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여섯번째 인터뷰는 두란노침례교회 이준 목사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한국의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발령받으며 도미했다. 그후 무디신학교에 M.Div. 과정이 개설되며 입학해 한인 최초 졸업생이 됐고 한미장로교회에서 부목사로 재임하던 시절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공부했다. 이후 두란노침례교회에 부임해 1년간 목회해 왔다. 두란노침례교회는 예배, 양육, 선교와 전도, 섬김, 교제라는 5대 비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카고 지역 남침례교회 중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카고 교계에 급격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 부임한 젊은 목회자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저는 먼저 잘못된 기대감이 갈등의 중심에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 성도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은 겁니다. 저는 부목사로 재임하던 시절, 담임목회자 청빙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보면, 성도들의 청빙하는 목회자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 예수님께서 오셔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비우고 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온다는 겁니다. 교회와 성도들을 기초로 세상적 의미의 성공을 이루어보겠다 뭐 그런 기대감이죠. 결국 양자가 서로에게서 기대치 충족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목회자 청빙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큰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청빙의 과정이지만, 결국 대부분의 교회들이 목회자 설교 한번 듣고 주변의 평가에만 의존해 쉽게 결정을 내리고 마는 현실입니다. 목회자 청빙과정이 보다 더 진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목회자 청빙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목회자를 청빙할 때 비전 중심의 청빙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회의 비전과 가장 일치하는 목회 비전을 갖고 있는 목회자를 선택하는 것이 교회 내 갈등 방지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라는 거죠. 그 다음으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교회 비전과 목회자의 비전이 같더라도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한 성도들의 생각과 목회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비전은 같지만 방법론이 다를 수 있는 겁니다. 이 같은 경우에는 양쪽이 인내심을 가져야 됩니다. 비전을 이뤄가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밀어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금 지켜보다 안될 것 같으면 목회자를 쫓아내려고 하는 풍토는 지양돼야 합니다.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성도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목회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인내하고 기도하고 격려해 주는 성숙한 자세가 성도들에게 필요합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목회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착각한 나머지 조금하다 안되면 쉽게 포기하고 다른 교회로 떠나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전과 야망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목회자들이 많은데 이 두가지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자신이 갖고 있는 비전이 기도와 말씀 속에서 발견한 참 하나님의 뜻인지 아니면 세상의 성장주의에 입각한 욕망 위에서 세워진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참된 비전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목회자를 인내하도록 만드는 힘을 공급해 줄 것입니다.

- 목회자를 청빙할 때 대상 목회자의 비전이 교회의 비전과 일치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담임목회자는 계속해서 바뀌더라도 변치 않는 교회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비전을 세워야 하는 주체는 바로 교회의 성도들일텐데요. 어떠한 방향으로 비전이 세워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교회 비전은 하나님께서 그 교회를 향해 갖고 계신 뜻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교회의 리더십에 있는 분들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기도와 말씀 속에서 발견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교회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교회 구성원의 연령대, 직업, 거주 지역, 은사 등 교회의 인적 자산과 내부 환경을 잘 분석해 교회가 갖고 있는 약점과 장점, 필요 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교회가 위치한 지역 사회와 시대적 배경을 분석해야 합니다. 현시대가 품고 있는 영적 상태, 지역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 등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바로 그 시대와 그 공간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이루어가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말씀 속에서 교회와 지금의 시공간적 배경을 깊이 바라 본다면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 즉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시카고 교계의 2세 사역이 고사상태라고 합니다. 소형교회가 많은 시카고 특징상 2세 사역자를 청빙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는데요. 2세 사역을 위해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2세 자녀들의 신앙이 위기에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앙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에 진출하면서 신앙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따라서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바른 신앙 교육을 통해 영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은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2세 사역이 잘되길 진정으로 바란다면 교회가 초점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말하자면 정말로 자녀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한인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교회들은 예산 규모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녀 교육을 펼치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사역이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2세 교육을 위한 예산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를 예로 들면, 우리 교회의 리더십은 교육부 예산만큼은 ‘플러스 알파’식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인근에 있는 2세 자녀들을 전도하기 위해 무료로 여름성경학교를 열었습니다. 평소 주일 학교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아이들이 몰려와 버거운 예산과 인적 자원이 필요했지만, 그로 인해 얻은 기쁨과 보람에 비하면 그 정도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작년에 Youth와 유초등부을 담당할 교역자들을 각각 모셨습니다. 더 버거운 예산이 필요했지만 이런 투자가 분명히 우리 자녀들의 영을 바로 세울 것이라는 믿음 하나 가지고 실행했습니다.

최근 저희 교회가 속한 침례교단에서 좋은 제안이 하나 나왔습니다. 교회 규모가 작아 2세 사역자를 따로 세울 수 없는 교회들을 위해 한 2세 교회가 토요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2세를 위한 전문 사역자가 없는 교회들을 위한 모임인데, 각 교회의 주일 학교 선생님들을 모아 예배를 드리고 그들이 주일 학교에서 잘 가르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예산이 적어 전문 사역자들을 모실 수 없는 교회들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사역을 교단의 울타리를 넘어서까지 확장해서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참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사실 2세 교육의 문제는 예산에 국한되질 않습니다. 2세 목회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겁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2세 학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한국 교회에 흐르고 있는 기복주의적 성향, 출세주의, 성장주의 등이 이런 현상에 기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녀가 목회자가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별로 없습니다. 부모님의 생각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영적 환경 속에서 의사, 변호사 등 세속적으로 성공한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교회에 만연되고, 결국 목회자가 배출되기 어려운 현실이 만들어지고 만 겁니다. 이 부분의 회개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2세 교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세 교회는 궁극적으로 1세 교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세 교회는 2세 교회가 독립하여 주류사회 속에서 모든 민족을 향해 복음 전파 사역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 일이 불협화음 없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1세 교회와 2세 교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1세 교회는 2세 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도와 주어야 합니다. 2세 교회는 1세 교회 안의 자녀들의 교육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가 가진 물질적 인적 영적 자산들의 교류를 통해 긴밀한 협조 체제가 이루어질 때 1세 교회든 2세 교회든 이민의 특수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교회가 어떠한 비전을 품고 지역사회를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사회는 집단이기주의 팽배로 인해 분열과 갈등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이같은 집단 이기주의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 우리 성도들만 잘되면 된다는 그런 분위기 말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사랑에 뿌리를 둔 이타적 문화를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속의 사회에서 순수한 사랑의 모델을 찾기란 참 어렵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붕괴 이유를 이기심에서 찾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곳이 바로 세속의 사회입니다. 주님의 사랑 위에 세워진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교회들이 말씀을 실천함으로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이 되어 사랑의 혁명을 일으킬 때 사회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시작할 겁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위기가 닥친 이 때, 교회들은 주변의 이웃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선을 베풀 때 나팔을 불어대던 그런 바리새적 선행이 아니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좇아 지역사회를 섬기며 조용한 사랑의 실천 운동을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같은 사랑의 운동은 또한 구원의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에스겔 47장에 보면 성전에서 흘러나간 물이 죽어 있는 바다와 그 안의 생물들을 소성시키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썩어있는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은 교회밖에 없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유일한 소망임을 사랑의 혁명을 통해 세상에 선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카고는 연합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교협이 어떠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큰 일을 계획하기보다 교회들이 당면한 구체적인 이슈들과 필요들을 채워주는 교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협이 계획하는 사업들이 이민 목회를 감당하고 있는 교역자들의 마음에 와 닿을 때, 다른 말로 공감대를 형성할 때, 본격적인 연합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크고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사업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중보기도모임, 이민목회 세미나, 연합장학사업,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 간의 중매자 역할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외침으로 전도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시카고 교계 부흥을 위해 어떠한 전도전략이 필요할까요?

사도행전 2장 42-47절을 보면 초대교회의 부흥 모습이 나옵니다. 본문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전도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질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 보면 주님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셨다고 나와 있습니다. 바로 그 안에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지니 하나님께서 믿지 않는 영혼들을 보내주신 겁니다. 전도를 받는 사람들은 전도하는 사람과 그가 속해 있는 교회를 보고 교회에 나갈 것인지를 판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교회를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 즉 예배가 살아 있고, 성도들간의 교제가 참 사랑 속에서 이루어지고, 말씀과 기도를 통한 기적들이 일어나고, 지역 사회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으로 교회가 성장한다면 잃은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것은 훨씬 용이해 질 것입니다.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전도의 출발점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도의 방법론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한인교회의 사명과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선교적 시각을 가지고 시카고 땅을 바라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님께서 임하시면 예루살렘과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가서 나의 증인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이 출발지였습니다. 우리가 속한 이 시카고가 바로 우리의 예루살렘입니다. 시카고를 영적으로 얼어있는 땅이라고들 말합니다. 동시에 세계에서 온 인종들로 가득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전 이곳이 선교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땅은 미국 교회에 맡기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교회는 당연히 영적으로 침체된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카고 땅은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예루살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교회와 연합하고 이미 시카고 선교를 시작한 한인 목회자를 돕고, 타민족 복음화를 위해 일어선 2세 교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 시카고 땅을 녹이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교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사역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당당히 북한 땅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이 특권이 북한 복음화에 사용하길 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민족적인 관점에서 보면 북한도 우리의 예루살렘임에 분명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