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모든 교회가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축하하던 성탄 이브, 글렌브룩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은 교회 밖에서 예수를 맞이했다. 양복을 입어야 할 듯한 백영민 담임목사는 앞치마를 둘렀고 선물받기를 고대할 듯한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성탄 이브였던 지난 24일 저녁.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 위치한 훔볼트파크 연합감리교회안에서는 무숙자 봉사가 한창이였다. 이날 봉사에 나선
글렌브룩교회 교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다들 바쁜 몸놀림으로 정신없어 보였지만 얼굴에서만큼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당초 글렌브룩교회의 무숙자 봉사는 22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성탄 이브에는 봉사자가 없다는 훔볼트파크UMC 소셜서비스 측의 고민을 듣고 과감하게 24일에 봉사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성탄에 우리만 선물을 받지 말고 나누어 주고 싶다”, “성탄이 더 힘들고 고통받는 분들이 있지 않냐”는 말을 하며 무숙자 봉사를 먼저 제안하자 교회측도 더욱 힘을 얻었다. 대개 성탄 이브에는 개교회별로 안방 행사를 갖는 것이 정례화돼 있지만 성도들의 여론을 수렴해 이 무숙자 봉사를 매년 성탄 이브에 갖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교회측은 밝혔다.

사실 글렌브룩교회는 지난 5년간 매달 1회씩 무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훔볼트파크 교회의 사역을 도와왔지만 성탄 이브에 열린 이 행사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고 교인들 전체가 참여해 더욱 의미가 컸다. 또한 교회 내 어린이 찬양팀 ‘점프’의 공연 등이 펼쳐져 무숙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뷰티풀’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으며 기립해서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선물도 어린이들이 직접 나누어 주었다.

이날 글렌브룩교회 교인들의 섬김에 감동을 받았는지 나가는 이들은 음식을 나눠주고 선물을 전해 준 봉사자들에게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40명의 교인이 참여했으며 무숙자는 67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