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원주민인 께추아, 아이마라 인디오들은 스페인 점령기간과 그 이후 독립한 다음에도 옥수수를 이용한 전통 음식의 맥을 고스란히 지켜오고 있다. 옥수수를 주 원료로 한 음식으로는 빠스뗄, 아차나, 그리고 우미따스(humitas)가 있다. 옥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그 속에 각종 육류와 치즈를 넣고 옥수수 잎으로 삼각 김밥처럼 만든 우미따스를 불에 구워 먹는다.

볼리비아의 세시풍습과 음식은 이채롭다. 성탄절 전야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이 살아계신 부모집으로 모여든다. 오랫만에 방문한 자녀들은 각기 가정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가져와 성탄절 당일 큰 상차림을 하여 내놓는다.

볼리비아 특색있는 성탄절, 연말연시 축제 음식은 삐까나(Picana de Navidad)와 까치추뇨((Pescado con Cachi Chuño)다. 평소 그립고 안타깝던 식구들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삐까나와 까치추뇨에 가족간에 정이 담기고,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전통 음식이다.

오랜 역사 속에 성탄절, 송구영신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은 삐까나와 까치추뇨는 영양가 풍성한 무거운 음식이다. 삐까나의 레서피, 고기와 야채, 향신료가 주를 이룬다.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피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포도주와 식초, 고추와 소금을 넣고 중간불에서 끓인다. 양파, 피망, 향신료 뻬레힐(perejil)과 라우렐(laurel), 당근, 통후추, 푸른 고추, 배즙, 사과즙을 추가로 넣고 반시간 동안 푹신하게 조리하면 고기가 부드러울 정도로 익는다. 각종 야채와 고기즙이 어우러진 삐까나의 국물은 구수하고 진한 맛을 낸다. 삐까나 한 접시에 삶은 감자와 찐 옥수수를 담아 내놓는다. 평소 영양이 불충분한 볼리비아노들은 전통주 치차와 포도주를 반주로 곁들여 세모 음식으로 먹는다.

사방이 안데스 고원과 육지로 둘러 쌓인 볼리비아에서 청정해역 해산물을 찾기는 연목구어처럼 어렵다. 내륙국가에선 소금에 절인 고기조차 비싸거나 극히 드물다. 까치추뇨는 해산물이 드문 볼리비아에서 고귀한 해물탕으로 사랑받는다. 집 밖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온 천지가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추운 겨울 날, 김을 후후 불어내며 먹는 겨울 전통음식이다. 까치추뇨에 사용되는 물고기는 연어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면서 금빛 찬란한 옷을 입고 있는 도라도(dorado)와 바다 같은 띠띠까까 호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송어(Sabalo)가 주 재료다. 머리부분과 지느러미, 굵은 뼈를 발라낸 전감을 기름두룬 후라이 팬에서 노릇노릇 익힌다. 양파, 토마토, 계란, 부드러운 치즈, 감자를 함께 익혀 담아 내놓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감하는 섣달 그믐 저녁, 친척과 친구들이 즐겁게 둘러앉아 삐까나와 까치추뇨를 먹고 나면 훈훈해진 몸으로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 새해 첫날 카운트 다운이 임박하면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12개의 포도알을 준비하여 먹는다. 포도 한 알은 새롭게 시작할 한 해의 한 달을 의미한다. 다음은 가방을 들고 집 주변을 빙빙 돌 차례다. 큰 가방을 꺼내어 먼길 떠나는 행인처럼 집 밖을 휘휘 돌며 한해 동안 열심히 살 것을 시연해 본다. 그리고나선 붉은 색 옷을 뒤집어 입고 새해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해달라고 염원한다.

마지막으론 벽에 비스듬히 세워논 사다리를 오른다. 새롭게 시작할 한 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지 아무도 모르지만 한계단 한계단 밟듯이 진지하게 살 것을 다짐하는 의식을 갖는다. 구랍도 이제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하다는 전망 속에 시작할 새해라 처연해진다. 그래서 기도한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나 주께서는 나를 생각하시오니 주는 나의 도움이시요 건지시는 자시라. 나의 하나님이여 지체하지 마소서, 그치지 않고 계속될 주의 긍휼이, 주의 인자와 진리가 항상 가득함으로 보호받는 한해 되게 하소서” 펠리스 아뇨 누에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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