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카고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할렐루야대회의 주강사로 초청된 이정익 목사에 대한 교계의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한국 본사인 크리스천투데이(발행인 임성수)가 이정익 목사와 신년을 맞이해 신년대담을 한 기사를 그대로 전제합니다.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는 지난 한 해 ‘교회의 신뢰회복’이라는 화두를 놓고 다방면에서 적지 않은 수고와 희생을 해왔다. 특히 죽음의 빛이 드리웠던 태안 앞바다에서 보인 눈물의 헌신은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을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내적으로 교단 지도자들 사이의 갈등과 각종 분쟁, 기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외적으로 방송사의 신성모독, 종교편향 논란, 경제위기 등에 시달렸다.

이같은 문제들은 2009년 새해에도 과제로 남아, 한국교회의 자성과 헌신, 그리고 결단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신년대담을 통해 한국교회의 지나온 길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올해 신년대담에서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부회장이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증경총회장으로 한국교회 연합사업에 앞장서 온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를 만났다.


▲이정익 목사는 “지난 2008년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목사는 “기독교는 위기에 강하다”며 “그런 면에서 2009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희망을 갖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 송경호 기자

이정익 목사는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 해”라는 것이 2008년에 대한 그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위기에 강하다”고 역설하며 어려울수록 더욱 희망을 갖고 전진하자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익 목사와의 대담 내용.

“제도가 아닌 인식이 문제… 먼저 양식 되찾자”

-해를 넘길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목회자의 시각에서 지난 한 해를 평가하신다면.

“2008년은 참 복잡했던 한 해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꿈이 충천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추락해버렸고, 사회적으로는 촛불집회 등으로 상당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오도된 모임으로 끝났죠. 경제적으로는 10년 전 IMF 때와 비견될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교계적으로는……. 희망은 있었습니다. 장로교단들의 연합된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실감했죠. 모 교단에서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 지도자들이 해결능력을 상실하고 사법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어느 해보다 크고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던,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계의 갈등이 선거과정에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직한 제도적 대안이 있을지요.

“제도는 문제가 아닙니다. 교계에 선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선거꾼’들이 선거전을 과열시키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상대를 폄하하는 일이 생깁니다. 괴문서가 나돌았다는 말도 있고. 이건 돈 쓰는 것보다 더 나쁜 일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에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법 이전에 양식을 되찾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초 한기총과 NCCK의 통합을 역설하셨는데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한기총과 NCCK는 이미 2007년에 교단장협, 한목협, 양 기구가 모여 하나된다는 로드맵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기피하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교회 제1과제인데, 작은 일들이 풀리려면 큰 일을 풀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기득권의 연장이라 생각해요.

NCCK는 역사도 있고 국제적 조직도 있어서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따져야지요. ‘한 지붕 두 체제’로라도 얼마든지 하나될 수 있습니다, 결심만 하면. 쉽지는 않겠죠. 그러나 우리는 기독교인입니다. 하나님의 요구라면 따라야 하는 것이고, 어차피 자기부정은 언제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기총-NCCK 통합은 한국교회 제1과제”

▲이정익 목사는 평양대부흥 1백주년이었던 지난 2007년, 한국교회가 연합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 “1백년이라는 역사의 한 마디를 지나가면 문제를 푸는 게 또 힘들어진다”며 “시대를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때가 주어졌을 때 연합해야 한다. 지금도 한기총과 NCCK의 통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그 말씀을 하시면서 한국교회 현실에 대해 ‘분노와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고까지 하셨는데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게 된 배경이 있으신가요.

“평양대부흥 100주년인 2007년이라는 상징적 해가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100년이라는 것은 역사의 한 마디입니다. 그런 마디가 지나가면 문제를 푸는 게 또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 교단(기성)도 예성과 통합하려 했던 것입니다. 주역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산가족 문제와 마찬가집니다. 시대를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어요. 눈물을 왜 못 거둡니까. 성령 100주년이 지나면 동기가 흐려집니다. 합의까지 해놓고 그 합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젠 사실 (한기총과 NCCK 통합의) 꿈과 희망이 흐려졌습니다. 이제 요원합니다. 그러다가 사회로부터 비난과 압력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면 그 때 가서 타의에 의해 억지로 일을 추진하게 된다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때가 주어졌을 때 해야죠. 전 지금도 한기총과 NCCK의 통합을 바라고 있습니다.”

“SBS 사태, 교회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으면…”

-지난해 한국교회 뜨거운 화두 중 하나로 SBS 사태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매스컴의 교회 비판영역이 윤리·도덕적인 차원을 넘어 교리 차원에까지 침범했는데, 그같은 상황을 교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대처해야 할지요.

“사회에서 이제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기독교의 핵심, 신앙, 정체성, 목적까지 건드리겠습니까. 우리가 자초했다고 봅니다. 교계 일각의 윤리, 도덕적 문제는 사람들 사는 사회이니 지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의 신을 건드릴 정도로 교회가 우스운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빨리 우리가 거듭나지 않으면 뭇매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매스컴이 경솔하게 스스로 믿지도, 알지도 못하는 종교에 대해서 흔들 발상을 감히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소리 내지 말고 사전예방을 해야 합니다. 사전예방이라는 것은 기독교의 갈 길을 가는 거에요. 하나되고, 회복하고, 흠잡을 데 없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독교의 진면목’을 알리자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그간 세력과 규모는 잘 키워왔지만 이 면을 너무 소홀히 했어요. 온정을 베푸는 일이 타 종교보다 몇 배나 많은데도 아무 것도 안한 것처럼 보이도록 방치했었습니다. 오로지 스캔들과 역기능적인 모습만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기독교에 대해 몰이해가 생겼습니다. 이제 언론 탓, 안티 탓만 말고 우리가 뭔가를 알려줘야 합니다.”

-어느 때보다 종교편향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는데요, 종교화합을 위해 교회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요.

“새 정부 출범 이후 너무 일방적인 접근을 했다고 봐요.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사실 불교가 국가적인 도움은 더 많이 받았죠. 다만 기독교인이 늘 행동적이고, 요직에 많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기독교의 빠른 성장에 대해 타 종교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은 공직에 있어도 기독교적인 생각과 언어와 감성이 자연스레 표출되는 건데, 그런 것까지 문제삼아선 안됩니다.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타 종교에 대한 비난은 삼가야지요.”

“기독교는 위기에 강하다, 위축 말고 일어서자”

▲이정익 목사는 “건강한 기업은 불경기 때 오히려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한다고 한다. 기적은 어려울 때 나타난다”며 “2009년에는 위축되지 말고 일어서자”고 강조했다. ⓒ 송경호 기자
-최근 자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은 말씀하신다면.

“한국 기독교가 그리스도인을 훈련하는 일에 신중해야 합니다. 그냥 등록만 받고 방치하듯 두면 안됩니다. 자살에 대해서도 무조건 죄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치유하는 설교를 강화해야 합니다. 의지력도 키워주고 평상시에 잘 관리해줘야겠지요. 그리고 자살한 연예인들 중에 공교롭게도 기독교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는데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가 연예계를 잘 모르는데 그런 면까지 세심히 잘 알고 배려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우울증도 하나의 질병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마음으로 해야죠.”

-최근의 경제위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닌지 목사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은 바다와 같습니다. 조용히 있지만은 않아요. 반드시 풍랑이 일고 거대한 태풍이 오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다를 살리는 계기입니다. 바다는 태풍이 없으면 죽습니다. 태풍이 물을 뒤집어주고, 오염된 공기를 일신하고, 죽은 자연을 새롭게 합니다. 흙도 때때로 뒤집어주지 않으면 산성화됩니다. 제가 볼 때 경제도 지금 좀 뒤집지 않았으면 오히려 망했을 것입니다. 섭리 이전에 자연의 법칙이에요. 세상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시간이 조금 흐르면 침체에 빠지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IMF 때 완전히 뒤집지 못하니 이번에 또 위기가 왔다고 봅니다. 고생스럽겠지만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일입니다.”

-새해 한국교회가 특별히 역점을 둬야 할 점들을 꼽으신다면.

“2009년은 사회가 침체에 빠져 교회와 선교사들도 위축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덩달아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이럴수록 희망을 가집시다. 전부 예산을 축소한다고들 하는데 자신이 하는 일을 축소하거나 후퇴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갈렙과 여호수아와 같은 믿음의 고백이 필요합니다. 열 지파의 정탐꾼들이 두려워할 때 사람들은 다수를 따랐지만 하나님께서는 소수인 갈렙과 여호수아를 쓰셨습니다. 세상은 창조적 소수가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건강한 기업은 불경기 때 오히려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경기가 좋아졌을 때 거둘 결실이 있다는 거에요. 그런데 건강하지 못한 기업은 그 반대로 하다가 아무 결실을 얻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치고 나갑시다. 역발상입니다. 저희 교회도 공교롭게도 경제가 어려운 때에 성전 건축을 시작하게 됐는데 짜릿합니다. 기적은 어려울 때 나타나는 겁니다. 벌써 여러 기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위축되지 말고 일어서자, 이게 급선무입니다. 한국교회가 이런 슬로건을 걸고 각성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이라는 고난기에 오히려 영적 각성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2009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기독교는 위기에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