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 부회장 리처드 시직(Cizik) 목사가 최근 동성결혼과 낙태 관련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으로 부회장직을 사임했다.

시직 목사는 이달 초 전미공영라디오(NPR) 방송에서 “복음주의 교인이라고 해서 동성결혼과 낙태에 찬성하는 정치적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보수 성향의 NAE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방송에서 시직 목사는 이번 대선에서 젊은 복음주의 교인들 대다수가 동성결혼이나 낙태에 반대하면서도 친동성애, 친낙태 성향의 오바마 현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점을 들며, “신앙은 중요한 요소지만 정치적 선택에 있어서는 신앙 외에도 고려해야 할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낙태에는 반대하지만 버지니아 주 경선에서 오바마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보수 회원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킨 것은 시직 목사의 동성결합 지지 발언으로, 그는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지만 동성결합은 인정한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최근 NAE 리스 앤더스(Anderson) 회장은 “시직 목사와 여러 차례 대화한 끝에 서로 간의 입장차를 재확인했으며, 따라서 그가 앞으로 NAE를 대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임을 확정 지은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앤더슨 회장은 성명을 통해 “NAE는 가족과 생명 그리고 다른 모든 성경적 가치들의 편에 서 있다”며 시직 목사의 이번 발언이 NAE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시직 목사의 사임 소식에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복음주의 교인으로서 성경적 진리를 공공 정책의 영역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NAE가 “복음주의 교인들의 신학적, 윤리적 신념을 수호하는 데 더 큰 헌신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시직 목사는 28년간 NAE의 대정부관계를 담당해 왔으며 특히 환경, 빈곤, 분쟁, 인권, 종교자유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으나 동성결혼과 낙태 문제 등 전통적 복음주의의 이슈들에서 보수 복음주의와 입장차를 보여 왔다.

한편, NAE는 2006년에도 당시 부회장이었던 태드 해거드(Haggard) 목사의 동성애 전력으로 논란이 일자 그의 사임을 결정한 바 있다.