에게 한 점의 점수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했다는 뉴스를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100:0으로 끝난 시합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시합에 관한 기사를 읽다보니 이 시합이 뉴스거리가 된 것은 100:0이라는 엄청난 점수 차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스코어가 난 것도 기사 감으로 충분하지만 이 시합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시합 후 그렇게 엄청난 스코어 차로 이긴 커버넌트교에서 발표한 사과문 때문이었습니다. 이긴 팀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두 팀 간의 실력 차이는 학교 규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커버넌트교의 재학생수가 달라스아카데미교의 재학생수보다 4배 이상 많으니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 선발된 선수들에 비해 운동 실력이 좋은 것은 당연하고, 게다가 달라스아카데미교는 고등부 과정에 재학하는 전체 여학생수가 겨우 20명인데 그 중에서 8명으로 농구팀을 구성하였고 게다가 학교 웹사이트에 소개된 농구팀 연습 시간을 보니 매주 3회(1회에 1시간 30분)밖에 연습을 하지 않는 팀이니 가히 그 실력이 어떨지 짐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 학교는 일반학교와 달리 정상적인 학생들이 재학하여 공부하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 내에서 주의력 부족이나 난독증과 같은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학교라는 점입니다. 학생 대부분이 특별한 배려와 지도가 필요한 장애 학생들이고, 고등부 여학생 이래야 모두 합쳐서 고작 20명인데, 그 중 선발(?)된 8명이 일주일에 3일 정도 연습을 하는 팀이 학교 규모에서 4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팀과 시합을 했으니 그만한 스코어의 차이는 이미 예상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학교 농구팀을 지도하는 제레미 시벨로 체육 교사는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이길 것을 기대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어떤 경기에서도 승리할 것을 기대한 적도 없다. 내가 이 팀을 지도한 4년 동안 우리 팀은 1승도 거두지 못했다"라고 할 정도로 약한 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커버넌트교 팀은 이와 같은 약한 팀을 상대하여 야비하리만치 치졸한 시합을 치렀다는 것입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학부모에 따르면 커버넌트교팀의 선수들은 3쿼터를 마치면서 88-0이라는 큰 점수 차를 벌이고서도 마지막 4쿼터에서도 악착같이 3점 슛을 쏘는가하면 압박 수비를 계속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커버넌트교의 교장인 카일 퀼(Kyle Queal)씨는 학교 이사장 토드 도시어(Todd Doshier)씨와 함께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23일에 학교 홈페이지(www.covenantschool.org)를 통해 발표된 사과문을 보니, 카일 퀼 교장은, “지난 1월 13일에 있었던 달라스아케데미교와의 고등부 여자 농부 시합에서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스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서,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우리학교로서는 전혀 신앙적이지 못하고 명예롭지도 못한 짓을 저질렀다”고 당일에 있었던 농구 시합을 언급하면서, “달라스아카데미교와 지역학교협의회(TAPPS)에 용서를 구하며 앞으로 이와 같은 부끄러운 행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명예롭지 못한 승리는 오히려 쓰라린 패배임을 인정하고 리그당국에 이번 경기 결과를 삭제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00:0이라는 엄청난 점수 차로 승리를 하였지만 그 시합에 임하는 자세가 신앙인의 모습은 물론 스포츠 정신에서도 벗어났기에 그것은 승리가 아니라 부끄러운 패배라고 하는 커버넌트교 교장의 발표문을 읽으면서 비록 그들이 거둔 승리는 신앙적이지 못했지만 그런 승리는 오히려 패배한 것이라고 한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참으로 신앙적인 고백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